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수출 넘본다
중국 자동차 수출 넘본다
정부 지원과 한국·일본의 선례 교훈 삼아 북미 진출 시도 일본의 도요타·닛산·혼다가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시작한 지 20년 뒤, 급성장한 한국의 자동차 회사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런 선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제 자동차 후사경에 새로운 나라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이다.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룬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국경 너머로 진출할 곳을 넘보는 중이다. 그리고 중국의 5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르면 내년께 미국의 승용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을 넘보는 또 다른 외제차가 있느냐고? 아직은 없다. 중국이 그다지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은 대다수 업계 분석가가 동의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시장이 두 세대 전 일제 자동차의 침공을 받던 시절의 비효율적인 디트로이트 중심 독과점 체제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당시 일본은 도요타의 코롤라와 닷선 240Z 같은 멋있고 성능 좋은 자동차로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미국은 유럽을 좀 더 닮았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따라서 전 세계의 최고급 브랜드들로 복작거리는 시장이 됐다는 의미다. 요즘 미국 시장에서는 각국의 자동차들이 낮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맹렬한 기세로 경쟁을 벌인다. 더욱이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한때 아시아나 유럽에서 수입된 값싸고 기능이 단순했던 차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도요타의 북미 법인 수석 부사장인 데니스 쿠네오는 “오늘날 가장 싼 값에 팔리는 자동차에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선보다 더 많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돼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관측에 따르면 중국제 자동차는 2009년에야 비로소 미국 시장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할 전망이다. 중국의 많은 자동차 회사가 그 시기를 앞당기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그렇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과거에 그랬듯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회의적인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또 브랜드의 매력을 높이고, 미국 내에 전국적인 유통·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준비하는 데에는 여러 해가 걸린다. 그러나 미국 진출을 촉진하는 요인도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극소수 자동차 대기업 사이에서 내수 시장을 장악하려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세계적인 브랜드로 나서는 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체 간 과열 경쟁이 벌어질 경우 가장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통합하라는 정부의 압력이 불가피하게 증대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무역 관련 잡지인 비즈니스 플리트의 간부 크리스 브라운은 이렇게 썼다. “중국제 자동차가 미국에 등장하는 일은 기정사실이다. 미국의 성숙한 자동차 시장이 새로운 차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의 수출 증대를 뒤에서 밀어주기 때문이다.” 업계 평가회사인 J D 파워 오토모티브 포캐스팅의 북미 지사 간부인 티나 잰치에 따르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의 많은 자동차 회사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저장(浙江)성에 있는 길리 오토모티브 홀딩스다. 길리 오토모티브의 전략은 선구자인 일본과 한국 자동차 회사들, 예컨대 비교적 미국 시장 신참자인 기아차의 전략을 모방하다시피했다. 값이 저렴한 자동차로 첫발을 내딛고, 소비자 선호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며,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하면서 서서히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길리 오토모티브는 미국인 존 하머가 이끄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중이다. 그리고 올해 6000대의 소형차를 시험판매 시장인 푸에르토리코에 수출했다. 길리 자동차 측은 자사의 세단이 미국의 자동차 전복 방지 기준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월 하머는 그 세단의 엔진은 미국의 배출가스 테스트에서 불합격됐다고 말했다(길리 자동차 본사 측은 이를 부인한다). 어떻든 J D 파워에 따르면 길리 오토모티브는 판매나 유통에 관한 세부사항을 아직 밝히지 않았고, 2009년 중반 이후에나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자사 제품들을 내놓을 전망이다. J D 파워는 길리 자동차가 2010년께 7500대 정도 팔린다고 예상한다. 길리 자동차의 전략에는 단점이 하나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은 소형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도요타의 캠리 같은 중형차, 렉서스와 BMW 같은 고급차, 그리고 트럭과 다목적스포츠차량(SUV) 같은 차종이다. 안후이(安徽)성에 본부를 둔 체리 오토모티브는 자동차 업계의 흥행업자인 맬컴 브리클린과 한팀을 이뤘다. 그런 고수익 차종 시장에 곧바로 진입하려는 목적에서다. “기본적으로 브리클린은 [초기 진입 단계를] 건너뛰고,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부문을 집중 공략하길 원한다”고 J D 파워의 잰치는 말했다. 일본 자동차의 미국 침공 초기인 1960년대 브리클린은 일제 소형차인 스바루를 미국에 수입한 사실로 유명하다. 1980년대에는 붕괴 과정에 있던 유고연방으로부터 그 악명 높은 유고 세단을 수입했다. 그의 새 전략은 무엇일까. 미국의 고소득층을 겨냥해 중국제 고급 자동차를 수입하는 일이다. “메르세데스·BMW·렉서스·재규어와 경쟁할 만하면서도 가격은 30% 저렴한 차들을 들여올 계획이다. 그런 브랜드의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들은 우리 차를 사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혼다·닛산·도요타·스바루를 사는 사람들은 우리 차를 구입하리라 본다”고 브리클린은 말했다. 1997년에 설립된 체리 자동차는 오늘날 중국에서 GM과 폴크스바겐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다. 아직 외국 회사와 제휴하지 않았으며 현대식 공장을 갖춘 체리 자동차는 브리클린의 급진적 계획에 딱 들어맞는다. 유럽에서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생산하며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라는 구상이다. 브리클린의 회사인 비저너리 비클스는 체리 자동차의 북미 지역 유통을 담당하면서 디자인을 책임지고 체리의 지분도 갖게 될 전망이다. 현재 그는 다섯 가지 디자인을 보유했다. 그중 하나인 딱딱한 접이식 지붕의 자동차는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 크로스오버형 SUV는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브리클린도 인정하듯이, 이 SUV는 “소비자가 원하는 5성(星) 등급의 차종은 아니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에어백을 장착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그 차종의 재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 만큼 1년 정도 출시가 연기될 전망이다.” 체리 자동차의 미국 시장 데뷔는 원래 2007년 말로 예정됐었다. 의외의 강력한 경쟁 상대는 난징 오토모티브다. 난징 자동차는 지난해 영국의 마지막 자동차 회사인 MG 로버를 인수했다. 최근 난징 자동차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신형 MG 로드스터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2008년부터 연간 1만2000~1만6000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 합작회사의 사장으로 내정된 듀크 헤일은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중국 경쟁사 제품들을 MG라는 유명 브랜드 이름으로 누르겠다고 장담했다. 사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과 제휴한 회사들은 그렇지 않다. 상하이 오토모티브는 GM과 폴크스바겐 모두와 제휴한 합작회사를 중국에 설립했다. 내년에 고유 브랜드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2010년께는 4만50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제휴 회사들이 먼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의 얘기다.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제 자동차는 GM·포드·크라이슬러처럼 유명한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 현지 합작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With DUNCAN HEWITT in Shang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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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을 뚫어라 수익성은 높지만 험난한 미국 시장을 노리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많다. 선두를 달리는 몇몇 기업을 소개한다. 길리: 컨설팅업체 J D 파워는 길리 자동차가 소형차 모델로 미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체리: 세계적인 수준의 자동차로 인정받는다.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생산된다. 난징: MG의 새 소유주가 된 난징 자동차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MG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할 계획이다. 상하이: 상하이 자동차는 제휴 회사인 GM과는 별도의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해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브릴리언스: 자사의 2만 달러짜리 세단이 도요타의 렉서스와 질적인 면에서 경쟁할 만하다고 주장한다. 오는 8월 미국 투어가 예정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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