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등 국제회의 사전조정 의혹”
“G8 등 국제회의 사전조정 의혹”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세계적인 거부 록펠러, 부시 대통령….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런 세계적인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어떻게 될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톱 뉴스거리인 이들이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아마 월드컵 못지않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과 논의 내용은 실시간으로 해외토픽으로 올라오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들은 베일에 가려진 채 비밀 모임을 한다. 그것도 올해로 벌써 52년간이나. 최근 베일에 가려진 세계적인 ‘그림자 정부’ 빌더버그는 또 한번의 모임이 있었다. 유럽과 북미의 정치 엘리트들과 영향력 있는 기업인들이 매년 극비리에 모여 국제적 이슈를 논의한다고 알려진 빌더버그 회의가 지난 6월 8일부터 3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다. 올해의 참석 인사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석유 왕’ 록펠러의 후손 데이비드 록펠러,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 코카콜라·크레디스위스 등 유력 기업인과, 이라크·스페인·그리스 등 각국의 정부 관료, 언론사 대표 등 100여 명이었다. 이들은 8일 오타와 공항에 도착해 빌더버그를 상징하는 ‘B’ 표시를 든 리무진 기사들의 영접을 받으며 회의가 개최되는 브룩스트리트 호텔로 이동했다.
석유와 이란 핵문제, 테러 등 논의 이들은 오타와 교외에 위치한 브룩스트리트 호텔에서 세계 석유시장,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한 안보 문제, 테러리즘, 이민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현 시점의 가장 민감한 국제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제들이다. 모임의 당사자인 그들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문제들이지만, 이들의 정확한 회의 내용과 결과는 모두 비밀에 부쳐진다. 베일에 가려진 소문만 무성한 ‘그림자 정부’가 올해에도 되풀이된 것이다. 최고위급 유명 인사가 100여 명이나 모여 세계 중대사를 논의하는데도 전 세계 언론은 AFP에서 전한 짤막한 개최 소식 기사만 되풀이할 뿐 이상할 정도로 취재를 아끼고 있다. 거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석유문제, 외교, 세계 경제 등 굵직한 주제로 토론하는데도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지 언론조차 외신기사를 그대로 내보냈을 뿐, 어떠한 후속 취재 의지도 없어 보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빌더버그 회의가 워낙 철저한 보안 아래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을 통째로 빌려 이뤄지는 이 회의는 경찰들이 완벽하게 호위하고 있고 호텔 직원도 철저히 가려진다. 계약직은 물론 경력이 짧은 모든 종업원은 모두 출입이 금지되고 경험이 풍부한 지배인급으로만 최대한 출입을 제한하고 모두에게서 비밀 서약을 받는다. 비공식 확인된 빌더버그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참석자들 역시 회의 기간 중 언론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추후에도 모임에서 논의된 사항은 함구한다는 비밀서약을 사전에 한다. 비밀스럽기로 유명한 로마 가톨릭 추기경단의 교황 선출 비밀회의 ‘콘클라베’보다도 더 비밀스러운 모임이다. 심지어 빌더버그만 전문 추적하는 인터넷 사이트(bilderberg.org)조차 의문투성이다. 누가 관리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 사이트에는 잡다한 내용들과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호텔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온 호텔 외부 전경 사진만이 가득하다. 회의 내용을 소개한다는 코너에는 주제와는 상관없는 정보들이 올라와 있다. 모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로는 전혀 이용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언론은 해마다 빌더버그 측에 의해 지정된 몇몇 매체에만 뿌려진 출처를 알 수 없는 팩스 보도자료를 통해 개최국과 장소, 참석자 명단 일부만을 보도할 뿐이다. 취재가 원천적으로 어렵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 언론이 시위에 가까운 침묵을 지키는 것은 또 다른 의혹만을 낳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유력 언론의 사주들도 끼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LA 타임스, ABC, CBS, NBC 등 유력 언론사 사주 등이 매년 이 회의에 참석하고, 현직 취재 기자도 간간이 동석하지만 그들 역시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신비주의적 회의 방식 때문에 주요 정책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하고 민주적 절차를 회피하며 세계 지배를 꿈꾸는 의문스러운 모임이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외관계협의회(CFR)와 3자위원회(Trilateral Com mission) 등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 정부’의 한 실체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이어진다. 매년 회의를 추적하고자 따라다닌다는 스페인 출신의 대니얼 에스투린은 “그들은 지구상의 모든 천연자원을 통제할 목적으로 엘리트 그룹이 지배하는 세계 정부를 창설하려 한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그러나 회의 참가자인 리처드 펄 전 미국 국방정책 자문위원장은 “우리는 개인적으로 여러 의견을 나누기 위해 모였을 뿐”이라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사적인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매우 많다. 우선 이들의 보안을 여러 국가기구가 조직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수십 년간 이 비밀회의만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74세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파커와 모임 대내외의 사진을 추적해 온 다니엘 에슐린은 취재 도중 이스라엘 정보부의 추적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러 온라인 매체에 이를 게재해 자신이 겪었던 황당한 일들을 알리고 있다. 빌더버그 모임 장소의 제1 조건은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질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1998년 회의를 취재코자 했던 영국 조간신문 데일리 메일의 프리랜서 기자 토머스 캠벨은 더 심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회의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회의 장소인 턴베리 호텔에서 500야드 떨어진 근처 저택에 머무르며 모임의 동정을 살폈다. 하지만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채 하루도 안 돼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1층 주인 여성에게 불쑥 한 남자가 찾아와 토머스가 호텔 직원과 말다툼했다는 둥, 누군가가 항상 지켜보는 것 같으니 주의하라는 둥 이상한 말을 전하고 떠나더니 잠시 후에 두 명의 경찰이 와서 기자를 연행해 8시간이나 붙잡아두었다고 한다. 그가 받은 혐의는 경찰들이 찾아오기 바로 직전에 아래층 주인여성을 찾아왔던 그 남성이 전한 대로 기자가 호텔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그 시각 그는 분명 그 저택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는데도 말이다. 그는 “나는 무슨 커다란 공공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다루어졌다”며 “신발·벨트·안경 심지어 결혼반지까지 빼앗겼으며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 자국 내 공인 기자협회에 이를 보고했지만 그 뒤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조직적인 보안 지원이 있다는 것은 이 모임을 위해 누군가는 꾸준히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국가의 공권력까지 동원해 계속 비공개를 고집해 온갖 추측과 음모론을 사고 있으면서도 빌더버그 모임이 계속 비공개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개해서 그들에게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영국의 전 신문기자 고스링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역시 이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가설을 세우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어렵게 취재에 성공한 영국 경제전문가이자 1997 빌더버그 진행위원이었던 윌 후튼은 “모임에서는 세계 수뇌들이 세계경제 발전방안 등을 논의한다. 공식적인 의제는 없으며, 참가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다보스포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석자들, “개인적 모임일 뿐” 우리는 주요 의제에 대해 어떠한 중대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 그냥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유로운 모임을 갖는 것이다. 다만 즉각적인 여론이나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매우 솔직한 의견 교환이 가능하므로 참석자 모두 이를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 외교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단지 비공개라고 해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공개 이유를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일간지 ‘더스코츠맨’ 인터넷판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98년 스코틀랜드 턴베리 호텔의 회의 참석자는 “참석자들은 개인 자격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일이 알려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로 솔직할 수 있도록 비공개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유가 모임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임을 강조하는 몇몇 이의 공개 발언은 놀랍도록 일치해 의심의 눈초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떤 발언은 사람과 매체만 다를 뿐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기도 하다. 이들은 특히 모임에서는 어떠한 통합된 결론이 없다는 것을 유난히 강조해 오히려 반대로 이 모임에서 주요 의제의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1975년 회의에 참석한 보수적 기고가 윌리엄 버클리는 “토론 내용을 가지고 본국에서 발표했을 때 만약 이에 따르는 개인적 이득이 있다면 그들은 토의내용을 공개할까? 대답은 ‘절대 아니다’다. 왜냐하면 회의에 초대받는 순간 그들은 이미 빌더버그 사회의 시민이고, 그 법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사회에서 추방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 룰을 깨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론은 모임의 창시자인 네덜란드의 베른하르트 왕자가 쓴 1962년 자서전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이미 국가를 기반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을 한 국가나 정부의 이익을 뛰어넘는 진정한 세계 지도자로 다시 교육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해 모임의 목표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한번 가입하면 개인의 이기와 조국의 뿌리도 잊고 ‘빌더버그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내부 영향력까지 막강한 빌더버그. 어떤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기에 전 세계 네티즌조차 따돌릴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것인가.
세계 지도자 데뷔 무대 베일에 가려진 거물들의 교류 장이라고만 치부하고 말기에는 이 모임의 추측 영향력은 너무도 막강하다. 유로화와 유럽연합(EU)을 만든 것도 빌더버그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설이 있는 등 이 회의의 위상은 파악할 수 없기에 더욱 궁금증을 산다. 더욱이 이 회의는 실질적으로 그간 세계 지도자들의 데뷔 무대가 되기도 했다. 91년 독일 바덴바덴회의 때는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3년 회의 때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노동당 당수가 각각 참석해 국제적 유력인사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자리로 활용했다. 실제적으로 세계 정치·경제계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인 것이다. 개인 차원의 모임이라고 주장하나 네덜란드 레이덴에는 본부까지 두고 있다. 이 모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역시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알려지기로는 유럽 통합운동을 벌인 외교가 조지프 레팅거가 산파 역할을 했다고 한다. 폴란드 난민 출신인 그는 끊임없이 유럽 각국을 떠돌며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마침내 1948년 헤이그에서 열린 첫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를 발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때 그는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해 800명의 참석자 명단을 일일이 자기 손으로 작성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레팅거는 1950년 네덜란드의 베른하르트 왕자와 벨기에 총리 파울 반 젤란트에게 ‘세계 문제를 논의하는 비밀회의’를 열자고 제안했고, 유대계 은행가인 로스 차일드 등의 재정적 후원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시작부터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다 보니 초기 빌더버그 모임과 나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심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모임의 주요 참석자 중 한 명인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의 아버지이자 모임의 창시자 베른하르트 왕자가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임에 자금줄을 댄 전설적인 금융가 로스차일드는 ‘프리메이슨’을 조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빌더버그 추적 사이트(bilderberg. org)에 따르면 ‘빌더버그 회의’라는 명칭도 이 첫 번째 회의가 열린 빌더버그 호텔에서 그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빌더버그의 회원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운영위원회가 매년 참가자를 엄선한다. 운영위원회에서 가려낸 100명 정도의 인사에게는 개별적으로 초청장이 보내지고 상시 참가자와 특별게스트는 서로 다른 종류의 초청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드시 초청장을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다. 회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매년 유럽·미국·캐나다의 호텔에서 한차례 주말을 끼고 비공개로 모여 국제정세와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알려진 이 회의의 실체 전부다. 모임의 초기 목적은 당시 갈등을 빚던 유럽과 미국 간 엘리트들을 결속시키기 위해서였고 현재에도 여러 참석자는 개인적인 정보교환과 사교의 차원이라고 주장하나, 해마다 초청되는 특별게스트가 특정 분야에 치중되는 것을 보면 미리 준비된 의제에 따라 세계적인 주요 이슈를 다루는 것이 틀림없다. 간간이 드러나는 것만 하더라도 이 모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2005년도 회의에 참석한 잡지 ‘아메리칸 프리 프레스’의 짐 터커는 2005년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의 세금부담률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곧바로 같은 해 유엔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식으로 이들의 모임은 같은 해에 열릴 G8 정상회담 의제도 산정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다 보니 빌더버그 회의 때 비밀리에 세계 주요 이슈의 실제적인 결론이 모두 완성되며, 공식 국제회의에서는 이를 포장해 발표만 한다는 의심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클린턴이 갑작스럽게 99년 “NGO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했다”고 발언한 것도 회의 때 참석한 후 일종의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회의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로버트 베틀리가 ‘월 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빌더버그 회의가 세계화를 위해 순수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발언이다.
회의 주체는 유럽계 실체도 없이 누구 하나 명명백백하게 설명해 주는 주체도 없이 막강한 영향력만 하나 둘 확인되고 있는 빌더버그 회의에는 도대체 누가 왜 참석하는 것인가. 운영위원회에는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 ‘이라크 전쟁 설계자’로 알려진 리처드 펄 전 미 국방부 자문역, 피터 서덜랜드 골드먼삭스 회장,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강경 보수파 대표격인 폴 울포위츠 신임 세계은행 총재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도 빌더버그의 유명한 열혈회원이다. 애초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의 인사들로만 구성되는 이 회의에는 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는 아예 참석이 불가능하다. 다만 일본은 제3세계 대표라는 자격으로 80년대 이후로 간간이 참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회의의 주체는 역시 유럽계가 쥐고 있다. 회의의 시초가 된 네덜란드 왕가와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독일·프랑스·영국 등 북유럽의 유력 정치인도 대거 참석한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에티엔 다비뇽은 빌더버그 모임의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빌더버그의 수장으로 알려진 에티엔 다비뇽은 모임의 목적은 그저 세계적인 어젠다를 정리하는 것일 뿐이라며 애써 음모론을 부정했다. 그는 BBC의 ‘누가 당신의 세계를 지배하는가?’라는 코너에 나와 빌더버그 역사상 처음으로 적극적인 해명을 했다. “나는 우리 모임이 어떠한 지배적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세계적 지배 집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한 개인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다른 이들이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듣고자 모이는 것뿐이다. 어디에나 음모론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훨씬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상황에서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을 모두 통제하는 근본적인 계획이란 불가능하다. 음모론은 인류 역사상 언제나 존재하던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음모론 자체가 우리의 모임을 중단할 만큼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도 않다”며 음모설을 부인하는 데에 인터뷰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 빌 헤이튼은 “음모에 관한 의혹을 없애는 데에 초점이 있다기보다는 다른 내용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북미 인사들의 세계회의? 모임의 또 다른 축인 북미 그룹은 단골 참석자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이고 네오콘의 영웅 나탄 샤란스키, 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의장, 제록스 CEO 폴 알래어 그리고 전직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리처드 홀브룩 등 다양한 인사가 포진해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의회의의 관계자들도 모임에 자주 초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뉴욕에 별도의 사무실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무실은 미 국세청의 인가를 받아 엑손, IBM 등에서 기부금을 받고 있는 자선단체로 등록돼 있다. 사무실 운영과는 별도로 포드, 록펠러, 카네기에서 거둬들인 기부금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모임의 구성원이 유럽과 북미인사들로만 채워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화를 부르짖고 세계적인 이슈를 논의한다면서 정작 일부 지역의 소수층만이 비밀리에 회의를 한다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역으로 같은 이유를 내세워 자신들만의 비밀회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대중(제3세계는 이들에게는 그저 대중일 뿐이다)의 무지와는 별도로 소수 엘리트들이 진정으로 미래의 세상을 논의해 이끌어야 한다고 올바른 세계화가 이뤄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거대한 음모를 가진 조직적인 그림자 정부의 요체이든, 그저 소문만 무성한 고위인사들의 비밀회동이든 그것은 차라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계속해 그 모임에 의심을 갖고,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는 것은 우리도 그 모임 속에 들어가고 싶어서가 아닐 것이다. 갖가지 국제기구가 엄존하고, 표면상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꽃피우고 있는 이때에 이런 소수 엘리트가 공공연한 비밀회의체를 계속 운영한다는 것이 우리 후손들에게는 어떻게 기록될지,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우리들은 왜 그 모임에 대해 알면 안 되는 것인지 설명해줄 수 없는 것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빌더버그, 이제 그들이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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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이란 핵문제, 테러 등 논의 이들은 오타와 교외에 위치한 브룩스트리트 호텔에서 세계 석유시장,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한 안보 문제, 테러리즘, 이민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현 시점의 가장 민감한 국제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제들이다. 모임의 당사자인 그들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문제들이지만, 이들의 정확한 회의 내용과 결과는 모두 비밀에 부쳐진다. 베일에 가려진 소문만 무성한 ‘그림자 정부’가 올해에도 되풀이된 것이다. 최고위급 유명 인사가 100여 명이나 모여 세계 중대사를 논의하는데도 전 세계 언론은 AFP에서 전한 짤막한 개최 소식 기사만 되풀이할 뿐 이상할 정도로 취재를 아끼고 있다. 거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석유문제, 외교, 세계 경제 등 굵직한 주제로 토론하는데도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지 언론조차 외신기사를 그대로 내보냈을 뿐, 어떠한 후속 취재 의지도 없어 보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빌더버그 회의가 워낙 철저한 보안 아래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을 통째로 빌려 이뤄지는 이 회의는 경찰들이 완벽하게 호위하고 있고 호텔 직원도 철저히 가려진다. 계약직은 물론 경력이 짧은 모든 종업원은 모두 출입이 금지되고 경험이 풍부한 지배인급으로만 최대한 출입을 제한하고 모두에게서 비밀 서약을 받는다. 비공식 확인된 빌더버그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참석자들 역시 회의 기간 중 언론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추후에도 모임에서 논의된 사항은 함구한다는 비밀서약을 사전에 한다. 비밀스럽기로 유명한 로마 가톨릭 추기경단의 교황 선출 비밀회의 ‘콘클라베’보다도 더 비밀스러운 모임이다. 심지어 빌더버그만 전문 추적하는 인터넷 사이트(bilderberg.org)조차 의문투성이다. 누가 관리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 사이트에는 잡다한 내용들과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호텔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온 호텔 외부 전경 사진만이 가득하다. 회의 내용을 소개한다는 코너에는 주제와는 상관없는 정보들이 올라와 있다. 모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로는 전혀 이용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언론은 해마다 빌더버그 측에 의해 지정된 몇몇 매체에만 뿌려진 출처를 알 수 없는 팩스 보도자료를 통해 개최국과 장소, 참석자 명단 일부만을 보도할 뿐이다. 취재가 원천적으로 어렵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 언론이 시위에 가까운 침묵을 지키는 것은 또 다른 의혹만을 낳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유력 언론의 사주들도 끼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LA 타임스, ABC, CBS, NBC 등 유력 언론사 사주 등이 매년 이 회의에 참석하고, 현직 취재 기자도 간간이 동석하지만 그들 역시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신비주의적 회의 방식 때문에 주요 정책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하고 민주적 절차를 회피하며 세계 지배를 꿈꾸는 의문스러운 모임이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외관계협의회(CFR)와 3자위원회(Trilateral Com mission) 등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 정부’의 한 실체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이어진다. 매년 회의를 추적하고자 따라다닌다는 스페인 출신의 대니얼 에스투린은 “그들은 지구상의 모든 천연자원을 통제할 목적으로 엘리트 그룹이 지배하는 세계 정부를 창설하려 한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그러나 회의 참가자인 리처드 펄 전 미국 국방정책 자문위원장은 “우리는 개인적으로 여러 의견을 나누기 위해 모였을 뿐”이라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사적인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매우 많다. 우선 이들의 보안을 여러 국가기구가 조직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수십 년간 이 비밀회의만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74세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파커와 모임 대내외의 사진을 추적해 온 다니엘 에슐린은 취재 도중 이스라엘 정보부의 추적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러 온라인 매체에 이를 게재해 자신이 겪었던 황당한 일들을 알리고 있다. 빌더버그 모임 장소의 제1 조건은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질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1998년 회의를 취재코자 했던 영국 조간신문 데일리 메일의 프리랜서 기자 토머스 캠벨은 더 심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회의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회의 장소인 턴베리 호텔에서 500야드 떨어진 근처 저택에 머무르며 모임의 동정을 살폈다. 하지만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채 하루도 안 돼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1층 주인 여성에게 불쑥 한 남자가 찾아와 토머스가 호텔 직원과 말다툼했다는 둥, 누군가가 항상 지켜보는 것 같으니 주의하라는 둥 이상한 말을 전하고 떠나더니 잠시 후에 두 명의 경찰이 와서 기자를 연행해 8시간이나 붙잡아두었다고 한다. 그가 받은 혐의는 경찰들이 찾아오기 바로 직전에 아래층 주인여성을 찾아왔던 그 남성이 전한 대로 기자가 호텔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그 시각 그는 분명 그 저택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는데도 말이다. 그는 “나는 무슨 커다란 공공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다루어졌다”며 “신발·벨트·안경 심지어 결혼반지까지 빼앗겼으며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 자국 내 공인 기자협회에 이를 보고했지만 그 뒤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조직적인 보안 지원이 있다는 것은 이 모임을 위해 누군가는 꾸준히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국가의 공권력까지 동원해 계속 비공개를 고집해 온갖 추측과 음모론을 사고 있으면서도 빌더버그 모임이 계속 비공개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개해서 그들에게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영국의 전 신문기자 고스링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역시 이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가설을 세우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어렵게 취재에 성공한 영국 경제전문가이자 1997 빌더버그 진행위원이었던 윌 후튼은 “모임에서는 세계 수뇌들이 세계경제 발전방안 등을 논의한다. 공식적인 의제는 없으며, 참가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다보스포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석자들, “개인적 모임일 뿐” 우리는 주요 의제에 대해 어떠한 중대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 그냥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유로운 모임을 갖는 것이다. 다만 즉각적인 여론이나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매우 솔직한 의견 교환이 가능하므로 참석자 모두 이를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 외교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단지 비공개라고 해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공개 이유를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일간지 ‘더스코츠맨’ 인터넷판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98년 스코틀랜드 턴베리 호텔의 회의 참석자는 “참석자들은 개인 자격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일이 알려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로 솔직할 수 있도록 비공개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유가 모임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임을 강조하는 몇몇 이의 공개 발언은 놀랍도록 일치해 의심의 눈초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떤 발언은 사람과 매체만 다를 뿐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기도 하다. 이들은 특히 모임에서는 어떠한 통합된 결론이 없다는 것을 유난히 강조해 오히려 반대로 이 모임에서 주요 의제의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1975년 회의에 참석한 보수적 기고가 윌리엄 버클리는 “토론 내용을 가지고 본국에서 발표했을 때 만약 이에 따르는 개인적 이득이 있다면 그들은 토의내용을 공개할까? 대답은 ‘절대 아니다’다. 왜냐하면 회의에 초대받는 순간 그들은 이미 빌더버그 사회의 시민이고, 그 법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사회에서 추방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 룰을 깨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론은 모임의 창시자인 네덜란드의 베른하르트 왕자가 쓴 1962년 자서전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이미 국가를 기반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을 한 국가나 정부의 이익을 뛰어넘는 진정한 세계 지도자로 다시 교육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해 모임의 목표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한번 가입하면 개인의 이기와 조국의 뿌리도 잊고 ‘빌더버그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내부 영향력까지 막강한 빌더버그. 어떤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기에 전 세계 네티즌조차 따돌릴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것인가.
세계 지도자 데뷔 무대 베일에 가려진 거물들의 교류 장이라고만 치부하고 말기에는 이 모임의 추측 영향력은 너무도 막강하다. 유로화와 유럽연합(EU)을 만든 것도 빌더버그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설이 있는 등 이 회의의 위상은 파악할 수 없기에 더욱 궁금증을 산다. 더욱이 이 회의는 실질적으로 그간 세계 지도자들의 데뷔 무대가 되기도 했다. 91년 독일 바덴바덴회의 때는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3년 회의 때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노동당 당수가 각각 참석해 국제적 유력인사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자리로 활용했다. 실제적으로 세계 정치·경제계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인 것이다. 개인 차원의 모임이라고 주장하나 네덜란드 레이덴에는 본부까지 두고 있다. 이 모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역시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알려지기로는 유럽 통합운동을 벌인 외교가 조지프 레팅거가 산파 역할을 했다고 한다. 폴란드 난민 출신인 그는 끊임없이 유럽 각국을 떠돌며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마침내 1948년 헤이그에서 열린 첫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를 발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때 그는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해 800명의 참석자 명단을 일일이 자기 손으로 작성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레팅거는 1950년 네덜란드의 베른하르트 왕자와 벨기에 총리 파울 반 젤란트에게 ‘세계 문제를 논의하는 비밀회의’를 열자고 제안했고, 유대계 은행가인 로스 차일드 등의 재정적 후원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시작부터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다 보니 초기 빌더버그 모임과 나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심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모임의 주요 참석자 중 한 명인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의 아버지이자 모임의 창시자 베른하르트 왕자가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임에 자금줄을 댄 전설적인 금융가 로스차일드는 ‘프리메이슨’을 조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빌더버그 추적 사이트(bilderberg. org)에 따르면 ‘빌더버그 회의’라는 명칭도 이 첫 번째 회의가 열린 빌더버그 호텔에서 그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빌더버그의 회원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운영위원회가 매년 참가자를 엄선한다. 운영위원회에서 가려낸 100명 정도의 인사에게는 개별적으로 초청장이 보내지고 상시 참가자와 특별게스트는 서로 다른 종류의 초청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드시 초청장을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다. 회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매년 유럽·미국·캐나다의 호텔에서 한차례 주말을 끼고 비공개로 모여 국제정세와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알려진 이 회의의 실체 전부다. 모임의 초기 목적은 당시 갈등을 빚던 유럽과 미국 간 엘리트들을 결속시키기 위해서였고 현재에도 여러 참석자는 개인적인 정보교환과 사교의 차원이라고 주장하나, 해마다 초청되는 특별게스트가 특정 분야에 치중되는 것을 보면 미리 준비된 의제에 따라 세계적인 주요 이슈를 다루는 것이 틀림없다. 간간이 드러나는 것만 하더라도 이 모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2005년도 회의에 참석한 잡지 ‘아메리칸 프리 프레스’의 짐 터커는 2005년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의 세금부담률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곧바로 같은 해 유엔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식으로 이들의 모임은 같은 해에 열릴 G8 정상회담 의제도 산정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다 보니 빌더버그 회의 때 비밀리에 세계 주요 이슈의 실제적인 결론이 모두 완성되며, 공식 국제회의에서는 이를 포장해 발표만 한다는 의심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클린턴이 갑작스럽게 99년 “NGO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했다”고 발언한 것도 회의 때 참석한 후 일종의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회의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로버트 베틀리가 ‘월 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빌더버그 회의가 세계화를 위해 순수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발언이다.
회의 주체는 유럽계 실체도 없이 누구 하나 명명백백하게 설명해 주는 주체도 없이 막강한 영향력만 하나 둘 확인되고 있는 빌더버그 회의에는 도대체 누가 왜 참석하는 것인가. 운영위원회에는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 ‘이라크 전쟁 설계자’로 알려진 리처드 펄 전 미 국방부 자문역, 피터 서덜랜드 골드먼삭스 회장,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강경 보수파 대표격인 폴 울포위츠 신임 세계은행 총재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도 빌더버그의 유명한 열혈회원이다. 애초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의 인사들로만 구성되는 이 회의에는 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는 아예 참석이 불가능하다. 다만 일본은 제3세계 대표라는 자격으로 80년대 이후로 간간이 참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회의의 주체는 역시 유럽계가 쥐고 있다. 회의의 시초가 된 네덜란드 왕가와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독일·프랑스·영국 등 북유럽의 유력 정치인도 대거 참석한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에티엔 다비뇽은 빌더버그 모임의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빌더버그의 수장으로 알려진 에티엔 다비뇽은 모임의 목적은 그저 세계적인 어젠다를 정리하는 것일 뿐이라며 애써 음모론을 부정했다. 그는 BBC의 ‘누가 당신의 세계를 지배하는가?’라는 코너에 나와 빌더버그 역사상 처음으로 적극적인 해명을 했다. “나는 우리 모임이 어떠한 지배적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세계적 지배 집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한 개인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다른 이들이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듣고자 모이는 것뿐이다. 어디에나 음모론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훨씬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상황에서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을 모두 통제하는 근본적인 계획이란 불가능하다. 음모론은 인류 역사상 언제나 존재하던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음모론 자체가 우리의 모임을 중단할 만큼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도 않다”며 음모설을 부인하는 데에 인터뷰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 빌 헤이튼은 “음모에 관한 의혹을 없애는 데에 초점이 있다기보다는 다른 내용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북미 인사들의 세계회의? 모임의 또 다른 축인 북미 그룹은 단골 참석자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이고 네오콘의 영웅 나탄 샤란스키, 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의장, 제록스 CEO 폴 알래어 그리고 전직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리처드 홀브룩 등 다양한 인사가 포진해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의회의의 관계자들도 모임에 자주 초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뉴욕에 별도의 사무실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무실은 미 국세청의 인가를 받아 엑손, IBM 등에서 기부금을 받고 있는 자선단체로 등록돼 있다. 사무실 운영과는 별도로 포드, 록펠러, 카네기에서 거둬들인 기부금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모임의 구성원이 유럽과 북미인사들로만 채워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화를 부르짖고 세계적인 이슈를 논의한다면서 정작 일부 지역의 소수층만이 비밀리에 회의를 한다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역으로 같은 이유를 내세워 자신들만의 비밀회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대중(제3세계는 이들에게는 그저 대중일 뿐이다)의 무지와는 별도로 소수 엘리트들이 진정으로 미래의 세상을 논의해 이끌어야 한다고 올바른 세계화가 이뤄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거대한 음모를 가진 조직적인 그림자 정부의 요체이든, 그저 소문만 무성한 고위인사들의 비밀회동이든 그것은 차라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계속해 그 모임에 의심을 갖고,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는 것은 우리도 그 모임 속에 들어가고 싶어서가 아닐 것이다. 갖가지 국제기구가 엄존하고, 표면상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꽃피우고 있는 이때에 이런 소수 엘리트가 공공연한 비밀회의체를 계속 운영한다는 것이 우리 후손들에게는 어떻게 기록될지,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우리들은 왜 그 모임에 대해 알면 안 되는 것인지 설명해줄 수 없는 것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빌더버그, 이제 그들이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빌더버그 회의에는 누가 참석하나 |
▶ 유럽파 = 베아트릭트 네덜란드 여왕,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북미파 = 부시 미국 대통령,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리처드 펄 미 국방성 고문, 럼즈펠드 미 국방부장관, 전 캐나다 총리 피에르 트뤼도, 장 크레티앙, 폴 마틴, 하퍼 ▶ 재 계 =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데이비슨 록펠러 전 체이스맨해튼 은행장,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 크라이슬러 회장, 조르마 오릴라 노키아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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