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금이 외롭지 않게 하려면?
태국 내 한류를 대표하는 세 단어를 꼽으라면 대장금·풀하우스·비를 들 수 있다. 2005년 말부터 방영을 시徘?대장금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태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9시 뉴스의 시청률이 10% 미만인데 비해 대장금의 최고 시청률은 20%에 근접했다. 어디를 가든, 어떤 계층의 사람을 만나든 간에 ‘콘 까올리(한국인의 태국식 표현)’임이 밝혀지면 대장금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L사는 대장금의 히로인을 태국 내 자사 광고 모델로 선정, 태국 전역에 한국인 배우의 얼굴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풀하우스의 인기로 태국 내 인지도가 급상승한 ‘비’도 올 초 대형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면서 태국 내 한류의 상징 중 하나로 떠올랐다. ‘Rainy Day in Bangkok’ 콘서트의 입장권은 모두 매진됐고 입장료는 2000~6000바트였다. 4000바트(약 10만원)가 태국 비숙련 노동자의 월 급여인 것을 보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인기뿐이다. 주윤발·왕조현 같은 홍콩 배우들이 한국 극장가를 휩쓸던 시절이 있었다. 천녀유혼·영웅본색을 필두로 수많은 홍콩 영화가 한국에 물밀듯 들어왔다. 한류, Korean Wave, Korean Fever 등 무엇으로 표현하든 태국 내 한류의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홍콩영화들이 ‘영웅본색의 총질로 대변되는 재미있는 영화’였던 것처럼, 태국의 한류는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일 뿐이다. 드라마 몇 편 재미있다고 해서 우리 제품의 태국 수출이 급증할 리 없다. 그러나 대장금의 인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서양사가 그리스도의 탄생 시점으로 구분되듯, 태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은 대장금으로 구분된다. 대장금 이전 태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객관적인 위상(2005년 기준 총 수출액 약 34억 달러, 태국은 한국의 16위 수출 대상국)에도 태국인에게 한국은 잊힌 나라였다. 태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의 위성국이고, 사회문화적으로는 중국의 형제국이다. 한·중·일 극동 아시아 3개국의 태국에서의 위상을 비교하자면 일본은 큰형님, 중국은 사촌형님, 한국은 남남 정도랄까? 특히 태국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누적, 신규 공통으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으며, 총수입 중 일본산의 비중도 30% 이상이다. 우리가 해외생산기지로 중국·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동안 태국은 온전히 일본의 앞마당으로 변했다. 일본계 승용차 메이커는 모두 태국에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태국의 일본차 점유율은 일본의 자국차 점유율보다 높다. 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가 강대국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 이상이 일본을 지목했을 정도다. 그러나 한류를 계기로 일본적인 것에 파묻혀 있던 태국인이 한국적인 것(반도체·TV·김치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DVD 판매/대여점의 Asian Series 분야 절반 이상을 한국 영화·드라마가 차지하기 시작했고, 태국 정부도 1970년대 한국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듯 한국의 문화콘텐트 진흥책을 배우겠다고 나서고 있다. 태국이 한류를 계기로 한국, 한국인, 한국의 문화, 한국적인 모든 것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낮은 품질의 콘텐트가 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한류’의 지속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태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10여 편이었으나 대작이나 웰메이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일부 예외도 있겠으나 콘텐트의 품질보다는 싼 가격이 수입의 주된 이유였으리라. 태국의 일본에 대한 편애를 뛰어넘어 한국, 한국 상품이 태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한류’가 좀 더 오랫동안, 좀 더 세게 불어야 할 것 같다. ‘한류’를 활용한 가시적인 상업적 성과보다는 ‘한류’를 계기로 태국과 먼저 친해져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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