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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의 강력한 소비 파워

‘알파걸’의 강력한 소비 파워

런던에 있는 경제·기업연구소(Centre for Economics and Business Research)의 보고서가 화제를 낳은 일이 있다. “앞으로 영국은 잘 배운 여성들이 고소득 전문직을 차지하게 되고, 그들이 남편들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서 2025년이 되면 영국 개인자산의 약 60%는 그들 손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자. 이것이 과연 영국이란 나라에 국한된 현상일까?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을 감안해 보자. 이런 트렌드가 영국보다 더 빠르게 자리 잡을 수도 있다. 80년대에 출생하고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남자들보다 더 공부 잘하는 여성들로 자라온 20대 여성들은 현재 미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아동 및 청소년들의 행동 특성을 연구하는 임상 심리학자인 댄 킨들런은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로 무장한 알파걸의 등장을 예고하며 이들이 마케팅에서도 역시 대단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의 여성들은 ‘좋은 남편 만나 시집 잘 가서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소비하는’ 주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여성에 비해 알파걸들은 더욱 강력한 구매선택권과 소비엔진을 갖고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알파걸’의 구매 파워는 이제껏 여성 고객을 외면해 왔던 기업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 시장을 보자. 20대 여성들에게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자동차’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현재 한국 자동차시장의 미래를 여성 마케팅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그 미래는 밝지 않다. 3000cc 이상의 고급 승용차시장은 이미 외산차들에게 빠르게 내어주고 있고, FTA 협정까지 거들어주는 현실에서 1000만~2000만원을 더 주더라도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 소비욕구를 풀어보자는 잠재적 소비자가 포진해 있다. 저가 차는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결국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중간 가격대 자동차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간 가격대 자동차를 구입할 예정인 남성 소비자들은 애석하게도 외산 중고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계에 대한 두려움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보닛 여는 것을 좋아하는 남성들은 외산 중고차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여성들은 절대 외산 중고차를 못 산다. 기계치인 대부분의 여성 드라이버는‘내 인생에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내 손으로 보닛을 여는 악몽 같은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소망이다. 결국 중간 가격대의 국산 자동차 시장은 여성에게 달려 있다. 애프터서비스가 원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여성을 잘 모시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여전히 모터쇼 전시장에는 쭉쭉빵빵 미녀들이 깊게 파인 가슴선과 미끈한 다리로 남성 고객을 유혹하고, 고급승용차 광고에서 여성은 항상 부러운 시선으로 질주하는 남성들을 바라보는 그림으로 처리된다.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알파걸은 아파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버는 여성들은 남편의 명의로 된 집에 함께 사는 형태가 아닌 부부 소득의 50% 이상을 일조한 정당한 권리로 선택권을 행사한다. 아내의 입김이 단지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닌 강력한 주장으로 드러난다.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평균수명 90살을 산다고 보았을 때 남성은 8∼15년 정도 여성에 비해 덜 살게 된다고 한다. 매우 죄송하게도 이미 간 남편이 자산을 관리할 수는 없다. 게다가 요즘 남성들은 종신이며 연금이며 남기고 가는 것도 많다. 앞으로 금융시장은 남편 사후에 가계 자산의 주인이 될 여성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구매파워에 돈이란 현실적인 무기까지 쥐고 흔들 알파걸은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기업이 미래에 먹고살 걱정을 하고 있다면 이들 여성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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