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영 아직은 머나먼 꿈
친환경 경영 아직은 머나먼 꿈
미국의 많은 기업이 환경친화적인 노선을 천명하고 나선다. 대중들이 기후 변화의 위협에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아직 환경친화적 노선을 표방하지 않은 기업들에는 동참을 촉구하기도 한다. 보다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고 서로 제휴하는 기업들도 보인다. 예일대 동료 교수이자 환경·기업·법률의 상관성 문제를 전공한 대니얼 C 에스티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의 신저에서 그는 이제 미국에서는 기업이 환경 혁명을 주도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는 분명히 엄청난 도전이지만 낙관론자들의 희망처럼 대다수 대기업이 신속하고 심도있게 움직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항공기 엔진부터 백열전구까지 모든 제품 사업부에서 에너지 절약형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환경 기술 연구비를 2005년의 7억 달러에서 2010년께 15억 달러로 늘리는 일도 GE의 목표에 포함된다. 월마트는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려고 산하 매장들과 수송체계를 바꾸는 중이다. 그리고 수천 개의 납품업체들에도 똑같은 개혁을 촉구했다. 월마트의 목표에는 산하 5600개 매장의 에너지 효율성을 7년 안에 25% 높이는 계획도 포함된다. 2006년 골드먼 삭스는 풍력·태양열·바이오디젤 등 대체에너지 자원에 16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진정한 변화는 대부분 훨씬 느리게 일어날 듯하다. 물론 거의 모든 기업은 환경법을 지키려고 과거보다 더 신중하게 노력할지 모른다. 환경친화적인 노선을 과시하려고 세련된 홍보전략을 개발하는 영리한 기업들도 나오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기후 변화 문제를 경영전략의 핵심 부분으로 삼으려는 기업(예컨대 고위 간부들의 연봉을 환경친화적 업적과 연계시킨다)은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보인다. 또 환경친화 노선을 확실한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기업도 드물 것이다. 한 가지 이유는 환경친화 노선이 당장의 수익을 중시하는 월스트리트 풍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의미 있는 조치들이 열매를 맺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연간 주식 회전율은 1995년 59%에서 2005년에는 103%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거대한 헤지펀드 업계의 증시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헤지펀드 회사들의 주식 보유 기간은 12개월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미 기업인 원탁회의)에 참가한 CEO들의 76%는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요구되는 연구 등 각종 활동의 주요 장애물로 분기별 실적 보고를 꼽았다. 그러니 2005년 미국 CEO들의 교체율이 1995년보다 60% 높아졌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CEO 교체는 주주들의 단기적인 수익 증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압력은 어떨까? 총 자산 규모가 최소한 200억 달러인 일단의 연금기금들은 엑손과 웰스파고 등 몇몇 대기업을 환경친화적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명예가 실추된 이런 기업들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친환경적 경영 홍보에 나설 듯하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의 근본적인 시장행태(market behavior)에 끼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은 담배 회사들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알트리아·RJ레이놀즈 같은 담배회사들의 주가는 지난 6년간 S&P 기업들을 능가했다. 듀폰, 듀크 에너지, 알코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고 알려진 기업들은 연합전선을 형성, 정부를 상대로 종합적인 환경정책 수립을 요구하면서 이를 “행동 요청”(A Call to Action)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이 환경보호에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의미보다는 자기방어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들 기업은 임시변통식의 규제책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환경 보호 요건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탄산가스 배출총량 거래제(cap-and-trade) 같은 주요 환경 법규를 제정할 때는 자신들도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앞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좀 더 엄격한 규제책이 세계적으로 채택될 경우, 미국 기업들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보다 강한 규제 압력을 받는 유럽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어떻든, 미국 기업들의 그런 연합전선은 오래가기 힘들다. 왜냐하면 석유·자동차·농업 분야의 기업들은 보조금과 세금 혜택 문제를 놓고 조만간 서로 치열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친환경적인 기업들 사이에서도 상호 모순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된다. 벌써 GE는 기관차 배출가스 규제기준을 완화시키려는 로비를 벌인다. 도요타는 제너럴 모터스(GM)·포드와 합세해 엄격한 연비 표준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의회에 압력을 넣어 왔다.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의 제조회사인 도요타는 머지않아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 된다. 미국 기업들이 기후 변화 문제에서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또 기업들은 친환경적 경영이 장기적으로는 물론이고 단기적으로도 주주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은 말로만 환경 보호를 외치지 말고 자금 투자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미국 기업들이 겉보기와 달리 진전한 발전에서 훨씬 더 멀리 뒤처졌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필자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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