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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의 펀드 탐방] “잘 아는 기업 사야 실패 안 해”

[이용택의 펀드 탐방] “잘 아는 기업 사야 실패 안 해”

옛 대한투자신탁의 주식운용부가 모태가 되어 설립된 대한투신운용은 자산운용업계의 ‘명가’다. 역사도 길고 운용 규모도 엄청나 그동안 우리 증시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한투신운용은 올 초 잠시 다른 자산운용업체에 내줬던 자산운용 규모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주식·채권 등으로 굴리고 있는 대한투신운용의 운용자산은 21조원에 달한다. 대한투신운용은 역사가 긴 만큼 탄탄한 자산운용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를 기르는 과정도 까다롭다. 예컨대 이코노미스트나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업무를 수년간 맡으면서 경험을 쌓은 뒤에나 펀드매니저로 활동할 수 있다. 대표 펀드라 할 수 있는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주식투자신탁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기(38) 운용역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1992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운용역은 96년 대투증권에 입사한 뒤 금융애널리스트 3년, 이코노미스트 1년 등의 과정을 거쳤다. 여기에 채권운용매니저, 기업공개(IPO)와 고유자산운용 분석업무 등을 장기간 맡으며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한 기초를 다졌다. 김 운용역은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확신도 생겨 장기 보유할 수 있고 실패 확률도 줄일 수 있다”며 “이익 예측이 어렵지 않은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다음은 김 운용역과 일문일답.

향후 주가 전망은.
“우선 증시의 수급을 보면 주가가 오를 요인이 많아요. 우리 기업들의 대주주 지분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기에 약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방어 차원에서 주가가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습니다. KT&G는 물론 KT, KTF, 포스코 등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모두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주가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상장 기업들의 평균 PER이 14배이고, 아시아권 이머징마켓의 PER도 12배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아직 10∼11배 수준에 머물고 있거든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최근 우리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논의들이 일고 있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면 우리 주가 수준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회사의 펀드 운용 철학을 소개하자면.
“액티브한 운용(Active),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투명성(Transparent)을 합친 ART를 운용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 수익률에 대비한 초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펀드 운용을 하는 동시에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안정성도 높이자는 것입니다. 여기에 고객과의 신뢰를 높이고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운용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회사 역사도 오래됐고 자산운용 규모도 큰 만큼 치밀한 투자전략체제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우선 투자전략의 골격을 짜는 전략팀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전략팀은 팀장과 애널리스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투자전략과 모델 포트폴리오를 짭니다. 이를 위해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부지런히 기업을 탐방하며 투자 유망종목을 선정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각 종목의 편입 비율이 어느 정도가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습니다. 사실 삼성전자 등의 대형주는 대부분의 펀드에 편입되어 있어요. 전략팀은 이런 것들을 펀드매니저들과 수시로 논의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투자전략이나 모델 포트폴리오 등을 정합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렇게 정해진 펀드 운용지침을 80% 정도 지키며 운용하고 있습니다.”

대표 펀드를 들자면.
“성장형 펀드인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 주식투자신탁과 태극 건·곤·감·이 펀드, 성장형이면서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클래스원 배당60, 대형주 중심으로 운용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인 블루칩 바스킷 펀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투신운용이 설정한 펀드는 218개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는 옛 대한투신 시절에 판매했던 10억∼30억원 규모의 펀드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이런 펀드들을 현재 통폐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의 경우에는 지난해 수익률이 상당히 높았는데요. 그 성공 비결은.
“지난 한 해 동안 80%가량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시장 수익률에 비하자면 약 25%가량의 초과 수익률을 올린 셈입니다. 통상 운용성과가 좋다는 펀드가 시장 수익률 대비 4% 정도의 초과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 펀드는 지난해 대박이 났다고 해도 될 겁니다. 그 배경에는 투자전략이 시장상황과 맞아떨어진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해 여러 가지 요인으로 그동안 저평가됐던 종목이나 업종들이 제자리를 찾는 시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 판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됐던 은행주, 건설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보험주와 제약주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과감히 올렸던 것이 높은 수익을 가져온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제약주 중 종근당은 1만3000원대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했는데, 6개월 만에 4만원으로 올랐으니까요.”

성공사례가 될 만한 주식을 들자면.
“올해 들어서는 삼성테크윈으로 상당히 재미를 봤습니다. 지난해 1만3000원대이던 주가가 올 1월에는 2만원대로 오르더니 지금은 3만3000∼3만4000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용하는 펀드에는 이 주식을 운용 규모의 4% 수준까지 편입하고 있으니까, 알짜 주식인 셈입니다. 지난해 우리 회사가 수차례 기업 방문도 하고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도 들으면서 이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 회사는 전형적인 턴어라운드 주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부문은 디지털카메라, 방산, 카메라 모듈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3개 부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디카의 경우에는 그동안 적자에 시달렸는데, 지난해 신모델이 히트하면서 영업 이익률 4∼5% 수준을 내는 수준으로 사업이 안정화됐어요. 게다가 방산부문도 올해부터는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카메라 모듈부문도 기술력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고 소니에릭슨으로부터도 대규모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3개 부문이 모두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기존 부실을 모두 털어냈습니다. 과거에는 영업이익이 나도 과거 부실을 터느라 순이익은 적자를 내는 경우가 생기는 등 이익이 들쭉날쭉했는데, 부실이 털어지면서 경상이익을 예측하기 쉬워졌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분기별로 이익이 꾸준히 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췄다고 판단돼 과감히 투자했는데, 적중한 것이지요.”

투자자에게 조언할 것은.
“기업의 실적을 중요시한 투자가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시장 분위기는 기업들의 분기 실적을 중시하는 추세이므로 이를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반투자자에게는 자기가 잘 아는 기업, 수익구조나 판매 제품이 일반인들도 알 수 있는 쉬운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그 회사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어 주식 투자에서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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