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 나와 마주하라
물 흐르듯 나와 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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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의 새로운 화두 ‘마음’ ‘아이팟’으로 잭팟을 터뜨린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회장 얘기를 해보자.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영인은 드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85년 자신이 창업한 애플컴퓨터 CEO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나는 그 친구(스티브 잡스)가 권총 자살을 하는 줄 알았다. 누구보다 불같은 성격 때문에 스스로 그 치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마이크 머리는 이렇게 우려했다. 약간은 오만하고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잡스가 크게 방황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머리의 걱정은 기우였다. 일주일을 칩거한 잡스는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이탈리아에서 자전거 한 대와 두툼한 침낭을 구입해 유럽을 떠돌며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 훗날 그가 보란 듯이 재기한 데는 이런 유럽에서의 낭인 생활이 한몫했을 것이다. 지미 카터도 그랬다. 8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딴따라’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배한 이 ‘전직 대통령’은 조지아주에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인생이 끝나버린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아이티, 보스니아, 베네수엘라 분쟁 등을 성공적으로 중재하면서 자신이 ‘옛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만약 잡스가 실직했을 때, 혹은 카터가 낙선했을 때 신야 박사는 이렇게 마음 관리를 하라고 조언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 자신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실패한 CEO’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된 현실을 인정하세요.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물론 서두르지 마세요.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권총 자살하는 줄 알았는데… 최근 레드캡투어로 옮긴 심재혁 사장의 ‘햇볕 정책’도 유명한 얘기다. 심 사장은 부하 직원들이 잘못된 일처리로 마음을 상할 때마다 햇볕 정책을 쓴다고 한다. “그럴 땐 일부러 결정을 한 박자 늦춥니다. 내가 지금 저 사람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상사가 어떻게 얘기해주면 언짢지 않고 스스로 뉘우쳐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그러면 질책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상황을 풀게 되지요.” 마음은 죽어가던 사람도 살리는 위력을 가졌다. 사람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경영에 동참하는 임직원의 마음먹기에 따라 쓰러져가는 기업도 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잘나가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처럼 마음 하나가 기업의 경영뿐만 아니라 존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경제기사의 지면을 통해 왕왕 접하게 된다. 지난 4월 19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가 그럴 것이다. 2003년 1월, 대규모 분식회계 적발로 자본금이 4조원 이상 잠식당하는 사태에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SK네트웍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기업환경 개선 덕분에 2003년 102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882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튼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당시 2조원이 넘던 채권을 100% 건지는 것은 물론, 올해는 1조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것이라며 채권단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SK네트웍스가 그간의 불명예를 떨치고 조기졸업의 축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워크아웃까지 몰아갔던 문제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어둠 밖으로 끌어내 해결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의지, 투지, 인내, 희망, 용기 등으로 마음을 단단히 무장하고 워크아웃에 임했던 덕분이다. 이 회사의 정만원 사장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대표이사 취임과 더불어 ‘맨 아래’ 자리로 내려와 고객을 챙겼다고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을 낮추어 ‘섬기는 마음’ 자세를 보임으로써 임직원의 동참을 유도한 것이다. 또 정 사장은 두툼하고 멋있게 작성되던 보고서의 기존 형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오로지 ‘한 장’으로 생각을 응축해 임직원이 무엇이든 간편하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해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래야 한다’는 식의 제약과 불필요한 기교를 없앰으로써 아이디어와 제안이 전방위적으로 끊임없이 소통되는 채널을 만들었고, 이는 조직 내에서 물이 흐르는 것같이 선순환됐다. SK네트웍스 워크아웃 졸업의 또 다른 주역은 채권단의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확신’과 ‘배짱’으로 이번 워크아웃을 주도했다. 그는 SK네트웍스는 반드시 살릴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여러 난관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어느 중동계 투자기관이 석유 공급선을 중단하겠다며 협박을 해도 ‘살려낼 수 있다’는 그의 마음은 한 수 더한 뱃심과 오기로 밀어붙이게 했고, 결국 외국 채권단들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적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고, 마음은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낸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매킨지로부터 ‘회생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던 한국전기초자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97년 말 부채 4700억원, 부채비율 1114%, 77일간의 장기파업으로 얼룩투성이이던 회사였다. 그러던 것이 3년 만에 매출 7000억원, 순이익 1700억원, 부채비율 35%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열린 경영’으로 이 같은 혁신을 주도했던 서두칠 사장(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은 이제 ‘기업 회생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그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일 먼저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서부터 밤늦게 하루를 마감할 때까지 그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열어서 임직원들과 빠짐없이 나누었다. 열기로 가득한 공장 안에서 같이 땀 흘리며 혁신을 외쳐대는 왜소한 CEO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않았고, 결과는 기적 같은 현실이 되어 성공의 결실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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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그림자를 마주하라 부처는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며,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라며 장애 가운데서 보리도를 얻었다고 한다. 무의식과 마음속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부처의 지혜가 『보왕삼매론』에 나와 있다. <상자기사 참조> 세상살이가 더 빠르고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요즘이야말로 마음속에 빡빡하게 채워진 무의식과 마음의 그림자를 넓고 탁 트인 곳으로 끌어내 이와 통할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그림자를 없애는 것이 아닌 그 그림자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제는 자기 마음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 곧 시대를 리드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의 『보왕삼매론』은 불자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혜로운 삶의 가이드가 될 수 있을 듯싶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다가 버럭 화부터 낸다거나, 차를 운전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와 순간 점잖은 처지에 어떻게 자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지 겸연쩍어 얼굴을 붉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사소한 계기에 순간적으로 무의식의 ‘아픈 곳’이 건드려지면서 무의식의 그림자가 통제할 겨를도 없이 먼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림자’란 무의식의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 열등한 인격 속에는 의식생활의 법과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불순종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이 그림자를 가리켜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림자를 영혼과 동일시해 만질 수는 없지만 항시 사람의 ‘뒤에 따르는 자’라고 했다. 사실 일을 하며 사람들과 부딪치며 지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싫은 사람, 이유 없이 비위에 거슬리는 동료·선후배가 있을 수 있다. ‘주는 것 없이 밉다, 사람이 덜됐다, 간사하다, 꼬장꼬장하다, 더럽고 치사하고 추잡하다, 여우 같다, 건방지다, 속물이다’며 감정 섞인 말투로 남을 비평할 때도 많다. 이는 자기 안의 그림자의 투사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살아가는 가운데 여러 가지 대인관계의 우여곡절, 오해, 모함, 실망, 질투 등 각종 불쾌한 경험과 자신의 실수를 통해 우리는 어느 정도 그림자를 인식한다. 문제는 자기를 향해 드러나려는 무의식의 그림자를 애써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려는 자세다. 그림자를 인식한다는 것이 결코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는 힘든 ‘삶의 고통’을 통해 만날 수 있으며, 그 고통 속에서 비로소 의식화된 그림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용기, 의지와 더불어 그림자는 빛으로 승화된다. 요즘 마음 한구석이 갑갑하고 원인도 모른 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면, 성자나 도인이 되는 심정은 아니더라도 잠시 차분하게 자신의 무의식의 그림자가 어떤 모습으로 무어라 말하는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그림자는 속앓이를 하고 있는 마음병의 원인과 해법을 알고 있으므로. 마음 건강을 위한 방법이 어려운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한 편이나 좋아했던 배우 사진이나 음악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한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버리고 다시 한 번 흐뭇하게 마음속에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공사다망하게 지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초조하다’ ‘해야 할 것이 있는 데도 그다지 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고민이 많아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는 스트레스로부터 비롯된 마음의 결림 현상으로 뒷목 주변과 어깨가 결려 찌뿌드드한 것처럼 마음이 결리기 때문에 느껴지는 일련의 ‘마음병 증세’다.
사소한 데서 비책 찾아라 혈액 순환이 유연하고도 건강한 신체를 위한 기본조건이라면, 감정과 감성은 마음의 건강을 위한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마음의 건강을 상실하게 되면 잘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감동도 잘 못 느끼게 된다. 이어서 의욕상실, 불안 초조, 자율신경 장애를 일으켜 우울증, 공황, 대인기피 등과 같은 마음의 병을 심화시키게 된다. 이런 마음의 결림 현상은 자연스러운 흐름, 즉 자신의 아집으로 순리에 역행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병을 고치기 위해 처방전을 손에 들고 약국부터 달려가는 우를 범하지 말자. 약물과 주사에 의존해 마음조차 약물중독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인간으로서 이보다 서글픈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약물보다는 자아 대면을 통한 치유가 부작용도 없고 가장 인간다운 방법이다. 그러니 자신을 되돌아보고 방전된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라도 명상, 산책, 독서, 음악감상, 취미활동, 여행 등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도록 노력해 보자. 만약 이것이 어렵고 자신과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진다면 일상생활과 자신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방법은 많다. 불필요한 약속 줄이기, 자주 감동하기, 자주 미소 짓기, 바른 자세 갖기, 일기 쓰기, 하늘과 나무 같은 자연 바라보기, 존경하는 분과 얘기 나누기 등…. 사소한 관심을 통해서도 충분히 마음의 건강을 가다듬을 수 있는 ‘비책’이 너무 많다. 심호흡도 좋은 방법이다. 숨을 깊이 들여마신 뒤 2, 3초간 가만히 참는다. 이렇게 세 번만 반복해도 마음이 다시 차분히 가라앉을 것이다. 혹시 이런 방법들이 별것 아닌 것 같아 신뢰하기 어렵다면 성경과 불경을 펼쳐 차분히 읽어 보거나 140년 전 영국의 의사 출신 정치개혁가 새뮤얼 스마일즈의 『인격론』이나 동양의 대사상가 퇴계 이황의 위인전을 읽어보라. 앞서 살았던 선현들의 마음 단련을 위한 지혜들을 듬뿍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보왕삼매론』의 마음의 병 치유법 ●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병으로 양약(良藥)을 삼아라. ●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니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誓願)이 굳게 되지 못하니 모든 마군을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니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니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니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원림(園林)을 삼으라. ●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果報)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므로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려라. ●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니 적은 이익으로 부자가 돼라. ● 억울함을 당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이 커지니 억울함 당하는 것을 수행의 본분으로 삼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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