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몸집 커졌으나 여전히 ‘영양실조’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몸집 커졌으나 여전히 ‘영양실조’
코스닥시장이 7월 1일 열 번째 생일상을 받았다. 10년 새 코스닥의 몸집은 어른처럼 커졌다. 1996년 출범 초기 8조60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63조6000억원, 343개였던 상장법인이 932개로 불어났다. 거래대금도 96년 하루평균 14만 주, 21억원에서 시장이 절정기에 오른 99년 3000만 주, 4000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들어선 5억9000만 주와 2조원으로 불어났다. 약 700억 달러인 시가총액으론 미국 나스닥, 일본 자스닥, 영국 AIM에 이어 세계 35개 신시장 중 4위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나스닥에 이어 2위로 뛴다. 사람 나이로 치면 겨우 초등학교 5학년생인데 코스닥은 맏형 유가증권시장 못지않은 풍상을 겪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거품이 낀 데다 DJ 정부가 벤처지원 정책을 펴자 99년 코스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창설 3년여 만에 지수는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묻지마식 투자가 성행했고 시장은 머니 게임의 장으로 변질됐다. 2000년 늦봄, 결국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고 96년 100으로 출발한 지수는 2003년 40선으로 주저앉았다. 급기야 2004년 1월 갑자기 ‘곱하기 10’을 함으로써 지수를 부풀리기에 이른다. 요즘 지수 600선에 근접했다지만 유가증권시장처럼 원점(개장 시점=100)에서 보면 코스닥지수는 60선에 머문다. 갑자기 뚱뚱해지자 곳곳에서 성인병 증세가 나타났다. ‘○○게이트’라는 주가조작 스캔들이 터졌고, 코스닥 기업과 정치권이 연루되기도 했다. 한때 잘나가던 벤처들이 장부를 거짓으로 꾸몄다가 쓸쓸히 퇴장했다. ‘실적이 아닌 기대’로 평가받는 테마주가 난무했고, 테마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는 황량했다. IT에서 불기 시작한 테마 바람은 인수 후 개발(A&D), 게임을 거쳐 바이오ㆍ엔터테인먼트로 이어졌다. 커진 몸집과 달리 코스닥은 여전히 벤처ㆍ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통로라는 출범 목표에 비춰보면 현재진행형이다. 첫 상장 343개 기업 중 지금까지 상장이 유지된 경우는 135곳으로 생존율이 40%도 안 된다. 또 135곳 중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48개에 불과하다. 코스닥 벤처 중 영업이익이 적자를 낸 경우는 99년 10.3%에서 지난해 33.8%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경영 실적은 엉망인데 상장 당시 조달한 자금으로 벤처다운 과감한 투자는 사양한 채 적자를 메우거나 근근이 연명하는 ‘영양실조형 비만 기업’도 상당수다. 세계 4위 신시장이라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국내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넘는 개미들의 무대다. 주가 변동이 큰 점을 노려 수익을 올리려는 개인들이 기웃거릴 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는 낮다. 올 들어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회사가 부쩍 많아졌다. 토ㆍ일요일을 빼면 하루에 하나꼴로 주인이 바뀌었을 정도다. 상장심사 요건이 까다로워지자 우회 상장하는 조건 미달 기업도 늘어났다. 더구나 이들은 호재성 공시는 남발하고 악재는 뒤늦게 공시하거나 밝히지 않아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그러자 ‘코스닥 기업’이란 수식어가 이미지를 갉아먹는다고 판단한 우량기업들은 떠나고 있다. 이대로 두었다간 코스닥이 저질만 남아 판을 치는 ‘레몬(Lemon) 마켓’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물론 희망은 있다. 세계적인 IT 불황에 2002년 일본 나스닥이 철수했고, 2003년 독일 첨단기술주시장(Neuer Market)과 중소형주시장(SMAX)이 문을 닫는 와중에서도 코스닥은 불씨를 살려나갔다. 2000년과 지난해에는 직접자금 조달 규모가 유가증권시장을 앞서기도 했다. 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회전율(누적거래대금/평균시가총액×100)은 지난해 871.9%로 세계 1위다. 시가총액과 상장법인ㆍ거래대금 증가율로 본 성장성은 문을 연 지 30년이 넘는 나스닥을 능가한다. 10년 성장통이 공회전이 되지 않도록 코스닥을 기업 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상품(上品)이 모여드는 ‘피치(Peach) 마켓’으로 가꾸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높아진 美 경제 불확실성, 미국투자이민 ‘안정성 높은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 주목
2KG이니시스, 메이크샵·코드엠샵·코리아포트원 전용 일본 결제 서비스 선보여
3“멍냥이도 꿀잠 자야지”…시몬스, 반려동물 위한 첫 펫 매트리스 출시
4“순수한 목소리를 찾아서”…면사랑, 제3회 어린이 동요 합창제 개최
5왕이 중국 외교부장, 외교정책 및 대외 관계 입장 밝혀
6홈플러스, 회생채권 순차 지급…“소상공인 피해 없게 할 것”
7전 삼성 투수 윤성환,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선고
8"고용시장서 Z세대 날고 회계사 수요↑"...글로벌 고용 상황 분석해보니
9미래에셋증권, 개인투자용 국채 신규 5년물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