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엔 세금 없고 지분 팔면 양도세 부과
상속·증여엔 세금 없고 지분 팔면 양도세 부과
지분 증여와 경영권 상속이 논란이다. 참여연대는 광주신세계를 통해 편법증여를 받았다며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을 고발했다. 이에 대응해 정 부사장은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1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다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법도 문제지만 편법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무엇을 고쳐야 할지 짚어 봤다.
경영권 상속이 기업지배구조와 상속·증여세 두 가지 측면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일견 경영권 상속 문제는 기업지배구조보다는 상속·증여와 더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경영권 상속 문제는 세제보다는 기업지배구조에 비중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기업지배구조는 해당 기업의 경영효율성과 관련이 있는 반면, 상속·증여세는 그 기업보다는 경제 전체적인 소득 분배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지배구조란 관점에서 그동안 벌어진 공방을 짚어 보기로 한다. 일부에서는 경영주 일가가 좌지우지하고 총수가 경영권을 직계비속에게 승계하는 기업은 경영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고 국가경제에도 커다란 손실을 미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비판의 대상이 된 대기업들의 경영효율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쟁점이 기업지배구조로부터 상속·증여세로 옮겨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비록 탈세는 아니더라도 편법으로 지분과 경영권을 승계하려던 기업인에 대해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우물 안’ 공방에서 벗어나 밖으로 눈을 돌려 보자. 세계 각국의 세제를 살펴보면 외국은 앞다퉈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고 있다. 홍콩은 이미 내·외국인은 물론 영구거주자에게도 상속세 부과를 전면폐지했다. 싱가포르가 2∼3년 내 상속세를 폐지할 예정이고, 대만도 상속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출 예정이다. 아시아 국가뿐이 아니다. 캐나다는 1972년에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속 시점과 처분 시점의 차액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세제를 고쳤다.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상속한 경우 이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피상속인이 경영권을 포기하고 이를 처분하는 경우에 한해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긴다. 경영주가 상속세로 인한 경영권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세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 세법상 상속이나 증여분의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강제하고 있어 상속·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어렵사리 경영권을 넘겨받더라도 지분이 희석된 나머지 항상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장기적인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장이 발휘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권 상속을 단지 부의 세습이라고만 보고 현행 세제를 고집한다면 정부는 포퓰리즘적인 행태로 국가경제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속세 논쟁과 관련해 정부는 “재계가 경영능력과 윤리 문제를 세금 탓으로 돌린다”고 비판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행 상속세율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결코 높지 않고 더구나 가업 승계 시 최대 15년간 분할납부를 인정해 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영권 승계가 가업 승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자체가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독일은 사회민주주의를 택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과세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인들도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처럼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에 앞장선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MS의 경영권을 빼앗기더라도 본인이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재산을 가지고 새로운 경쟁력 있는 회사를 설립·운영할수 있다. 그리고 조지 소로스는 제조업자가 아니고 전문 투자자다. 조지 소로스가 없으면 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다. 이들에게 있어 경영권 방어는 의미가 없다.
상속세를 다 내고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세계 각국은 지배주주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차등의결권제도나 포이즌 필(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을 운영함으로써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주평등·자본충실 원칙이라는 70년대의 회사법 원칙에 얽매여 국내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통해 백기사로 나설 수 있는 길도 막아 놓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금융회사를 통해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차단해 버렸다. 또한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히 소유지분 현황을 공개토록 함으로써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는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충분한 지분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상속·증여세를 통해 피상속인의 지분을 반으로 줄임으로써 우리 기업들을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캐나다·이탈리아·푸르투갈·스웨덴처럼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이 상속 또는 증여되는 경우 과세를 유보했다가 차후에 피상속인이 경영권을 포기하고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로써 최소한 국내 기업들이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상속세 폐지 논쟁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정부기관으로서의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 일고 있는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정부는 단순히 부의 세습을 차단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이를 비판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국내 기업들이 상속세 등을 통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고 항변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 최근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연방 상속세를 폐지하면 투자가 촉진돼 17만~2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수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하였다. 부디 정부는 조속히 포퓰리즘의 망령을 떨쳐버리고 진정 국가경제를 위해 필요한 세제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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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상속이 기업지배구조와 상속·증여세 두 가지 측면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일견 경영권 상속 문제는 기업지배구조보다는 상속·증여와 더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경영권 상속 문제는 세제보다는 기업지배구조에 비중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기업지배구조는 해당 기업의 경영효율성과 관련이 있는 반면, 상속·증여세는 그 기업보다는 경제 전체적인 소득 분배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지배구조란 관점에서 그동안 벌어진 공방을 짚어 보기로 한다. 일부에서는 경영주 일가가 좌지우지하고 총수가 경영권을 직계비속에게 승계하는 기업은 경영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고 국가경제에도 커다란 손실을 미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비판의 대상이 된 대기업들의 경영효율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쟁점이 기업지배구조로부터 상속·증여세로 옮겨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비록 탈세는 아니더라도 편법으로 지분과 경영권을 승계하려던 기업인에 대해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우물 안’ 공방에서 벗어나 밖으로 눈을 돌려 보자. 세계 각국의 세제를 살펴보면 외국은 앞다퉈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고 있다. 홍콩은 이미 내·외국인은 물론 영구거주자에게도 상속세 부과를 전면폐지했다. 싱가포르가 2∼3년 내 상속세를 폐지할 예정이고, 대만도 상속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출 예정이다. 아시아 국가뿐이 아니다. 캐나다는 1972년에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속 시점과 처분 시점의 차액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세제를 고쳤다.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상속한 경우 이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피상속인이 경영권을 포기하고 이를 처분하는 경우에 한해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긴다. 경영주가 상속세로 인한 경영권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세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 세법상 상속이나 증여분의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강제하고 있어 상속·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어렵사리 경영권을 넘겨받더라도 지분이 희석된 나머지 항상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장기적인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장이 발휘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권 상속을 단지 부의 세습이라고만 보고 현행 세제를 고집한다면 정부는 포퓰리즘적인 행태로 국가경제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속세 논쟁과 관련해 정부는 “재계가 경영능력과 윤리 문제를 세금 탓으로 돌린다”고 비판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행 상속세율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결코 높지 않고 더구나 가업 승계 시 최대 15년간 분할납부를 인정해 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영권 승계가 가업 승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자체가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독일은 사회민주주의를 택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과세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인들도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처럼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에 앞장선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MS의 경영권을 빼앗기더라도 본인이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재산을 가지고 새로운 경쟁력 있는 회사를 설립·운영할수 있다. 그리고 조지 소로스는 제조업자가 아니고 전문 투자자다. 조지 소로스가 없으면 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다. 이들에게 있어 경영권 방어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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