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 출범 이후 4반세기를 맞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 이들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프로구단은 기업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만큼 그 효율성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포브스코리아는 해마다 메이저리그 구단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미국 포브스의 가치 평가 방법을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프로야구 8개 구단의 가치를 평가했다. 연고지 가치·티켓 판매량 등 일부 항은 그대로 적용했으나, 스타디움 가치처럼 양국 실정이 다른 부분은 따로 기준을 마련해 산정했다.
지난해 말 영화 <왕의 남자> 는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1,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비는 불과 70억원. 이에 비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 총 관중수는 340만여 명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오는 관중수가 한 편의 영화가 불러 모은 관객 수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는 얘기다. 지난해 8개 구단이 프로야구에 쏟아 부은 돈은 <왕의 남자> 제작비의 20배는 족히 넘는다. 프로야구 경기의 유료 입장권 평균 가격(3,742원)은 영화표(7,000원)의 절반 정도며, 관람 시간은 두 배 이상 긴 ‘라이브 공연’인데도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진 걸까. 지난 시즌 프로야구 한 경기당 평균 관중은 6,722명. 가장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잠실 야구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 수용인원의 25%에도 못 미친다. 1만2,000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지방 야구장 기준에 맞춰도 관중석 절반은 늘 텅 비어 있다. 반면 이승엽 선수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우 월드컵 기간 중에도 경기장은 늘 만원이었다. 요미우리 한 팀의 1년 관중 동원수는 370만 명으로, 국내 프로야구 전체 관중 동원 수보다 많다. 경제성만 따지면 한국 프로야구는 ‘폐업’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조이포스의 정희윤 사장은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가 수익 지상주의라면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승률 지상주의”라며 “대부분 모기업의 홍보 가치를 위해 승수 쌓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대부분 적자다. 입장권 수익은 구단 매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모기업의 지원금과 광고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모기업들은 이를 들먹이며 구단과 리그에 대한 질적 투자보다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구단들도 모기업의 지원에 익숙해져 수익구조에는 둔감한 듯 보인다. 구장 시설 투자도 지지부진하다. 10여 년 전부터 전용구장과 돔구장 건설, 대규모 시설 보수와 같은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지만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82년 이후 새로 지은 프로야구 구장은 인천의 문학구장 말고는 없다. 하지만 프로구단은 엄연히 기업이고, 프로야구는 산업이다. 투자가 많을 때는 그만큼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고 업계의 미래도 밝아진다. 포브스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기업의 잣대로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해 봤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난 투자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돈성’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삼성 라이온즈’가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서울과 부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연고지에도 불구하고 성적과 브랜드 가치에서 단연 돋보였다. 삼성의 ‘투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응룡-선동렬 사령탑은 둘째 치더라도 2000년부터 시행된 자유계약선수(FA) 제도에서 늘 ‘큰손’으로 군림해 왔다. 2004 시즌 이후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던 박진만·심정수는 물론 팀 내 FA를 선언한 김한수·신동주, 올해 초 FA로 풀린 임창용 등을 잡기 위해 무려 2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썼다. 올 2월 KBO 발표에 따르면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삼성의 2005년 평균 연봉이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1억원대를 넘어섰다. 이런 투자는 이번 가치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요한 잣대인 TV 중계방송 횟수만 보더라도 삼성 라이온즈(83회)는 꼴찌를 차지한 현대(23회)의 네 배에 가까웠다. 포브스코리아가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삼성은 최고의 구단으로 꼽혔다. KBS의 이동현 스포츠 중계제작 팀장은 “구단 가치에서는 모기업의 투자 규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연고지 프리미엄은 703억원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는 롯데자이언츠(886억원), 3위와 4위는 서울에 연고지를 둔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각각 차지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성적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톱3에 오르며 847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성적만 좋다면 1위까지 위협할 정도로 연고지나 관중 동원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산 베어스는 LG 트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 때문에 3위(884억원)에 올랐다. LG 트윈스는 최고의 연고지와 관중 동원수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 때문에 847억원을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기아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 9번 우승의 주역답게 성적과 브랜드 가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연고지 가치가 낮아 540억원으로 5위에 그쳤다. SK 와이번스는 인천 문학구장과 모기업 SK의 든든한 후원으로 많은 부문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441억원으로 6위에 머물러야 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연고지 가치와 방송등을 통한 홍보 효과가 낮아 361억원 가치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의 문제아로 떠오른 현대 유니콘스는 연고지 문제로 인해 최하 점수를 받았다. 브랜드 가치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으며 292억원에 머물렀다. 현대 유니콘스는 현대가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한 96년 이후 우승 4회, 플레이오프 7회 진출을 이뤄 낸 한국 프로야구의 명문 구단이다. 그러나 출범 초 서울로 입성하려던 계획이 모기업의 재정 문제로 무산돼 수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게 됐다. 완전한 연고지 정착이 되지 않은 탓에 매년 관중 동원은 성적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을 기록해 왔다. 특히 2003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는 한 경기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미국 포브스는 시장·스포츠·브랜드·스타디움 등 네 가지 부문에서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포브스코리아도 이를 따랐다. 시장 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가치로 환산했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 2000년 SK 와이번스가 창단할 당시 KBO에 납입했던 입단금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당시 SK 와이번스는 인천을 연고지로 사용하기 위해 KBO에 180억원을 지불했다. 현대 유니콘스는 이 금액의 3분의 1인 54억원을 SK 와이번스로부터 받았으나, 모기업인 하이닉스반도체가 부도나는 바람에 이 돈을 구단 운영비로 대부분 써 버렸다. 포브스코리아는 인천 연고지 가치 180억원을 토대로, 각 연고지 가치를 인구 규모에 비례해 산출했다. 이 경우 서울의 연고지 가치는 703억원이었다. 서울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이 금액의 절반인 351억5,000만원의 시장가치가 있는 셈이다. 정희윤 사장은 “과거 프로농구의 서울 연고지 프리미엄을 계산해 본 결과 98억원, 프로축구는 240억원가량 나왔다”며 “프로야구의 서울 프리미엄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고지 가치에 있어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와 함께 높은 가치를 받은 곳은 롯데 자이언츠다. 경남과 경북, 부산의 인구 규모를 고려했을 때 그 가치는 250억여 원으로 산정됐다.
‘성적’은 스포츠 가치의 중요한 잣대 시장가치와 함께 구단 가치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포츠(경기) 가치다. 스포츠 가치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경기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말한다. 경기 승리에 따른 매체 홍보 효과부터 TV 중계시 유니폼에 부착된 로고 노출 효과 등을 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스포츠 가치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성적이다. 시즌 중이나 포스트 시즌에 방송되는 프로야구 TV 중계방송의 편성 기준이 성적이기 때문이다. KBS 이동현 스포츠 중계제작 팀장은 “시즌 중에는 1, 2위를 다투는 등 성적이 좋은 구단들의 경기를 많이 방송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즌 중 경기에서 1승을 거둘 때마다 그날 저녁 방송은 물론 다음날 아침 스포츠 신문에는 승리팀이 큼지막하게 헤드라인으로 소개된다. 이런 홍보 효과도 돈으로 산출할 수 있다. 이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한양대 체육학과 김종 교수로부터 자문을 구했다. 김 교수는 과거 프로야구 경기에서 유니폼·신발·헬멧에 부착된 스폰서 기업 로고의 노출 빈도를 구하고, 이를 TV 광고로 볼 경우 그 가치가 얼마나 될지 계산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1위는 역시 삼성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74승 48패 4무를 거둬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4연승으로 우승을 달성했다. 이 성적으로 인해 방송 횟수도 8개 구단 중 최다였다. 지난해 케이블 방송에만 80번이 방송됐고, 지상파에는 3번, 라디오에선 1번이 방송됐다. 이 부문에선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등이 뒤를 이었다. 예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에 대해서는 별도로 프리미엄을 더했다. 선수 몸값 총액 역시 스포츠 가치 산정에 더했다. 선수들은 구단이 언제든지 팔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 삼성은 이 부문에서 49억8,0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꼴찌를 기록한 LG 트윈스(26억8,000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한편 선수 몸값 대비 가장 눈부신 성적을 거둔 구단은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지난해 선수 몸값 총액으로 불과 27억4,000만원(7위)을 썼지만, 시즌 2위까지 오르면서 ‘짠돌이 경영’의 진가를 보여 줬다. 연봉 총액이 높은 편인 롯데 자이언츠는 성적 가치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관중 동원수는 2위를 차지해 팬들의 높은 충성도를 보여 줬다. 브랜드 가치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의 인지도를 말한다. 포털 사이트 다음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1,614명의 네티즌 중 34.6%가 ‘브랜드 가치가 높은 프로야구 구단’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꼽았다. 그 뒤를 이은 롯데 자이언츠(19.1%)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포브스코리아는 응답 결과에 따라 연고지 가치에 비례해 브랜드 가치를 산정하고 각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역산했다. 그 결과 삼성 라이온즈의 브랜드 가치는 372억7,000만원으로, 이 부분 최하위를 기록한 현대 유니콘스(26억9,000만원)의 14배에 달했다. 스타디움 가치는 구단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스타디움의 수익을 말한다. 큰 스타디움을 이용하는 팀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더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구단들이 직접 스타디움을 운영하고 수익을 올리는 데 비해 국내에선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자체 소속이다. 국내에선 두산과 LG가 매년 30억원 이상의 사용료를 서울시에 내면서 잠실 야구장을 위탁 경영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 따라서 포브스코리아는 스타디움 가치를 향후 10년간 들어올 홈 관중의 예상 입장료 수익으로 제한해 가치를 산출했다. 여기선 서울 잠실 야구장을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1, 2위를 기록했다. 사직구장을 쓰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와 문학구장을 쓰고 있는 SK 와이번스가 그 뒤를 이었다. 가치 평가 결과는 구단 매출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일부 구단들은 ‘대외비’라는 이유로 매출을 밝히지 않았지만, 포브스코리아는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대한상의 등에 보고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각 구단의 최근 매출 자료를 모았다. 구단 매출은 입장권 수익·광고 매출·기업 지원금 등으로 구성된다. 모기업 삼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423억원으로 역시 1위를 차지했고, 롯데 자이언츠(216억원)·SK 와이번스(211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왕의> 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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