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속에 책을 몇 권 챙겨 넣는 것은 어떨까. 한낮 숲 속에서, 밤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 숙소에서 책의 향기에 취해 보자. 포브스코리아가 CEO 5인으로부터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을 한 권씩 추천받아 소개한다.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남영선 (주)한화 사장 | ▶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아빈저 연구소 지음·이태복 옮김·333쪽·1만원 상자> | |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매일 매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겪는 많은 문제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상자’ 안에 갇힌 사람들이 상자 밖으로 나와 자유롭고 풍성한 삶을 영위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남영선 사장) 톰 캘럼은 10여 년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고 재그럼이란 기업의 생산부장으로 옮긴다. 재그럼은 이전 회사의 경쟁사이자 업계 1위 업체. 재그럼에는 새로 임용한 중견간부가 꼭 거치도록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경영진과의 면담. 다른 회사엔 없는 재그럼만의 절차다. 캘럼은 재그럼에 몸담은 지 한 달 지난 무렵 이 ‘통과의례’를 치른다. 캘럼은 직속상사인 부사장 버드 제퍼슨과 면담한다. 오후에는 사장이 합석하고, 이튿날엔 재그럼을 회생시키고 선두로 끌어올려 전설이 된 전 사장이 부사장과 함께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과의 면담은 일반적인 기업 문화에 젖어 있던 캘럼을 당혹케 한다. 이 책은 이런 가상 상황 속 대화로 전개된다. 캘럼은 부사장에게 1주일 전 일어난 일을 털어놓게 된다. 그는 사무실에 가까운 회의실에 자주 들러 여러 가지 업무를 구상하면서 화이트 보드에 메모를 하곤 했다. 그런데 한 여직원이 메모를 모두 지워 버렸다. 캘럼은 그 여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세워 놓은 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고 혼을 냈다. 부하 직원을 캘럼처럼 혼낸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상자는 아집이나 자기 이익 등을 뜻한다. 윗사람이 상자 안에 들어가면 아랫사람들도 저마다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간다.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상자를 나온 사람은 아집을 허물고 내 이익을 앞세우지 않는다. 부하 직원을 인간으로서 존중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이 기분 나쁘겠지’라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고 우호적인 표현을 써서 말한다. 캘럼은 “재그럼의 성공비결이 그렇게 단순한가”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부사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똑똑하고 숙련된 직원을 채용하는 일, 장시간 열심히 일하는 것, 또는 그 밖의 많은 요소의 중요성까지 소홀히 취급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대등한 인간으로 대접받을 때 영리한 사람은 더 영리해질 수 있고, 숙련된 사람은 더 숙련된 솜씨를 발휘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이 책을 쓴 아빈저 연구소는 미국의 경영교육·컨설팅 회사. ‘아빈저(arbinger)’는 고대 프랑스어로 ‘선구자’란 뜻이다.
한국의 열 가지 ‘화두’와 해법 손병두 서강대 총장 | ▶ 이필재 등 지음·283쪽·1만2,000원 | |
선진화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학생도, 학교도 서로 경쟁하게 하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학교 간 차별화가 이뤄져야 특색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고 경쟁력도 생긴다. 선진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외는 대안이 없다. 무엇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손병두 총장) 필자들이 이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보강하는 동안 2006 독일 월드컵이 열렸다. 한국팀의 경기에 축구팬들이 환성을 터트리고 탄식을 짓는 한 편에선 색다르면서도 새삼스런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일선 축구지도자의 70.8%가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 리더십의 부재를 가중시켰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원 성과급제를 확대하겠다고 하자 교원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북한은 결국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포항 지역 건설노조 시위대가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신차 공장 건설을 가로막았다. 이 같은 발표·사건들은 이 책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 ‘대한민국 열 가지 화두’의 상당수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해 뽑아 낸 열 가지 화두란 다음과 같다. 고용불안, 정치적 리더십 부재, 저출산·고령화, 집단이기주의, 경쟁력 낮은 교육, 노사 갈등, 기업활동 규제, 분단체제와 그 비용, 반기업·반부자 정서, 성장동력의 소진.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만 짚어 보자. 먼저 정치적 리더십 부재에 대한 처방이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세종과 같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정치 지도자로 세워지려면 국민이 그를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 각자가 깨어 있어야 하며 진지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사갈등을 풀려면 “법에 따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단기적이고 대증요법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집권 초기 친노동자적 정책을 펼쳤던 참여정부가 불법적인 파업을 벌이는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에 나서면서 노사관계의 법과 질서가 더욱 흐트러졌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는 노조 측에게 버티면 무리한 요구도 수용된다는 것을 경험하고 확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열 가지 화두가 더 이상 현안이 아닌 대한민국을 그리며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며 머리말을 마무리 짓는다.
‘착한 기업’이 번영한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기업의 사회공헌은 선택일까 아니면 필수일까. CEO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기업의 사회참여를 놓고 고민했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해 놓은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를 여름 휴가지에서 읽어 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이 책은 특히 세계 유수 기업의 사회참여와 관련된 많은 사례를 담고 있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구재상 사장) 기업의 사회참여는 이미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자리 잡았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8년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국제표준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정부와 기업·시민단체 등 120개 기관이 참여한 ‘사회적 책임 표준화 포럼’을 발족했다. 삼성·SK 등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 ▶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필립코틀러 등 지음·남문희 옮김·423쪽·1만8,000원 착한> | |
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 필립 코틀러와 소설 마케팅 서비스의 사장 낸시 리는 이 책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들이 말하는 ‘착한 기업’이란 공익 캠페인을 벌이고 자원봉사와 기부를 통해 사회공헌에 힘쓰는 기업이다. 코틀러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국제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은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그러나 기업의 의무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자선 활동 그 이상이며, 경제적 실익도 거둘 수 있는 비법이라고 주장한다.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그러려면 사회공헌 사업에도 영혼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무 이행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선행이어야 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로 이익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고 인재도 모이며 거래처와의 협력관계도 돈독해져 자연스럽게 이익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론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사회공헌은 진심을 의심받게 마련이며, 전략 없는 사회공헌은 돈만 날리고 마는 헛된 일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꼼꼼히 다루면서 40여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델(Dell)의 중고 컴퓨터 기부운동, 맥도널드의 조기 예방접종 프로그램 등 아동복지 개선 노력, 보디숍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그램’, 나이키의 환경을 고려한 상품 혁신, 스타벅스의 친환경적 커피콩 재배 등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사회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고유 영역을 개선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공헌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직원이 웃어야 회사도 웃는다 노희웅 행남자기 사장 2006년을 맞이하는 나의 다짐은 ‘많이 웃자’였다. 지금 나는 건강과 업무에 더 자신이 생겼으며 활기가 넘친다. 이런 나에게 <펀(fun) 경영> 은 매우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웃음을 통해 경영자와 종업원 모두를 회사의 주체로 이끌 수 있고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경영방식! 나의 웃음이 우리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펀 경영! 자, 어려울수록 더 웃어 봅시다! (노희웅 사장)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경영자 대상 사이트인 ‘SERICEO’에서 펀(Fun)을 주제로 국내 유명 경영자 627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CEO라면 마땅히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는 대답이 89.9%나 됐다. 또 ‘개인기를 연마하기 위해 혼자서 연습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9.9%에 이르렀다. 심지어 ‘회사를 위해서라면 철저히 망가질 수 있다’고 말한 사람도 무려 70.2%나 됐다. 20세기가 진지하고 심각한 베토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경쾌하고 발랄한 모차르트의 시대다.
| ▶ <펀 경영> 오익재 지음·312쪽·월간조선샤·1만2,000원 펀> | |
웃겨야 산다. 유머를 구사하고 남들의 농담 역시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새로운 재능으로 떠올랐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권위를 내던지고 회사에 웃음을 퍼뜨려 ‘신바람 나는 직장’ 분위기를 창조하는 ‘펀(Fun) 경영’이 불황을 이기는 새로운 생존 전략의 하나로 떠올랐다. 저자는 펀 경영을 내부 고객인 종업원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재미를 줘 만족시키고, 그 에너지를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돌리는 사람 존중 경영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고객이 왕이 아니라 종업원이 왕이며, 고객은 종업원 다음이어야 한다”고 말한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웨그먼즈 푸드 마켓’의 로버트 웨그먼 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종업원을 감동시켜야 기업이 산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우스웨스트항공사·주켄공업 등 국내외 다양한 ‘펀 경영’ 사례를 소개한다.
재미·정보 갖춘 와인 만화 우종익 아영FBC 사장 휴가 때 읽을 책이라면 굳이 딱딱한 경영 서적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신의 물방울> 은 비록 만화책이지만 그 수준과 재미는 웬만한 교양도서 못지않은 와인 전문서적이다. 와인을 잘 모르는 초보자라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와인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와인을 잘 아는 전문가라면 작가가 쓴 와인에 대한 시적 표현과 방대한 지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종익 사장) 이 정도 열기라면 일본 만화책 한 권이 국내 와인업계를 들었다 놨다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10만 부 이상 팔렸기 때문이 아니다. <신의 물방울> 은 지금껏 6권까지 나왔지만 매 권 출판될 때마다 이 책에 소개된 와인들이 매진 행렬을 이뤘다. 1권에 등장한 샤토 몽페라 2001년산은 이 책 때문에 수입되기 시작해 지금은 시중에서 구하기조차 힘든 와인이 됐다. 만화책 1권에 주인공이 5만원짜리 샤토 몽페라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최고급 와인인 30만원짜리 오퍼스 원보다 낫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찬밥 신세였던 부르고뉴 와인들도 이 책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부르고뉴 와인들은 섬세한 맛으로 애호가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지만, 비싼 가격으로 국내 와인업체들이 고가 제품을 제외하고는 수입을 주저해 왔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고, 잃었던 기억을 되찾기도 한다.
| ▶ <신의 물방울> 글 다다시 아지·그림 슈 오키모토·학산문화사·각 권 3,800원(현재 6권까지 발매) 신의> | |
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경희대에선 <신의 물방울> 에 등장한 부르고뉴 와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프랑스 현지 부르고뉴 와인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 소믈리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 경희대 고재윤 교수는 “와인 애호가들뿐 아니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 만화책이 화제”라며 “만화를 통해 부르고뉴 와인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국내 와인업체들도 바빠졌다. 두산주류BG에선 와인을 주문하면 이 책 한 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만화에 등장하는 와인의 일본식 발음이 애호가들 사이에 문제로 떠오르자 대유와인에선 감수를 자청하고 나섰다. 모두가 한국 와인 사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줄거리는 지극히 만화적이다. 그만큼 흡입요소도 강하다. 주인공 간자키 시즈쿠는 맥주 회사 말단사원으로, 일본 최고의 와인 평론가 간자키 유타카의 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맛과 향에 대해 영재교육을 받은 절대미각의 소유자이지만, 와인 지식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귀하고 값비싼 와인 컬렉션을 남긴다. 와인을 상속받으려면 아버지가 ‘신의 물방울’이라고 부른 와인을 찾아내야 한다. 와인 컬렉션을 손에 넣으려는 경쟁자이자 일본 최고의 젊은 와인 평론가가 주인공과 맞선다. 뻔한 줄거리지만 새로운 와인이 등장할 때마다 전개되는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다. 만화 특유의 과장된 표현은 와인이기에 용서된다. 신의> 신의> 신의> 펀(fun)> 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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