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O의 채널장사 횡포’ 도를 넘었다

'SO의 채널장사 횡포’ 도를 넘었다

지난해 국내 5대 홈쇼핑이 태광 계열 MSO(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 등 전국 SO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2300여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단독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CJ홈쇼핑은 전국 SO에 송출수수료로 598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GS홈쇼핑은 585억원, 현대홈쇼핑은 488억원을 지급했다. 우리홈쇼핑과 농수산홈쇼핑은 각각 359억원, 273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급했다. 문제는 이 송출수수료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단지 SO와 홈쇼핑사 간의 ‘사적 계약’이다. 하지만 방송 편성권이 있는 SO들은 홈쇼핑사에 골드채널(지상파 방송 사이에 낀 채널 번호)을 주면서 거액의 송출수수료를 관례처럼 받아왔다. 홈쇼핑사들의 송출수수료 지급액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홈쇼핑사 SO와 대립 최근 CJ홈쇼핑, 우리홈쇼핑사 등이 1위 MSO 사업자인 티브로드 등과 법정 소송에 나서는 배경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CJ측 관계자는 “태광 측이 수수료 50~100% 인상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사전 양해도 없이 채널을 S급인 8번에서 12번으로 일방적으로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CJ는 법원에 채널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의 경우 S급 채널과 A급 채널 간의 매출만 2~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 계열인 강서케이블TV의 경우 우리홈쇼핑에 수수료 100%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채널을 18번으로 바꿔버렸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홈쇼핑 인수를 시도하던 태광 측이 난관에 부닥치자 우리홈쇼핑에 물을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측은 우리홈쇼핑 지분 확보를 위해 20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홈쇼핑이 이 정도면 일반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PP)들 사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한 PP사 대표는 “해도 너무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채널 편성권을 이용해 PP를 좌지우지하는 실정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서 ‘높은 매출은 좋은 채널에 비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번호대역에 따라 시청률뿐 아니라 매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모 PP의 경우 2004년 4월 경북지역 케이블TV에서 30번대로 방송됐을 때 월 매출이 1500만원 정도였지만, 70번대로 밀린 뒤 월 39만8000원에 그쳤다.
채널 편성권 가진 후 권력화 SO가 채널 편성권을 갖게 된 것은 2003년부터다. 예전까지는 PP 전체가 SO와 단체계약을 하고 추첨을 통해 채널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채널 편성권이 SO에 넘어가 PP와 개별계약 방식으로 바뀌었다. SO와 PP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PP들은 SO에게 좋은 채널을 사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작용은 컸다. SO는 ‘채널 장사’를 하면서 숱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자행했다는 지적이다. PP들에 런칭비를 강요하고, 계약기간 중에 일방적으로 채널을 변경하는 사례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유없이 방송 송출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SO사가 보유한 PP들을 시청률이나 프로그램의 질, 매출 관계와 상관없이 좋은 번호대에 넣는 일도 많다. 태광 계열인 한빛아이앤비는 모 PP사와 프로그램 공급 계약이 6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자사가 인수한 안산유선 방송 대표가 지분 참여한 PP의 송출을 보장하면서 이 회사의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방송위원회의 방송인가가 나야 송출할 수 있는 법을 어기고 인가도 받지 않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대범함도 보였다. 이는 명백한 허가 취소사항이다. 그러나 방송위에 민원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MSO들은 자사가 보유한 채널을 상위 채널대역에 집중 편성했다. 경쟁 MSO와 상호 맞교환 송출을 하면서 일부 개별 PP를 배제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O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한 보고서에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게 도대체 시장인가’라는 의아심까지 든다고 말한다.
PP가 봉인가 이때 법위반 행위가 적발된 SO는 총 31개사. 전체 119개사 중 26%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제대로 조사했다면 일부 개별 SO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SO가 걸려들 것”이라고 말한다. 위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총 22개 SO를 보유하고 있는 태광 계열의 경우 18개사가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티브로드 GSD방송(서울 강서구)은 채널 편성 대가로 3억9700만원의 런칭비를 부담시켰다. 지급한 프로그램 사용료 5500만원을 PP로부터 다시 돌려받은 일도 있다. 티브로드 서해방송 역시 런칭비로 1억9900만원을 부담시켰다가 적발됐다. 티브로드 남부산, 낙동, 전주, 동남방송 등은 계약 기간 중 일방적으로 채널 편성을 변경했고, 아예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MSO사업자인 CMB 경우는 신규 채널을 런칭하면서 PP에게 1억800만원의 광고료를 부담시켰고, CMB 계열인 씨엠비한강케이블TV는 모 PP가 런칭비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를 거절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의 또 다른 계열 SO인 경북케이블TV는 방송장비인 변조기 구입비용 1800만원을 PP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 적발 이후로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PP들의 호소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공정 시장을 방치하는 방송위원회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행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S0는 119개. 그중 88개가 MSO다. 태광산업이 22개로 전체 시장의 21.9%를 차지해 가장 많고, CMB(17개), 씨앤엠(17개), CJ(8개), 현대백화점(8개) 순위다. 반면 PP는 187개 사업자가 455개의 프로그램을 공급한다. 그러나 채널 수가 한정돼 있고, 불공정한 채널 편성 행위가 횡행하면서 일부 PP는 아예 프로그램 송출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듀얼편성’이라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한 개의 채널에 두 개의 PP를 방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5번 하나에 하루 12시간씩 나눠 두 개 PP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하고, 6개월씩 나눠 송출하는 방식도 쓴다. 일부 SO는 아예 같은 번호가 두 개씩 편성된 곳도 있다. 더욱이 방송법으로 정해져 있는 장르별 의무 편성을 지키지 않는 곳도 많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서울의 한 PP 사장은 “예전처럼 채널 추첨방식으로 돌아가든가, 명확한 채널 편성 스탠더드를 방송위 등에서 마련하지 않는 한 SO들의 채널 장사 횡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2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3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4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5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6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7 尹,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유가족과 입장

8심상치 않은 친환경차 부진...“그래도 대안은 있다”

9잠실구장에 뜬 신동빈 회장…선수단에 '통 큰' 선물

실시간 뉴스

1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2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3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4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5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