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요금 싸 안전성만 확보되면 ‘대박’

요금 싸 안전성만 확보되면 ‘대박’

"7년간 100%나 오른 항공요금을 ‘확’ 내려,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하겠습니다.” 6월 5일 국내 제3의 정기 운송사업 민항으로, 서울∼제주 취항을 처음 한 제주항공의 주상길 사장. 그는 취항의 의미를 제주 경제의 활성화에 두었다. 사실 제주도와 항공사업은 불가분의 관계다. 항공 교통은 제주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주 교통 수단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등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 및 지속적인 항공요금 인상으로 말미암아 제주도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관광객의 감소까지 빚어졌다. 지역 경제 침체가 가중되자 제주도가 직접 출자해 지역 항공사(제주항공)를 설립한 것이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은 2005년 1월 합자투자법인인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현재 자본금 350억원이며, 지분 비율은 애경그룹이 72.5%, 제주도·도민 27.5% 선이다. 2005년 8월 정부의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았다. 애경그룹은 2006년 4월 말 캐나다 봄바르디아사에서 터보프롭 기종인 Q400, 74인승 신형 항공기 1호기를 들여왔다. 5월 말에 AOC를 받아 6월 5일 서울∼제주간 첫 취항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올해 10월까지 총 5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취항 지역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서울∼제주 구간에서 서울∼부산, 부산∼제주, 서울∼양양 등 4개 노선으로 확대할 방침이다(도표 참조). 요금은 기존 항공요금의 70∼80%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취항은 본격적인 저가항공시대의 개막을 뜻한다. 30년 전에 시작된 세계 저가항공사 열기가 미국, 유럽, 아시아를 거쳐 지금 대한민국에까지 전파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청주∼제주를 운항 중인 저가 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있지만 이 항공사는 부정기 항공사다. 정기 항공사인 저가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기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역작이기도 하다. 애경은 창립 50주년(2004년)을 기점으로 그룹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채 부회장은 이 같은 대변신에 필요한 그룹 신사업을 직접 만기친람식으로 챙기고 있다. 항공사업은 그가 매일 보고받는 사안 중 하나다. 애경은 수원 애경역사의 상장 추진 같은 변신으로도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경은 연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존 생활용품, 화학, 유통 외에 항공사업에 진출하면서 그룹 이미지와 브랜드의 업그레이드를 겨냥하고 있다. 생필품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항공사업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사업과 관련, 채 부회장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요금이 저렴하다면 사업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애경이 항공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기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뜨거운 경쟁은 불가피하다. 애경이 서비스, 요금, 항공운항의 안전성 등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밀리면 애경의 항공사업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 애경은 우선 요금은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또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주중 운임(월∼목), 주말 운임(금∼일), 성수기(설날, 하계 바캉스, 추석, 연말연시) 운임 등 3단계로 구분해 운영할 방침이다.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 구매, 환불, 취소, 교환 등을 할 수 있게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 이용자 편의를 꾀했다. 기존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잡지, 신문 등 돈이 드는 서비스는 최소화했다. 제주항공은 기내에서 제주 특산물 판매, 골프채 대여 같은 유료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호텔, 음식점, 전세버스, 골프장 같은 대형 단체손님이 있으면,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요금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이 대당 170억원인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항공기를 100% 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저렴한 요금 정책에 한몫하고 있다. 리스 구매에 따른 엄청난 이자부담이 없어서다. 실제 자가 보유냐, 임차 보유냐에 따라 항공사가 부담하는 이자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삼성증권 송은빈 연구원은 “자기 보유 항공기가 전체 운영 항공기의 70%를 차지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일본항공 같은 경우 매출액 대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이자비용’은 평균 12% 수준”이라고 말한다. “반면 금융 리스 항공비 비중이 70% 정도인 캐세이퍼시픽은 이 비율이 15%나 된다”고 밝힌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안전 운항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항공기 제작사인 캐나다 봄바르디아사에서 조종, 정비, 운항관리 등 각 부문의 전문가를 파견해 부문별로 2년간 기술 지원하는 체제를 이미 구축했다. 주상길 사장은 들여온 항공기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 항공기는 일본항공(JAL), 전일본항공(ANA), 영국의 플라이비 등 15개 항공사에서 112대를 운항하고 있는데, 항공기 운항 시점부터 사고가 전혀 없는 기종이란 설명이다. Q는 ‘The Quiet Ones’를 의미하듯, 터보프롭 항공기 중에서 안전성이 가장 뛰어나고, 소음과 진동이 적은 항공기로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터프프롭 기종 Q400은 승객 좌석 수가 74석이고, 좌석 간격은 31인치, 운항 고도는 1만8000피트, 엔진 제작사는 P&WC다. 김포∼제주간 운항시간은 55∼63분이다. 전체 국내선 항공 수요는 2000년 이전에는 매년 6∼7%씩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연 1∼2%씩 감소하고 있다. 고속도로 확장, 고속철도 개통 영향 등이다. 그러나 특이하게 제주, 여수, 울산, 포항 등 관광지나 기업도시로 가는 노선은 연 10%씩 항공 수요가 늘고 있다. 주 사장은 “제주항공은 연간 100만 명의 고객을 실어 나르며, 국내선 항공 수요의 약 5%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유명한 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의 효과(요금 65% 하락, 국내선 항공 수요 40∼50% 증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항공으로 인해 예상 밖의 사우스웨스트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자사의 예상 승객 수가 올해 35만 명에서 계속 늘어 2009년 15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매출도 2006년 185억원에서 2009년 869억원으로 늘 것으로, 또 2009년에 순이익 25억원을 처음 달성할 것으로 각각 계획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에 대한 10대 궁금증

서울~부산 간 요금, KTX 특실보다 저렴

1. 사용하는 항공기 터보프롭 Q400 기종을 보면 프로펠러가 있다. 프로펠러로 비행기가 뜨는가? 그렇지 않다. 기존 항공사의 터보팬 기종이나, 제주항공의 터보프롭 기종이나 똑같이 제트 엔진을 사용한다. 다만 이 제트 엔진에 터보팬을 장착하느냐, 프로펠러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기종이 갈릴 뿐이다. 터보팬 기종은 전체 출력의 70%를 제트 엔진에서, 30%를 터보팬에서 얻는다. 터보프롭은 전체 출력의 30%를 제트 엔진에서, 70%를 프로펠러에서 얻는다. 터보프롭도 그냥 제트기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2. 터보프롭 항공기는 중소형 공항에서도 이착륙을 쉽게 한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이착륙을 위해 필요한 활주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또 터보프롭은 연료 소모가 터보팬의 33%밖에 되지 않아 연료 효율성이 높다. 기체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원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런데 이 기종은 단거리 운항에 맞기에, 2시간이 넘는 운항거리인 경우에는 경제성이 거꾸로 떨어진다.

3. 기존 양대 항공사와 비교하면, 터보프롭 항공기의 서울∼제주 간 운항시간이 2∼3분 더 걸리는 이유는? 실제 운항속도는 터보팬이 조금 더 빠르다. 하지만 터보프롭은 이착륙 거리가 짧고, 이착륙 시간도 짧아서, 블록타임(이착륙에 걸린 전체 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다.
4. 저가 항공사이기에 승무원들이 외국의 저가 항공사처럼 기내 청소 등도 같이 하는가? 또 기내 음료도 유료인가? 그렇지 않다. 별도의 지상 근무요원들이 청소한다. 그리고 기내 음료 서비스를 모든 승객에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승객이 요청하면 개별적으로 무료로 갖다준다.
5. 항공권 구입은 외국 저가 항공사처럼 인터넷에서만 할 수 있나? 기존 양대 항공사와 똑같다.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고, 전화 예매, 공항 현장 매입도 가능하다.
6. 저가 항공사의 경쟁 상대는 기존 항공사인가? 고속철도인가? 아니다. 기존 항공사 등의 이용자와는 다른 새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요금이 비싸 항공여행을 못했던 20∼30대층, 가족 단위의 여행층, 효도관광·골퍼 같은 단체 여행층, 친구들이 같이 가는 그룹 여행층, 출장 비즈니스맨, 항공료에 민감한 중저소득층 등이 바로 그들이다.
7.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자(한성항공)와 정기 항공운송사업자의 차이점은? 정기 항공은 정해진 노선을 정기 운항하는 노선 면허가 필요하다. 부정기 항공은 노선 면허가 불필요하다. 노선 인가 후 비정기로 운항해도 된다. 정기 항공을 하려면 납입자본금 200억원 이상, 항공기 5대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정기 항공은 납입자본금 50억원 이상, 항공기 1대 이상만 있으면 누구든 사업을 할 수 있다.
8. 서울∼양양노선은 기존 항공사들이 적자로 운항을 중단한 노선 아닌가? 새로 들어간 이유는? 운항 중단 당시 편당 탑승 인원은 약 80명이다. 그런데 제주항공 항공기의 편당 좌석 수는 74석이다. 수익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양양은 주변에 주문진, 강릉, 속초 같은 관광지가 있어 관광용 승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9. 서울∼김해노선의 요금이 KTX 특실보다 싸다고 하던데. 서울∼김해(부산)노선은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노선이다. 기존 항공사 요금보다 싼 고속철도 요금도 한몫했다. 하지만 저가 항공 요금을 적용하면, 고속철도 요금과의 차이는 1만2000원에 불과하다. 특히 고속철도 특실 요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5620원이 싸다. 싼 요금 때문에 다시 저가 항공 수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10. 타사 요금의 70% 수준을 표방한 근거는? 요금이 더 내려가지 않나? 단거리 노선에 적합한 터보프롭 기종을 도입, 원가 경쟁력을 높였고, 연료 비용, 지상 조업 비용 등 직접 운항 원가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항공기 구입을 리스가 아닌, 직접 구매해 높은 리스료 부담을 없앤 것도 한 요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다. 하지만 유가 부담 등으로 더 이상 아래로 내릴 계획은 없다. 제주항공이 표방하는 요금 수준은 외국의 초저가(기존 항공사의 25% 수준)가 아닌, 중저가(기존 70% 수준)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2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3"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4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5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6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7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8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9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실시간 뉴스

1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2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3"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4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5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