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종 1등’에 장기 투자하라
‘글로벌 업종 1등’에 장기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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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김유광(38)씨는 최근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미 FTA 체결로 보유 중인 주식을 처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다. 현재 김씨의 주식투자 금액은 6500만원 정도. 젊은 나이치곤 적은 돈이 아닌데, 이 돈은 대부분 음식료, 금융 등 내수주에 집중돼 있다. 김씨는 “FTA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하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어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결정에 도움이 될까 바쁜 시간을 쪼개 증권사 객장에 나가 직원들도 만나봤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한·미 FTA로 주식 고민에 빠진 것은 비단 김씨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개인투자자가 현재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FTA 시대에 걸맞은 주식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60대 유병관씨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를 10여년 하면서 IMF, FTA 같은 걸 다 겪어 봤지만 이번엔 감이 안 와요. 움직이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섣불리 (처분)하다간 손해볼 수도 있잖아요. ” 개인투자자들이 칠레, 싱가포르와 맺은 이전의 FTA 때와 달리 이처럼 조급해하는 이유는 경제적 파장 규모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서다. 2006년 말 기준 한국 전체 무역규모 중 미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13.3%로, 중국 다음으로 높다. 이에 반해 칠레, 싱가포르 등은 모두 합쳐도 미국의 2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칠레, 싱가포르 등과의 FTA가 파도였다면 미국은 해일에 가까운 셈이다.
FTA 효과는 ‘지금부터’ 과연 한·미 FTA는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호재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 중심국인 한국으로서는 FTA에 따른 무역확대가 경제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증시 상승 모멘텀’과 ‘효과 미미’ 같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도 호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 자체가 한국과 한국 기업의 신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이에 따라 유동성도 확대돼 주식시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TA 실제 효과는 2009년에나 드러나겠지만 타결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증시가 강한 탄력을 보이는 것도 FTA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도 FTA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턴 어라운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핵과 함께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됐던 불투명한 비즈니스 규제가 이번 FTA로 해소됐다”며 “통상 외국인들은 국가와 기업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투자규모도 늘리는 만큼 국내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모멘텀 부재로 1400선 중반에 걸쳐있던 국내 주식시장은 FTA 체결 이후 강세를 띠고 있다. 지난 4월 6일에는 코스피가 1484.15포인트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FTA 체결 이후 4월 6일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9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한 상태다. 이에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올 들어 코스피가 1300~1400선에서 지지부진했던 것은 특별한 모멘텀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FTA는 모멘텀 부재로 답답했던 국내 증시가 보다 빨리 레벨업(level-up)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단기적으로 FTA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의 증시 상승과 관련, 김영익 대한투자증권 부사장은 “FTA 효과라기보다는 미국발 부동산 침체(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악재가 소멸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곽태선 세이에셋자산운용 사장도 “그동안 주가를 견인할 큰 테마가 없었던 터라 시장이 FTA 체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실제 효과는 FTA가 본격 발효되는 2009년 전후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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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서비스 종목은‘흐림’ 단기가 됐건 중장기가 됐건 한·미 FTA가 호재라면 어떤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까.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분야가 FTA 타결의 최고 수혜주로 추천됐다. 현재 2.5%에 달하는 미국 내 수입관세가 철폐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수출 차량에 대한 10%대의 가격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승택 삼성증권 신라호텔자산클리닉센터장은 “관세 철폐로 마진율이 개선될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업종이 가장 큰 수혜주”라며 “내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미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출 비중이 높고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수출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섬유업계도 주가 상승세가 예상됐다. 현재 8.9%에 달하는 관세가 없어지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효성, 코오롱과 함께 LG패션, 신원 같은 의류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및 IT 업종 등도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확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장인환 사장은 “현재 반도체나 LCD 등은 가격 하락이 멈추고 상승 반전이 기대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더욱이 FTA로 수출이 확대될 경우 관련 업종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철강, 음식료 업종도 수입관세 인하로 원재료 수입비용이 줄어들면서 이익을 볼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금융업종은 특별한 수혜는 없지만 FTA에 따른 외국인 투자 확대로 주가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제약, 바이오, 서비스업종 등은 FTA로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제약업종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 강화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심 팀장은 “국내 제약업체들은 개량 신약으로 신제품을 발매하기 때문에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이 강화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제약업종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약업종 지수는 FTA 체결 이후 4월 6일 현재까지 4%가량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기업보다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의료, 교육, 법률 등 서비스업도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시장의 개방으로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는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승자 독식시대’를 기억하라 증시 전문가들은 한·미 FTA로 주식시장은 종목별 차별화 시대를 넘어 양극화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제도적 보호막 안에 있던 내수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고 1등 기업과 2등 기업 간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미 FTA 수혜 업종이라도 업종 내 종목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 센터장은 “FTA는 쉽게 말해 강자들을 위한 시대라고 볼 수 있다”며 “내적(내수) 경쟁이 아닌 외적(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장도 “이제는 업종과 상관없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주가도 1등과 2등 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선택해야 할까. 우선 증시 전문가들은 내수 기업보다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수출 기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곽 사장은 “해외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수출 기업들은 FTA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수출 기업 중에서도 업종 1등 또는 국내외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할 것을 증시 전문가들은 권유했다. 장 사장은 “시장이 개방되면 규모의 경제가 심화되면서 1등과 2등 기업 간 격차는 점점 뚜렷해질 것”이라며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내수 기업 또는 신생 기업 중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것은 글로벌 잣대로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이라는 뜻”이라며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투자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 선택에 자신이 없다면 코덱스200 등 인덱스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 부사장은 “FTA 수혜주는 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라며 “이런 업종들이 강세를 띠면 코스피가 상승하고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상품의 수익률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로 승부해야 FTA 시대에 가장 적합한 투자기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런 장세일수록 장기 투자기법이 더욱 더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개방과 함께 이제 한국 증시에 대한 평가, 한국 기업의 체질 등이 장기적으로 한 단계 더 레벨업되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증시에서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강력한 기업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같은 초우량주를 미리 확보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FTA 장세라 해서, 이런 투자기법이 변할 리가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가 평소에 강조하는 장기 투자기법은 FTA 증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이 전무는 먼저 실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더 낮은 기업, 흔히 말하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 이하인 기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래 성장가치가 뛰어나고 영업이익이 늘고 있는가도 중요한 잣대다. 마지막은 독점적 판매권을 의미하는 ‘브랜드 가치’가 뛰어난 기업이다. FTA 증시라 해도 이 같은 3대 조건을 갖춘 주식을 선취매하고, 장기 보유하는 게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다. 개인 전문투자자로 유명한 박성득씨의 주장도 이와 엇비슷하다. 장기 투자기법은 FTA 장세에서 여전히 똑같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박씨는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주식, 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주식, FTA 시대에 미래 성장가치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주식 같은 3대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 장기 보유하라고 강조한다. 그런 다음,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에 다다르면 매도하는 방법이 좋다고 박씨는 조언한다. 물론 보유하고 있다가도 FTA 시대를 맞이해, 만일 특정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부정적인 큰 변화가 생긴다면 즉각 매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FTA 증시라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의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는 결국 실적에 따라 연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FTA 타결 후 나타난 최근의 탄탄한 주가흐름도 결국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진짜 FTA 장세’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FTA 장세는 적어도 3∼4년 후에 나타날 일이기 때문이다. FTA 장세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FTA가 특정한 개별 기업가치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정밀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FTA 가치투자’는 이렇게 | ||
‘수입으로 돈버는 기업들’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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