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풍수학] 비파 켜며 바다 걷는 신선 모습
[CEO 풍수학] 비파 켜며 바다 걷는 신선 모습
| ▶계양산에서 가현산으로 이어지는 신선 기운이 신도시를 불러왔다. | |
누군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추풍낙엽 같다’고 했다. 추풍낙엽-. 영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비바람과 함께 문득 찾아왔다. 외투 깃을 세운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척 빨라졌다. 겨울이 오기 전에 바람을 피할 집을 장만해야 하고 먹을 것도 구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듯이 산과 들의 나무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제 몸의 식구들을 낙엽이란 이름으로 떨쳐버리기에 바쁘다. 이런 와중에 ‘낙엽’처럼 날아온 신도시가 ‘검단’이다.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동(黔丹洞)은 본래 김포군 검단면이었다. 1995년 1월 인천광역시 출범과 함께 서구에 편입됐다. 동쪽은 김포시, 북쪽은 김포시 양촌면, 남쪽은 서구 검안동과 경계를 이룬다. 인천광역시에서 보면 가장 북쪽에 자리했지만 한강과 서해 사이에 끼여 있는 김포반도에서 보면 그 중심에 해당한다. 만약 김포반도가 없었다면 수도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비록 강화도가 북서쪽에서 막고 있지만, 서울은 그대로 서해에 노출된 항구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한강도 지금과 달리 행주산성쯤에서 끝나버려 바닷물이 서울 강남 탄천 하구까지 들어왔을 것이다. 서울의 이런 지형도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외부에 너무 노출돼 한 나라의 수도가 되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김포반도는 그런 점에서 서울을 가장 가까이에서 방어하는 요충지다. 김포평야를 주관하는 산이 계양산(桂陽山)이다. 김포공항 주변이나 인천공항고속도로 어디에서든 한눈에 들어오는 산이 바로 계양산이다. 경기도 부평의 진산이자, 김포평야와 강화도로 지맥을 이어주는 한남정맥의 마지막 주필산(駐弼山: 기를 모았다가 보내주는 산)이다. 그 모양이 마치 신선이 구름 위에 있는 것과 같다는 선인운중형(仙人雲中形)이다. 김포평야의 크고 작은 산과 구릉들이 모두 ‘구름’에 해당한다. 서구 백석동의 백석산, 검단동과 양촌면 경계의 가현산(歌絃山), 김포시 운유산(雲遊山), 양촌면의 학운산·수안산, 그리고 통진의 문수산 등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계양산은 장군으로도 볼 수 있다(지리에서 신선이나 장군은 같은 모양이다). 이는 계양산의 옛 이름이 안남산(安南山)인 점에서도 확인된다. 김포평야와 서울로 진입하려는 왜적을 계양산(장군)이 방어해 이 산 남쪽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계양산 이북의 백석산이나 가현산, 문수산은 장군 휘하의 부대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찍이 검단동 일대에 중소기업 공장들이 즐비하게 자리한 것도 계양산의 기운과 관련 있다. 신선들이 즐겨 먹는 불사의 약, ‘검단(黔丹)’을 조제하는 곳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해병대가 이곳에 자리한 것도 계양산의 장군 기상과 관련 있다고 하겠다. 검단신도시의 주산은 가현산이다. 이 산 서쪽이 금곡(金谷)동이다. 이 마을에서 쇠를 캤기 때문에 금곡이라 했다지만, 그보다는 가현산의 기운이 서쪽(오행으로 보면 金에 해당)에 모여 있다는 뜻이다. 가현산 아래 마을은 전체가 남서향인 곤방(坤方)으로 열려 있다. 남서향은 ‘모성’을 상징한다. 그런 점에서 검단 일대는 쇠를 만들 듯이 강한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장차 이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의 기상을 읽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곳의 판을 주관하는 계양산의 모습이 다양하듯이 가현산 역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서울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임무를 지니고 있는가 하면, 그 자신 비파를 뜯으며 서해 바다 위를 유유히 걸어가는 신선의 여유로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검단 일대가 신도시로 지정된 것은 그런 점에서 오래전에 예정된 운명이라고 하겠다. 이제 신도시로 선택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신선’을 쫓아내지 말고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유토피아를 세우는 길뿐이다.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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