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민주당 경선 이전투구

민주당 경선 이전투구

존 에드워즈는 고교 시절 미식축구 수비수로 뛰었다. 그런 그가 무대 밖에서 발언 기회를 노리며 ‘필드’에 뛰어들어 누군가와 부딪치려 든다. 2008년 대선의 전초전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모임에서 그가 한 말은 이런 태도를 잘 보여준다.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사이에 한 연설에서 그는 민주당 상원의원들(다시 말해 오바마와 클린턴)이 부시의 이라크 추가파병 계획에 굴복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증파 저지와 철수 개시를 목표로 모든 “활력과 수단과 힘”을 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민은 우리가 허약하고, 정치적이고, 소심한 집단이 아니길 바란다. 정치적 용기가 필요한 때다. ” 직접 이름을 거명하진 않아도 경쟁자들을 겁쟁이라 부르기엔 다소 이르지 않을까? 이번엔 그렇지 않다. 상대를 헐뜯는 비난전은 이미 시작됐다. 한 가지 이유는 선거자금 모금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말 그대로 판돈을 올린다. 게다가 지지층이 워낙 다양한 민주당의 특성상 정서적 충돌 가능성도 많다.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이 오바마를 “의견이 분명하고, 두뇌가 명석하며, 깨끗하고, 잘 생긴 최초의 주류 흑인”이라고 치켜세우자 힐러리 지지자들은 바이든에겐 신경쓰지 않고 오바마를 집중 공격했다. 오바마가 자신의 인종적 유산을 대표할 만큼 백인들에게 분개하지 않는다고 일부 흑인 지도자가 비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대 쟁점은 이라크다. 바이든은 뉴욕 옵서버지와의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힐러리의 위협은 “재앙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 4만 명을 당장 귀국시키자는 에드워즈의 제안도 똑같이 비판했다. 상원의원들은 좌경화하면서 서로 부딪친다.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은 이라크전 지속 여부를 두고 재표결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의 전쟁 근거가 사라진 데다 신뢰도 상실됐다는 이유다. 오바마는 자신의 이라크 대책을 공개했다. 이라크 정부가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하지 않으면 2008년 3월 31일까지 미군을 전면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전쟁에 “부정적”인 태도는 오바마에겐 민감한 문제다. 그는 도덕적으로 정도(正道)를 걷고 싶다고 말한다. DNC에서 오바마는 정치가 서로를 헐뜯는 “피의 스포츠”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 청중을 숙연케 했다. 그러나 그의 선거운동본부는 그가 애당초부터 “이라크전에 반대한 유일한 후보”라고 자랑한다. 연설에서도 그는 “침공 전부터 공개적이고 빈번하게 전쟁에 반대했다”고 선언했다.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날리는 날카로운 견제용 펀치다. 에드워즈는 보다 현실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DNC 모임 이후 호텔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8년 전보다 더 강경하고 전투적으로 변했다. 활짝 웃는 특유의 미소도 이젠 자주 보이지 않는다. 어깨를 으쓱하며 그는 “이제 나도 다 컸다”고 말했다. 에드워즈는 전국적인 의료보험 계획을 지금 당장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 의원들(힐러리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과 “노조 앞에서 연설할 때만 노동자의 근심을 말하는 사람들”(오바마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을 향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사람들이 나의 노선을 정확히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유세 전략으로 들릴 법한 발언이지만 4년 전 선거에 뛰어들 당시엔 그런 전략이 없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美 생산 아니면 관세"...트럼프, 일라이 릴리·화이자 등 압박

2AI에 돈 쏟는 중국 IT 공룡들...알리바바도 투자 동참

3무궁무진한 AI, K콘텐츠와 만난다면

4산케이 “韓, 독도 불법 점거...국익 해칠 뿐” 다케시마의 날 잇단 도발

5성관계 후 의문의 붉은 점…韓 2030 '이것' 주의보

6현대차가 짓는 삼성동 GBC, '105층 1개동→54층 3개동'으로

7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 14억달러 해킹...'최대 규모'

8 트럼프,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전격 해임

9'故 오요안나 괴롭힘 의혹' 김가영, 골때녀 하차한다

실시간 뉴스

1"美 생산 아니면 관세"...트럼프, 일라이 릴리·화이자 등 압박

2AI에 돈 쏟는 중국 IT 공룡들...알리바바도 투자 동참

3무궁무진한 AI, K콘텐츠와 만난다면

4산케이 “韓, 독도 불법 점거...국익 해칠 뿐” 다케시마의 날 잇단 도발

5성관계 후 의문의 붉은 점…韓 2030 '이것' 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