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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선진국으로 가는 길

경마 선진국으로 가는 길

경마 종주국 영국에서 경마는 ‘Blood Sports’로 불린다. 그만큼 경주마의 혈통은 중요하다. ‘마 칠(7), 인 삼(3)’이란 경마 속설도 비슷하다. 오죽하면 원스턴 처칠이 “더비(Derby)에서 우승한 경주마의 주인이 되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했을까. 한국도 지난해 말 우수한 ‘씨수말’ 40여 마리를 들여왔다. 그중 미국에서 들여온 ‘메니피’가 가장 주목을 끈다. 몸값이 무려 40억원이다. 현역 시절 최고 권위의 도요타 블루그래스와 해스켈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고, 세계적 삼관마(Triple Crown) 경주로 유명한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에서도 각각 2위를 차지했다. 메니피는 한국마사회(KRA)가 우수 국산마 생산을 목표로 전북 장수 경주마 목장(3월 29일 개장)에 들여온 준마다. 이우재 한국 마사회 회장은 본격적인 경주마 목장 개장을 계기로 “한국 경마 수준의 획기적 향상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산마의 외국 경주 출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태욱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가 이 회장을 인터뷰했다. 장수 경주마 목장 개설의 의미는? 1995년 개장한 제주 경주마 목장이 경주마의 전기(생후 6~18개월) 지원에 역점을 두다 보니 출주에 대비한 후기(생후 18~24개월) 육성 기능이 취약했다. 그래서 114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리적 여건이 좋은 전북 장수군의 46만 평 부지에 최고 수준의 경주마 목장을 개장한다. 메니피 등 스타급 씨수말들을 마필 생산 농가에 지원해 무료 교배도 도울 계획이다. 경마산업의 경제적 비중이 얼마나 큰가. 경마산업은 마필의 생산·사육(1차산업)에서 대규모 시설·마구 제작(2차산업), 경주 중계·마권 판매·레저(3차산업)를 아우르는 거대 복합산업이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 6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경마 선진국은 더하다. 각 주마다 경마부(Ministry of Racing)를 둔 호주와 아일랜드의 경마산업은 자국 경제에서 세 번째로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마사회는 2월 ‘프리 기수제’ 도입에 이어 ‘용병 기수제’와 ‘삼관마 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 경마는 아직 선진 경마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국제경마연맹(IFHA)은 한국 경마를 ‘3부 리그’(Part III)로 지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2부, 1부 리그로 도약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제도의 도입도 결국 그 목표 때문이다. 프리 기수제[기수가 특정 조교(조련)사가 관리하는 말만 타지 않고 어떤 말을 타도 되는 제도]는 이미 2월부터 시행 중이고, 5월께면 외국 기수 3명도 들어온다. 삼관마 제도는 장기적으로 외국 경주 출주가 필수적이란 판단에 우수 국산마 육성을 목표로 올해 도입했다[삼관마란 원래 미국의 켄터키 더비(5월 첫째 토요일),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5월 셋째 토요일), 벨몬트 스테이크스(6월 둘째 토요일)에서 모두 우승한 말을 가리킨다. 삼관마 경기에 3세짜리 말만 출전하는 이유는 그 시기가 우수마 조기 발굴의 최적기이기 때문이다(경주마는 대개 5~6세가 절정기). 한국의 삼관마 경주는 4월 뚝섬배, 5월 코리안 더비, 10월 농림부장관배 대회에서 벌어진다]. 올해부터 일반인에게도 마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마주는 저명인사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따라서 유럽·미국 등 경마 선진국의 신디케이트 마주제와 유사한 조합마주제를 도입했다. 아직 결성된 조합은 없다. 그러나 개인 연간소득이 3000만원 이상이고 경마 종사자가 아닌 사람 5~10명이면 누구나 조합 구성이 가능하다. 그런 선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마문화는 아직 국제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은 중하위층 관람객이 많지만 앞으론 중산층 비율을 70%로 끌어올릴 작정이다. 이를 목표로 사례 분석도 진행 중이다. 각 경마공원의 특실(회원제) 운영을 분석한 결과도 곧 나온다. 이와 동시에 경마가 일부 계층의 향유물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즐기고 아끼는 레저 문화(마문화)로 뿌리 내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비전 2016’ 계획을 수립했다. 그때까지 국산마의 국제대회 우승이 목표다. 흔히 경마 하면 ‘사행성’이란 단어가 연상되는 등 인식이 좋지 않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풍조로 한탕주의가 횡행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반부패 윤리경영, 업무과정 혁신, 사회공헌 활동 강화 덕분이다. KRA는 2006년 한 해에만 레저·교육세(지방세)로 1조600억원을 납부했고, 축산발전기금과 농어촌복지사업으로 844억원을 출연했다. 독거노인·불우청소년 등 사회복지 증진에도 97억원을 지원했다. 올해엔 무엇보다도 경마공원이 온 가족이 즐기는 ‘테마 파크’라는 인식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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