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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두재벌‘보이지 않는 손’투자 막아

과두재벌‘보이지 않는 손’투자 막아

환영은 한다. 그러나 당근은 없다!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투자 진출 환경은 녹록지 않다. 투자 장려를 위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초기 세제 혜택이나 기자재 면세 등 아주 기초적인 ‘당근 정책’도 찾아보기 힘들다. 1991년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투자가 연평균 1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자존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존심만으로는 아무래도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역시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내기업들의 견제를 무시할 수 없다. 민영화 과정의 불투명성과 거대한 공업금융그룹 ‘올리가키’의 형성은 우크라이나에서 외국인 투자 참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외국인 투자는 곧 올리가키에 대한 ‘영역 침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체코·헝가리·폴란드 등 다른 동유럽 국가처럼 외국인 투자가들을 포함시켜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것과 대조되는 측면이다.

과두재벌들 “밥그릇 못 내놔” 우크라이나에서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92년 10월 ‘외국인 투자 제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도네츠크주(州)의 아조프·도네츠크, 키예프주의 슬라브추크, 리보프주의 야보리프 등 11개 경제자유구역과 루간스크주, 하리코프 등 9개의 개발우선지역을 지정했다. 전 국토의 10분의 1이 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이들 경제특구에 대한 외국인 조세 혜택은 2004년 하반기부터 중단된 상태다. 세제 혜택을 노린 자국 기업들이 불법적으로 이용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수법(?)도 비슷하다. 우크라이나의 올리가키들은 주로 키프로스나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지역(tax haven)’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리고 외국 기업이 들어온 것처럼 포장을 한다. 세제 혜택도 누리면서 국유기업 사냥에도 나서는 것이다. 굳이 조세 회피가 아니더라도 음성적인 자본을 합법화하는 데는 외국에서 돈이 들어온 것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세금을 절약하는 ‘스리 쿠션’ 투자인 셈이다. 대우그룹이 투자했던 자포로지 자동차 공장도 오스트리아 자본을 유치한 것으로 돼 있지만 오너는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이런 행태는 숫자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1년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171억여 달러의 FDI가 있었다. 나라별로 보면 독일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키프로스다. 버진 아일랜드는 8위다. 키프로스와 버진 아일랜드에서 들어온 돈이 27억 달러로 전체의 16% 가량을 차지한다. 두 나라에서 들어온 돈을 무조건 우크라이나 내부 자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주 이례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돈의 출처도 불분명하거니와 들어오는 액수도 적었다. 91년부터 2003년까지 우크라이나에는 62억1290만 달러의 FDI가 있었다. 이는 인구 1인당 130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대(對)우크라이나 FDI가 늘어나고 있다. 콜리아덴코 블라디미르 우크라이나 국제상업회의소(ICC) 투자위원회 대표는 “2003년 금융 민영화가 실시되면서 FDI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아발·우크르소츠은행 등 굵직한 은행들이 외국 기업에 인수됐다고 강조한다. “지난해에는 미탈스틸의 크리보리즈스탈 인수에 힘입어 80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자급자족 경제’가 외자 막는다 ‘착시’라는 비난도 있다. 우크라이나 일간지 ‘델로’의 올렉 아레스트라크노프 부편집국장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라고 못을 박는다. 미탈의 크리보리즈스탈 인수(48억 달러), 오스트리아 라이페이슨은행의 아발은행 인수(10억 달러)를 빼면 예년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올렉 아레스트라크노프 부편집국장은 “우크라이나는 애당초 외국인 투자유치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외국인 투자가 국내 정치에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이라면 일단 거절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습니다.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자급자족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다는 거지요. 외국인 투자 유치는 정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만큼만 인정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이렇게 완고하고 비판적인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무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유치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서쪽(시장경제)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과의 벽이 아직까진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협력은 당연한 일이다”며 “앞으로 상황도 많이 나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콜리아덴코 블라디미르 ICC 투자위원회 대표는 “우리는 해외 국가들에 우호적이고 유럽에 속하기 위한 정책들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국가와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창식 KOTRA 키예프 무역관장은 “자유무역지대와 개발우선지역에 대한 법령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며 “향후 해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도움말 : 콜리아덴코 블라디미르 ICC 투자위원회 대표, 김창식 KOTRA 키예프무역관장


95% 이르는 무역 의존도가 문제


철강값 요동칠 때마다 경제 ‘출렁’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다른 옛 소련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93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4.2%였는데 물가는 1만155%나 올랐다. 시장경제로의 궤도수정 과정에서 온 침체는 5년여 동안 계속됐다. 그러던 것이 레오니트 쿠치마 정권 2기 들어 안정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는 비로소 성장률 5.9%를 기록하면서 침체된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후 2004년까지 자국 통화인 그리브나의 평가절하, 국제 철강가격의 상승,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8~9%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우크라이나의 경제 시계를 다시 5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 척결과 친서방 정책을 국정운영의 목표로 설정하고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동안 대외 경제환경 악화와 러시아와의 불화로 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외부 충격에 약하며, 무역 의존도가 약 95%로서 우리나라(70.3%)보다 더욱 높다. 특히 전체 수출품 중에서 철강 제품이 33.5%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수입품 중에서는 연료와 에너지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철강가격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경제가 좌우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성장률 급락은 개혁 피로감은 물론 세계 철강가격 폭락과 수요 감소, 그리고 국제유가 급등에 발목이 잡힌 이유도 크다. 이광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연구원·kwlee@kiep.go.kr


골프장이 왜 하나도 없을까 북한에도 두 개나 있는 골프장이 우크라이나에는 한 곳도 없다. 미국의 골프 잡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골프 인구는 6000만 명 가량 된다. 전 세계에는 3만2000여 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는 골프장이 단 한 곳도 없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나라 가운데 골프장이 없는 곳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벨로루시·수단·예멘·말리 등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일단 우크라이나에서 골프는 관심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현역 최고의 스트라이커 안드리 셰브첸코를 배출한 나라답게 축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 그 다음으로 배구가 관중몰이를 한다. ‘부자 스포츠’라고 하면 단연 테니스를 꼽는다. 겨울이 길어서(11월 초~4월 중순)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에 골프장이 없는 데는 규제가 한몫을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어렵다. 골프장 사업 신청서를 내민 외국인에게는 ‘토지 매매 불가’라는 통보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에게는 최장 50년 동안 임차 사용하도록 돼 있다. 2001년 이후 토지 매입을 허가했지만 건별로 각료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사방이 온통 평지라서 만들기로 한다면 골프장 조성 비용은 아주 싸게 먹힐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가 진척되어 가면 골프장이 생기는 것은 누구 손에 의해서든 시간 문제일 것이다. 중동 사막의 두바이에서도 세계 최고급 수준의 골프장을 만드는 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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