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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의 펀드 탐방] NHN·오리온 등에 장기투자

[이용택의 펀드 탐방] NHN·오리온 등에 장기투자

삼성투신운용은 대우채로 운용업계가 몸살을 겪었던 대우사태 등을 거치며 수탁고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수탁고를 더 끌어들이기 위해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는 펀드운용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영철학은 삼성투신운용의 운용방식을 장기 투자, 가치투자로 바꿔놨다. 적립식 펀드 상품을 업계 최초로 내놓는 등 장기투자자에게 맞는 상품을 발굴했고 보유 주식의 매매를 한 해 3회 이내로 제한하는 등 운용 시스템도 장기투자에 초점을 맞춰 정비했다.
삼성투신운용은 2002년 웰스플랜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적립식 펀드를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현재 7100억원 규모로 자산이 불어난 이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 이 같은 주식형 펀드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양정원(46)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뛰어난 투자 아이디어가 뛰어난 투자 성과를 낸다”고 고수익의 비결을 전한다.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생명 증권사업 주식팀에서 주식운용과 인연을 맺은 그는 99년에 삼성투신운용 운영평가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줄곧 주식형 펀드 운용을 담당해온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은.
“올해 주식시장은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변동성이 매우 강한 장세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증시 주변 여건을 보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2008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져 주가의 장기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올랐고 원화의 빠른 절상, 유가 상승 등의 불안 요인이 있어 올해 주가는 박스권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까지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런 장세에서는 무엇보다 종목 선택이 투자성과를 좌우합니다.”

펀드운용 철학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70%가 개인 고객이고 나머지 30%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입니다. 개인 고객들의 경우에는 웰스플랜시리즈 등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투자를 하는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로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목 선정과 투자 집행을 할 때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등이 하나의 팀을 이루고, 이 팀 단위로 투자 결정을 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 이전, 투자 중간, 투자 사후로 나눠 관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운용은 어떻게 하나요.
“우선 애널리스트 그룹이 전체 종목의 기업 내용을 일일이 점검해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될 만한 종목군을 선정합니다. 그런 다음 이런 종목군을 놓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모여 토론과 분석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포트폴리오, 즉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기초로 각 펀드의 특색에 맞게 종목별 편입 비율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펀드운용을 하고 있습니다.”

종목 선택은 어떻게 하나요.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이를 코어 포트폴리오라고 합니다. 이런 종목의 발굴은 단순히 어떤 기업의 매출액, 순이익 등 과거 수치를 챙기는 것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각종 경제지표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의 경제 트렌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떤 산업이 신 성장 산업이 될 것인지 등을 짚어내야 합니다. 이처럼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직관과 상상력이 발휘돼 만들어진 투자 아이디어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합니다. 말하자면 종목 선정의 경쟁력은 이런 투자 아이디어가 얼마나 뛰어난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보유 중인 종목 가운데는 NHN, 태평양, 하나투어, 오리온 등이 이런 코어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철강, 유화, 백화점 업종 등이 현재 펀드의 주력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들자면.
“NHN을 들 수 있습니다. 2002년 이 회사의 기업 공개 당시부터 대량 매입해 장기 보유하고 있습니다. 초기 매입가인 공모가와 비교하자면 현재 주가는 30배가량 올랐으니까 펀드 투자자들에게 대단한 수익을 올려준 효자 종목인 셈이지요. 이 회사는 한게임과 네이버가 합병한 뒤 기업 공개를 했는데, 우리는 기업 공개 이전에 수차례 회사 방문을 통해 이 회사의 수익을 추정하고 목표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런 분석 결과 이 회사가 검색 광고라는 새로운 광고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며, 웹게임 부문이 탁월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당시 40% 수준이었던 높은 영업 마진율도 향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됐습니다. 그래서 공모 주식으로 운용하는 IPO펀드로 이를 대량 매입한 뒤 그 해 12월 100% 이상의 수익을 내고 매각했습니다. 그 뒤에도 성장형 펀드의 자금으로 이 종목을 꾸준히 매입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향후 유망한 종목군은.
“기업 공개를 하는 기업들을 집중 분석하다 보면 새로운 유망 산업과 유망 종목이 찾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 공개의 최근 동향을 보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트가 새로운 산업으로 뜰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망한 산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빅3가 와해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관련 업종의 종목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비춰보면 여행업 같은 경우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대표 펀드상품은.
“웰스플랜펀드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은 투자 초기에는 주식투자 비율이 높은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다가 만기가 다가올수록 주식투자 비율이 낮은 펀드로 자동으로 옮겨가 리스크를 줄이도록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주식투자 비율이 80%, 65%, 50%, 35%, 30%, 20%인 6개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1개 펀드 등 모두 7개 유형의 펀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주식 편입 비율이 80%인 펀드에서 출발해 1년마다 편입비가 낮은 펀드로 한 단계씩 옮겨가도록 만들어놓은 것이지요. 30대, 40대, 50대 등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이나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2002년 11월 출범한 업계 최초의 적립식 펀드인 이 상품은 현재 수탁고가 7100억원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인기가 높습니다. 주식 편입 비율이 80%인 웰스플랜80의 경우 설정 이후 수익률이 160%가량이며, 최근 1년 수익률도 47% 수준에 달하는 등 고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 성공적 구조조정을 통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기업 등 저평가된 가치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할 조언은.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하라는 말과 함께 간접투자를 할 때에도 보다 과학적인 투자를 하라고 권합니다. 자신의 자산 규모 가운데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각종 투자 대상의 비중을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정한 뒤 투자하라는 얘기입니다. 또 펀드를 고를 때에도 과거 수익률에만 집착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과거 수익률이 좋다고 미래에도 좋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100%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리서치와 운용 인력의 능력이나 운용사의 투자 철학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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