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산은 되는데 분권이 안 돼”
“지방분산은 되는데 분권이 안 돼”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 가장 비중 있게 제시한 카드는 ‘상생’이었다.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지방분권 관련 3대 특별법이 통과됐다. 지방분권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그것이다. 비록 행정수도 건설 문제를 제외하고는 중앙 언론이?수도권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이들 특별법에 거는 지방의 기대감은 높았었다. 법 시행 3년째를 맞은 지금 국가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나 혁신도시 구상을 완료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없더라도 제도를 만든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정부나 여당이 너무 성급하게 성과를 보려하는 게 아쉽다”며 “수백 년 넘게 중앙집권제로 산 나라가 지방분권화를 시행한 지 겨우 3년째에 들어섰는 데 결과를 빨리 보려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분산’은 되는데 ‘분권’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분산이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기조라면 분권은 지방분권 정책의 핵이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방이양 일관법 등이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하지만 현 지방자치제는 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지방자치를 위한 법제도가 본격 가동하려면 지방관련법 등 수백 개 법안을 고쳐야 한다. 이게 쉽지 않은 것이다. 만일 지방대생 취업장려 제도가 가동되려면 국가 공무원 채용법에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관련법을 다 고쳐야 한다. 보통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아니다. 또 경험 없는 지방정부에 한꺼번에 권한이 이양될 때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일부 전문가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지방정부의 행정 경영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사전 연습이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조건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될 경우 커다란 시행착오와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분권’정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며 5·31 지방선거를 사례로 제시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시장이나 군수뿐 아니라 기초단체 의원까지 정당이 공천하게 돼 있다. 분권 정신을 제대로 살린다는 취지라면 지방군수도 정당이 공천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기초의원을 정당이 공천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 진정한 지방 분권화를 위해선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직도 정치적 이기주의에 휘둘린다면 지방 분권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분산이 먼저냐, 분권이 먼저냐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국토연구원의 박양호 부원장은 “분산화 이전에 분권화를 앞세우면 개발이 수요가 있는 곳으로만 몰리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균형적인 분산화 정책을 펼친 후 분권을 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부원장은 “프랑스도 1960년대 초반부터 분산화 정책을 먼저 시행한 후 20여 년이 지난 83년에서야 ‘사무배분법’을 제정해 자치단체 간 사무구분 체계를 명확히 한 뒤 2003년 헌법에 분권 국가임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권한이양의 속도가 늦더라도 정부 주도 아래 평등적인 분산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차근차근 권한 이행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47개 과제 중 62% 시행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따르면 5월 현재 지방분권 47개 과제 중 완료과제는 27건(57%), 부처별 실행과제는 2건(5%), 제도화 과제 10건(21%), 정책기획 과제는 8건(17%)이다. <표 참조> ‘완료과제’란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완료되거나 시스템 정비가 끝난 것, ‘부처별 실행과제’는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시범사업이 추진 중인 것, ‘제도화 과제’는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진행 중인 과제를 의미한다. ‘정책기획 과제’는 과제의 추진방향을 마련 중인 것을 의미한다. 지방분권 47개 과제 중 62%(완료과제+부처별 실행과제)가 현재 시행 중이며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추진 중인 과제(제도화 과제)도 21%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도 도입, 지방교육자치제도 등 지방에서 핵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과제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지방정부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에서 중앙사무의 지방 이양도 빼놓을 수 없다. 99년 8월 대통령 소속으로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현재까지 총 5194개 이양 대상 사무를 발굴했다. 심의 결과 1371개 사무가 이양돼야 할 것으로 확정됐으며 그중 1011개가 이미 이양 완료된 상태다. 참여정부 이전인 2000~2002년 사이 지방에 이양된 사무 건수가 242건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 보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 자립도 상당히 진전됐다. 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는 기껏 30% 내외. 이것만 가지고는 곤란하다. 돈이 없다면 정책도 행정도 없는 것이다. 재정 분권 현황을 보자. 일단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재정제도가 신설·개편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연간 수조원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와 지방분권 정책으로 이양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분권 교부세를 신설했다. 각 지방에 배분되는 지방교부세의 비율을 전체 세수의 15%에서 19.24%로 올렸다는 것은 지역을 살리자는 참여정부의 실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지방분권위원회 이우종 과장은 “지방분권 정책은 전반적으로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과제가 지연됨으로써 지방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올해 중 국회에 계류 중인 자치경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등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지방살리기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균형발전 및 분권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혜택을 보는 지역과 혜택을 보지 못하는 지역 간 불균형과 갈등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행정구역 광역화 논의의 배경에도 이 같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 광역화란 현재 240여 개로 쪼개진 행정단위를 50~60개 행정구역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이다. 하지만 일부는 행정구역을 더 광역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가 대표적인 학자다. 변 교수는 “현재 거론 중인 행정구역 광역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시·군 몇 개 단위를 묶어보았자 소용이 없다. 전체 지방 단위를 6~8개 권역으로 나누어 초강력 지역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적 분권과 지역 분산도 지역 경제권의 경쟁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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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47개 과제 중 62% 시행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따르면 5월 현재 지방분권 47개 과제 중 완료과제는 27건(57%), 부처별 실행과제는 2건(5%), 제도화 과제 10건(21%), 정책기획 과제는 8건(17%)이다. <표 참조> ‘완료과제’란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완료되거나 시스템 정비가 끝난 것, ‘부처별 실행과제’는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시범사업이 추진 중인 것, ‘제도화 과제’는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진행 중인 과제를 의미한다. ‘정책기획 과제’는 과제의 추진방향을 마련 중인 것을 의미한다. 지방분권 47개 과제 중 62%(완료과제+부처별 실행과제)가 현재 시행 중이며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추진 중인 과제(제도화 과제)도 21%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도 도입, 지방교육자치제도 등 지방에서 핵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과제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지방정부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에서 중앙사무의 지방 이양도 빼놓을 수 없다. 99년 8월 대통령 소속으로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현재까지 총 5194개 이양 대상 사무를 발굴했다. 심의 결과 1371개 사무가 이양돼야 할 것으로 확정됐으며 그중 1011개가 이미 이양 완료된 상태다. 참여정부 이전인 2000~2002년 사이 지방에 이양된 사무 건수가 242건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 보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 자립도 상당히 진전됐다. 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는 기껏 30% 내외. 이것만 가지고는 곤란하다. 돈이 없다면 정책도 행정도 없는 것이다. 재정 분권 현황을 보자. 일단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재정제도가 신설·개편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연간 수조원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와 지방분권 정책으로 이양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분권 교부세를 신설했다. 각 지방에 배분되는 지방교부세의 비율을 전체 세수의 15%에서 19.24%로 올렸다는 것은 지역을 살리자는 참여정부의 실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지방분권위원회 이우종 과장은 “지방분권 정책은 전반적으로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과제가 지연됨으로써 지방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올해 중 국회에 계류 중인 자치경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등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지방살리기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균형발전 및 분권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혜택을 보는 지역과 혜택을 보지 못하는 지역 간 불균형과 갈등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행정구역 광역화 논의의 배경에도 이 같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 광역화란 현재 240여 개로 쪼개진 행정단위를 50~60개 행정구역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이다. 하지만 일부는 행정구역을 더 광역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가 대표적인 학자다. 변 교수는 “현재 거론 중인 행정구역 광역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시·군 몇 개 단위를 묶어보았자 소용이 없다. 전체 지방 단위를 6~8개 권역으로 나누어 초강력 지역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적 분권과 지역 분산도 지역 경제권의 경쟁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7개 과제 지방분권 정책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완료 과제 27건> 완료>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완료되거나 시스템이 정비된 것 ▶ 중앙 행정권한의 지방 이양, 지방분권화 지표개발 및 분권 수준 측정, 자치단체 관할구역 합리적 조정,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지방교부세 법정률 단계적 상향 조정,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지방세의 신세원 확대,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과표 현실화, 국고보조금 정비, 지방예산편성지침 폐지 및 보완, 지방채 발행 승인제도 개선, 지방양여금제도 개선, 지방재정 평가기능 강화, 자치단체 예산 지출 합리성 확보, 재정운영의 투명성·건전성 강화, 자치단체 자체 혁신체제 구축, 지방자치단체 인사 공정성 제고, 중앙-지방 간 인사 교류 활성화, 지방선거제도 개선, 주민감사청구제도 활성화, 주민소송제도 도입, 자치단체에 대한 평가제도 개선, 주민자치단체 개선, 자원봉사 활동 장려·지원, 지역 내 전문가의 정책 과정 참여 확대, 주민투표제도 도입, 중앙-자치단체 간 협력체제 강화 <부처실행 과제="2건"> 부처실행>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시범사업이 추진 중인 것 ▶ 자치단체 복식부기 회계제도 도입, 자치조직권 강화 <제도화 과제="10건"> 제도화>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진행 중인 것 ▶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교육자치제도 개선, 자치경찰제도 도입, 지방공무원 교육 훈련 혁신, 지방공무원 인사제도 개선, 지방 의정활동 기반 강화,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체계 개선, 주민소환제도 도입, 조례 제·개폐 청구제 개선,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체제 강화 <정책기획 과제="8건"> 정책기획> 과제의 추진방향을 마련 중인 것 ▶ 사무구분체계 개선, 대도시특례제도 강화,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조정, 지방세 비과세 감면 축소, 자치입법권 확대, 분권형 도시계획 체계 구축, 분쟁 조정의 강화 ※ 자료 제공 =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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