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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상담실] 복부 비만은 ‘현대의 역병’

[명의의 건강상담실] 복부 비만은 ‘현대의 역병’

앞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약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제대 백병원의 비만 전문의 강재헌 교수는 비만을 이제 미용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재헌 교수에게 배 자랑은 금물이다. 그는 복부 비만을 ‘현대의 역병’이라고까지 부른다. 과거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했듯 비만이 개도국을 포함해 전 세계 인류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 특히 남성의 복부 비만은 성인병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비만은 이제 미용만의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강 교수에게 비만의 위험성과 살 빼기의 원칙을 들었다.
고혈압·당뇨병·지방간의 원인 복부 비만의 희생자(?)는 주로 남성이다. 왜 그럴까. 복부 비만은 내장 지방과 피하 지방으로 나뉜다. 이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이 내장 비만이다. 문제는 호르몬이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이란 여성 호르몬이 피하에 지방을 축적하도록 유도하지만, 그렇지 않은 남성은 내장에 지방을 쌓아 놓는다. 물론 여성도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내장 비만이 된다. 내장 비만은 건강의 적신호다. 허리둘레가 90cm(36인치)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이란 ‘죽음의 서곡’이 울려 퍼진다. 내장 지방이 혈중 인슐린 수치를 높이면서 2차적으로 고지혈증·지방간·고혈압·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더욱이 내장 지방량 증가로 복압이 증가하면서 역류성 식도염·기능성 위장장애·신경인성 방광 등의 합병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복부 비만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15~20년 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주 4회 이상 유산소 운동이 해결사 자신이 입는 바지나 치마의 허리 치수에는 어느 정도 허수가 있다. 허리둘레는 배꼽을 중심으로 재야 하는데 실제 허리 아래쪽에 옷을 걸치기 때문에 2인치 정도 작게 계산된다. 자신의 바지 치수가 34인치 정도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한다. 뱃살이 허리와 복근 운동만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복근 운동을 하면 복근이 강화돼 내장 지방을 어느 정도 눌러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복근 위에 쌓인 지방은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태워야 한다. 복부 비만에 도움을 주는 운동은 역시 걷기와 달리기·자전거 타기다. 수영도 좋지만 숙련이 될수록 열량 소모가 적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1주일에 4~5회, 1일 1시간 정도 운동을 권한다. 아령이나 바벨 등으로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인체의 기초 대사율을 올려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지방이 소모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적게 먹는 게 무병장수의 길 식사요법의 기본 원칙은 평소 식사량보다는 줄이되 기초 대사율보다는 더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 대사율은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보통 섭취 권장량의 60~70%에 해당한다. 이보다 적게 먹으면 지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분해돼 에너지로 이용한다. 건강을 해칠 뿐더러 기초 대사율이 떨어져 결국 더 비만해진다. 바람직한 식사량은 비슷한 키의 보통 사람이 먹는 양의 60~ 70%를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된 식사요법 중 하나가 식사를 거르는 것이다. 식사를 거르면 기초 대사율이 떨어져 적게 먹고도 살이 찌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세 끼를 꼭 챙겨 먹되 매끼 식사량을 줄이고, 고열량 식품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름진 육류, 튀김, 라면·피자 등 인스턴트 음식이 고열량 식품들이다.
체지방 높이는 술자리 횟수 줄여야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할 술자리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 알코올은 1g당 7kcal(소주 한 잔 70kcal)의 열량을 내지만 실질적인 에너지로 쓰이진 않고 열로 발산된다. 특히 필수영양소가 없어 술만 마실 경우 팔과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여분의 알코올은 지방으로 바뀌어 내장 지방으로 차곡차곡 저장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안주다. 대부분의 안주는 고열량·고지방 식품이다. 안주와 술을 함께 먹으면 몸이 알코올을 먼저 처리하는 데만 지쳐 결국 나머지 음식은 소비되지 못한 채 체지방이 된다. 특히 술을 마시는 시간은 주로 밤 시간이라서 에너지가 사용되지 못하고 저장된다. 예컨대 소주 5잔에 삼겹살 1인분이면 950kcal, 여기에 식사까지 하면 하루 필요 열량의 절반을 저녁 술자리에서 섭취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술은 저혈당을 유발해 공복감을 준다. 밤이나 그 다음날 아침·점심 식사를 더 많이 먹게 하는 원인이 된다.
하루 10,000보 이상 걷고 활동량 늘리자 바쁜 현대인은 일상생활이나 업무 중 신체 활동량이 매우 적다. 따라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출퇴근 시 목적지의 정류장보다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택시를 이용할 때에도 목적지보다 조금 먼저 내려 걷는 습관을 길러 보자. 특히 점심 식사 후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도 좋다. 운동은 꼭 스포츠센터에서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계단을 올라갈 때 소비하는 열량은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와 맞먹는다. 집이나 사무실이 5층에 있는 경우 4층에서 내려 1층만 걸어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해 서서히 전체 계단을 걸어 올라가 보도록 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하루에 만 보 정도 걷는다면 이것만으로도 약 350~400kcal는 추가로 소비할 수 있다.


강재헌 교수


“값싸고 열량 높은 패스트푸드가 주범”
“비만은 이제 선진국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개도국은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통적인 슬로푸드가 실종되고, 값싸고 열량 높은 패스트푸드가 주범이지요. 세계의 장수촌조차 이제는 비만을 걱정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인제대 백병원 강재헌 교수는 가정의학 전문의로 전인(全人)치료를 하는 의사다. 그러다 보니 증가일로에 있는 성인병과, 그 뿌리에 비만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렇게 세부 전공으로 비만을 택한 지 올해가 꼭 10년째다. 그동안 강연은 물론 TV·신문·칼럼 등을 통해 비만을 개선하려는 운동을 계속 벌이고 있지만, 비만은 여전히 계속 늘고 있어 그를 무력하게 한다. “비만은 어른보다 어린 학생들에게서 더욱 심각합니다. 예컨대 40대 성인은 노년에 이르러 성인병이 나타나지만 학생 비만아는 30·40대에서도 성인병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엔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고도 비만아가 늘고 있고, 비만에 의한 고혈압·제2형 당뇨병이 어린 나이에서 발병해 심각성을 더해 줍니다.” 따라서 그는 “정부가 나서서 비만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래 뚱뚱한 사람을 게으르고 무절제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비만은 엄연히 사회적 질병이므로 암이나 고혈압 등 다른 질환처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마치 충치 치료를 개인에게 맡겼던 정부가 수돗물에 불소를 넣어 국민의 치아 건강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만을 국민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비만을 치료하는 약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제니칼이나 리덕틸은 지방흡수 저해나 식욕억제제로 비만치료의 보조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비만을 직접 치료하는 약들이 속속 등장할 예정이라는 것. “고혈압도 40년 전에는 운동이나 식사요법 등을 먼저 권했습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좋은 약들이 개발되면서 약물 중심의 치료가 정착됐죠. 비만 역시 늦어도 5년 이내에는 이런 약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현재 인제대 백병원 스포츠메디컬 센터에서 과학적인 비만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개인의 건강상태와 비만의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약물·식생활·운동 등 맞춤 처방을 해 주는 것이다. 특히 미용을 위한 비만치료보다 복부 비만·산후 비만·소아 비만 등 질병을 일으키는 난이도 높은 비만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는 또 ‘소아비만과 동반 대사이상질환에 대한 위험인자 분석 및 예방 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 정부 정책 과제도 다수 수행하고 있다.



강재헌 교수 1965년 서울 生 89년 서울대 의대 졸업 92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99년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2001~2002년 호주 시드니대 비만센터 교환교수 2006년 현재~ 인제대 다이어트연구소 소장,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겸 건강증진센터 소장, 지역사회영양학회 부회장, 대한비만학회 간행이사 *저서로 <119 여성클리닉>·<소아 비만, 엄마, 아빠가 도와주세요> · <임상비만학> ·<8주 웰빙 다이어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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