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G마켓 라이벌이 네이버?

G마켓 라이벌이 네이버?

▶한 업종에서의 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신 기업 경쟁의 키워드다. 사진은 쇼핑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엑스몰 내부.

TV홈쇼핑 업계 3위인 우리홈쇼핑 인수를 둘러싸고 롯데와 태광의 갈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내로라하는 재계의 알짜배기인데다 ‘사돈’의 인연을 맺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된다. 태광산업의 이호진 회장은 신격호 롯데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씨의 사위다. 그런데 이런 ‘흥밋거리’를 빼고도 TV홈쇼핑 진출을 선언한 롯데와 케이블 업계 1위 MSO(복수 케이블 TV사업자)인 태광의 대결은 ‘또 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놓고 링 위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링 아래서도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태광 계열의 티브로드는 2000년대 이후 무서운 속도로 SO(종합유선방송사) 사업에 투자해 18개나 되는 지역 유선방송사업자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시청자만 300만 명이 넘는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중순 티브로드는 우리홈쇼핑의 채널을 17~19번으로 바꾸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TV홈쇼핑은 ‘채널 전쟁’이다. 8, 10번처럼 지상파 채널 사이의 번호는 이른바 ‘S급 채널’로 불린다. 우리홈쇼핑이 새로 부여받은 17~19번은 B급 채널이다. 티브로드에서는 CJ홈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이 S급 채널을, 농수산홈쇼핑이 A급 채널(5번, 12∼14번 채널)을 쓰고 있다. 이들과 경쟁을 벌이는 ‘태광 관계사’인 우리홈쇼핑이 차별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S~B급 채널 번호에 따라 20~30%가량의 매출 차이가 난다고 분석한다. 우리홈쇼핑 측은 “당장은 타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내심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분 53%를 가진 롯데가 태광에 옆구리를 찔린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고자세’로 유명한 롯데가 “가급적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몸을 낮추는 것도 이런 이유다. 롯데는 또 다른 SO의 눈치도 봐야 한다. 향후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될 CJ홈쇼핑(CJ케이블넷), GS홈쇼핑(강남케이블TV 등), 현대홈쇼핑(HCN)은 유력한 SO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들이 롯데의 홈쇼핑 시장 진출을 견제해 B급 채널을 부여하면 롯데와 CJ, 혹은 GS, 현대 간의 대결 구도가 롯데와 SO 간의 경쟁으로 확대된다. 물론 롯데가 SO 인수라는 대응 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돈이 든다. 롯데는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본연의 홈쇼핑 경영보다는 다른 경쟁 상대를 먼저 만났다. ‘우리홈쇼핑-티브로드 사례’는 전혀 다른 업종의 회사가 경쟁 구도에 놓여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롯데의 막강 경쟁자 ‘티브로드’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끼리 ‘파이’를 나눠먹던 경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업종, 신개념 사업이 새로운 경쟁 관계를 만들고 있다. 가톨릭대 이동현 교수는 “경쟁자는 결국 나와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나의 매출과 이익을 빼앗아가는 모든 대상”이라며 경쟁의 개념을 확대한다. 나의 사업에 영향을 준다면 모두가 경쟁 상대라는 설명이다. ‘우리홈쇼핑-티브로드 사례’는 전통적인 구매자-공급자 관계가 주요한 경쟁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급자가 경쟁자로 바뀐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2년 전 국내 의류 시장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개성 한파’가 몰아친 적이 있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공급받은 S사가 경쟁사들보다 보름가량 앞서 ‘파격 세일’에 들어간 것. 의류 업계에서 겨울 신상품 할인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20~30% 할인 판매가 보통인데, S사가 50% 할인으로 치고 나간 것. 개성공단에서 저렴하게 공급받은 상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류업체에 ‘개성공단’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거꾸로 구매자가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은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대표적이다. 3~4년 전 한 대에 2400만~2500만원하던 ATM 가격이 1700만원대로 뚝 떨어진 적이 있다. 가격 인하를 주도한 것은 노틸러스효성이나 청호컴넷 같은 ATM 제조사가 아니었다. 뜻밖에도 10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이다. 엄청난 구매력이 국민은행의 경쟁력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엔 여기에 더해 대체품이나 ‘잠재적 경쟁자’의 위협이 새로운 경쟁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대체품은 기존의 제품과는 전혀 다르지만 소비자에게는 같은 효용을 주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구를 비행기로 다녀오던 사람에게 고속철도(KTX)는 매력적인 대체품이 된다. KTX는 본질적으로 철도 서비스지만 ‘1시간 30분 안에 대구 도착’이라는 항공 서비스와 비슷한 가치를 제공한다.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경쟁자로 등장한 ‘KTX’ 사례처럼 지금 시장에서는 잠재적 경쟁자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잠재적 경쟁자의 위협이란 당장 직접적으로 자사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쟁자는 아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경쟁자로 등장해 자사를 위협할 가능성을 뜻한다. 이럴 때 상징적으로 드는 사례가 ‘나이키의 경쟁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한때 나이키의 비전은 ‘무찌르자 아디다스’였다. 스포츠 용품 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일등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과 게임에 몰두하는 현상은 이런 경쟁 구도를 바꾸어놓는다. 이들은 길거리 농구를 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던 것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채팅을 즐기거나 e-스포츠에 몰두한다. 당연히 돈 씀씀이도 달라진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면 일단 ‘나이키 운동화’부터 사고 봤는데 이제는 주로 게임용 소프트웨어에 더 관심이 많다. 실제로 현실이 그렇다. 나이키는 1994년부터 5년 동안 외형 규모를 3배나 키웠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 성장세가 서서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내놓은 저성장의 이유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었다. 아디다스·리복 같은 1차적인 경쟁자들과 시장 점유율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한편, 야후·구글·닌텐도 등과는 ‘시간 점유율(Time Share)’을 놓고 새로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이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인터넷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포털끼리, 혹은 게임 업체끼리의 대결은 서서히 의미를 잃고 있다. 국내 1위의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는 G마켓의 구영배 사장 역시 이런 고민을 한다. 구 사장은 “물론 지금 1차적인 라이벌은 옥션”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언젠가는 네이버도 G마켓의 경쟁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시 ‘시간’의 문제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클릭하고 블로그를 즐기는 시간이 늘면 G마켓에서 쇼핑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서로 다른 업태가 경쟁을 벌인다는 얘기다.


대체 상품을 눈여겨 봐라 하루 유동인구 10만 명으로 그 자체로 어지간한 ‘중소도시’와 맞먹는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은 새로운 경쟁의 축소판이다. 이곳에서 가족형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베니건스는 어떨까? 이 회사의 장혜영 마케팅 팀장은 “특별히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경쟁 상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타깃 고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장혜영 팀장은 “보통 가족, 친구끼리 베니건스에서 외식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외식 대신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다”며 “같은 의미에서도 놀이공원도 경쟁 상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식사까지 제공한다면? 최근 삼성동 메가박스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오는 조조 프로그램 관람객이 많아 핫도그와 음료수가 나오는 ‘모닝 콤보’를 다른 시간대보다 싸게 팔고 있다. 회사 측은 “‘재미있게’가 아닌 좀 더 ‘맛있게’ 영화를 보게 해주기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베니건스로서는 뜨끔할 것이다. 그래서 베니건스가 ‘2차 경쟁 업체’를 고려한 대응 전략은 반(半) 가공된 음식을 다른 유통 체인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홈 밀 리플레이스먼트(HMR)’로 불리는 이 새로운 서비스는 반가공한 스테이크를 대형 마트나 백화점,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장 팀장은 “고객이 레스토랑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주되 인스턴트식품, 배달 음식과도 경쟁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는 이제 ‘삼각 김밥’이라는 복병을 경쟁 음식으로 인정한다. 이 회사의 염혜지 팀장 역시 “햄버거 체인이니까 당연히 롯데리아·버거킹과 경쟁한다. 그러나 요즘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이 경쟁 요소로 작용해 편의점, PC방이 모두 경쟁 상대”라고 말한다. 아직 위협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고려할 경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염혜지 팀장의 말이다. “가령 맥도널드의 가장 큰 강점이 빠른 서비스인데 삼각 김밥은 그런 면에서 경쟁 상대다. 2~3년 전부터 인기를 끄는 ‘1000원 김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몇 분 안에 주문받은 음식은 꼭 제때 제공하는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염 팀장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이 경쟁의 중심”이라며 “현재 300여 개 매장 가운데 3분의 1이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이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럽에서 밤새 놀되 맥도널드에서 배를 채우라는 것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서울 대학로와 신촌의 ‘TTL존’을 폐쇄했다. 한때 ‘젊은이들의 멀티스테이션’으로 불리던 TTL존은 코엑스점을 비롯해 전국 4개밖에 남지 않았다. KTF 역시 지난해 말 ‘나지트 플라자’ 운영에서 손을 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애당초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의 경쟁 업종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커피 전문점이나 PC방 같은 ‘대체 장소’가 생기면서 마케팅 메리트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차 경쟁 업체와 맞불도 이동현 교수는 “직접 경쟁사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업,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까지 경쟁 대상의 범위에 넣어야 ‘경쟁 분석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경쟁의 중심에 ‘나’ 혹은 ‘시장’이 있는 게 아니라 ‘고객’이 있다는 말로 귀결된다. 그래서 경쟁 정책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가 팔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묻지 말고 고객이 구입하려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어라.” 이제 다시 경쟁사를 물을 때가 왔다.


당신의 새로운 경쟁자는 누구인가




■ 우리홈쇼핑 핵심 경쟁력은 TV 홈쇼핑 프로그램 송출이지만 롯데와 태광 인수전이 격화되면서 태광 계열의 티브로드가 우리홈쇼핑 측에 ‘B급 채널’ 배정. 롯데가 본격적으로 경쟁에 들어갔을 때 향후 CJ, GS, 현대백화점 계열의 다른 SO들과 경쟁할 가능성 남아있다.

■ 나이키 한때 나이키의 비전은 ‘무찌르자 아디다스’. 지금은 격한 운동 대신 인터넷, e-스포츠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야후나 구글, 닌텐도가 새로운 경쟁 상대로 부상했다. 아디다스, 리복 등과 시장 점유율은 물론 인터넷·게임 업체들과 시간 점유율 놓고 경쟁해야.

■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이니까 당연히 롯데리아·버거킹과 경쟁한다. 그러나 요즘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이 경쟁 요소로 작용해 편의점, PC방이 모두 경쟁 상대다. 가령 맥도널드의 가장 큰 강점이 빠른 서비스인데 삼각 김밥이나 ‘1000원 김밥’은 그런 면에서 경쟁 상대다.

■ 베니건스 특별히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경쟁 상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타깃 고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보통 가족, 친구 단위로 베니건스에서 외식을 한다. 요즘은 외식 대신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놀이공원도 경쟁 상대일 수 있다.

■ G마켓 물론 일차적으로는 라이벌 온라인 경매 회사인 옥션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네이버도 G마켓의 경쟁 회사가 될 수 있을 것. 네이버에서 뉴스를 클릭하고 블로그를 즐기는 시간이 늘면 G마켓에서 쇼핑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 TU미디어 우리는 젊은 층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라서 동영상 자체가 경쟁 상대다. ‘판도라TV’ 같은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가 그렇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P) 같은 이동 매체가 미래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잡아내는가가 중요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안희정, ‘비서 성폭행’ 손배소송 패소...“8400만원 지급하라”

2실시간 화상 수업 ‘노이지’ 6월 여름 학기 개강한다.

3중국 출입국자 1분기에만 1억 4100만명… 中 외교부 “외국인 방문 환영”

4부산까지 가는데 ‘3000만원’...기아, EV3 7월 본격 판매

5‘동원 양반김’도 가격 인상…한묶음 1만원 돌파

6“내 집처럼 편하게 오세요”...르노코리아, ‘플레이 르노’ 캠페인 연중 진행

7홍대 이어 더현대서울도…에이피알, 오프라인 고객 만난다

8SPC그룹, 한강공원 환경정화 봉사활동 진행

9GS25, PB 흰우유 소용량 2종 출시…“고물가 반영”

실시간 뉴스

1 안희정, ‘비서 성폭행’ 손배소송 패소...“8400만원 지급하라”

2실시간 화상 수업 ‘노이지’ 6월 여름 학기 개강한다.

3중국 출입국자 1분기에만 1억 4100만명… 中 외교부 “외국인 방문 환영”

4부산까지 가는데 ‘3000만원’...기아, EV3 7월 본격 판매

5‘동원 양반김’도 가격 인상…한묶음 1만원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