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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흉내 못 내는 상품으로 승부

누구도 흉내 못 내는 상품으로 승부

현대 계열 금융사들의 신용등급이 올 들어 동반 상승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지난 1월 11일 현대캐피탈을 ‘Baa3’에서 ‘Baa2’로 한 단계 올렸다. 피치도 1월 29일 현대카드의 장기 외화표시 IDR(국제예탁증서)에 ‘BBB’ 등급을 부여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글로벌 소비자 금융회사 GE머니의 지분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GE머니는 2004~2005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지분을 43%씩 사들였다. 양사는 GE와 제휴 이후 상품 개발, 리스크 관리 등 선진 금융기법을 받아들여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GE를 대표해 두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버나드 반 버닉(Bernard van Bunnik)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사장의 경영전략과 목표를 뉴스위크 한국판의 박성현 기자가 들어봤다. GE가 일부 지분을 인수한 이래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어떻게 달라졌나? 우선 양사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수익 증대, 자금 조달 능력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등 인프라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일궜다. 2004년 GE머니로부터 1조원가량 투자받은 현대캐피탈의 BIS 비율은 제휴 이전 7.6%에서 지난해 13%로 상승했다. 해외자금 조달로 현대캐피탈의 이름이 국제적으로도 알려졌다. 2005년 유로 본드, 사무라이 본드, 유로 ABS, 신디케이트론 등 여섯 번에 걸쳐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전체 해외 조달 비중이 2004년 6.9%에서 지난해 33.7%으로 늘어났다. GE머니는 2005년 현대카드에도 6738억원을 투자했다. 제휴 전 11.7%였던 현대카드의 BIS 비율은 제휴 이후 33.04%까지 올랐다. GE 측은 어떤 경영기법을 전해주었나? 현대캐피탈은 GE로부터 상품 개발, 브랜딩, 프라이싱(가격 결정), 상품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의 프라임론은 GE머니가 전 세계에 걸쳐 제공하는 개인 대출 상품을 본떴다. 법인 대상 오토리스인 ‘Fleet 서비스’도 GE의 상품을 벤치마킹했다. GE의 이름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CI 및 BI(Brand Identity)에 사용해 기업이나 상품의 브랜드 파워도 높였다. 인재관리 방식도 달라졌다는데.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팀장·실장급들은 지난해 세계적 인재개발 센터로 유명한 GE의 미국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워크아웃(Work out) 교육을 받았다. 올해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센터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GE와의 협력은 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인재를 모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GE에서 고안했다는 워크아웃은 어떤 제도인가? 워크아웃은 개인과 단체의 노력을 모두 이용해 업무 처리과정을 단순화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조직을 만드는 과정이다. 1989년 잭 웰치가 관료주의 제거와 사기 진작, 벽 없는 조직을 형성하자는 취지로 GE의 문화를 바꾸면서 도입됐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업무 과정을 없애고, 시간과 비용 절약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다. 임원들이 결정하고 직원들이 따르는 식이 아니다. 모든 직원이 참여해 변화를 주도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이른바 ‘아래에서 위로’ 의 문화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국내 동종 업체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대개 한국 기업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힘을 쏟는다. 반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그들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고객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 다른 기업들은 생각 못하고 모방하기도 힘든 독특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혁신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미니카드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투명카드, 수퍼 프리미엄 카드, 자동차 선지급 서비스(세이브 포인트) 등도 선보였다. 현대캐피탈의 개인대출 상품인 프라임론 역시 큰 성공을 거둬 지난해 1조원이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나? GE를 대표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사장과 이사회 임원을 맡았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개인대출, 주택담보대출, 보험, 교차판매, 현대캐피탈의 마케팅 분야도 총괄한다. 내 역할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좀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다른 아시아 나라의 기업문화와 다른가? 한국의 기업은 보통 직접적이고, 의사결정과 행동이 빠르며, 조금 감정적인 경향이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보다 간접적이고, 신속한 결정보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더 중시한다. 한국 금융업계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금융시장은 탄탄한 인프라와 엄격한 규제 정책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잘 발전해왔다. 다만 한국의 소비자를 위해 CB(Credit Bureau), 다시 말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이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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