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Column] 4년짜리 ‘올림픽 전략’
[CEO Column] 4년짜리 ‘올림픽 전략’
흥미로운 단어 하나가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하나’로 만들어 줄 때가 있다. 나는 요새 그런 언어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아마도 ‘베이징 전략’일 것이다. 회사의 중국 진출 전략쯤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얘기다. ‘베이징 전략’이 탄생한 사연은 이렇다. 회사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어떤 CEO라도 회사의 지속적인 성공을 바라지만 고객과 경쟁사, 그리고 자사의 삼각관계에서 그것은 ‘현실’을 만나게 된다. 이런 비즈니스 세계를 전쟁과 비유하게 되고, 전략이란 개념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손무가 쓴 『손자병법』은 볼 때마다 감탄을 나오게 한다. 『손자병법』 ‘군형’ 편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승병(勝兵) 선승이후구전(先勝而后求戰), 패병(敗兵) 선전이후구승(先戰而后求勝)’이라는 대목이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기고서 그 후에 싸움을 걸고, 지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고 나서 그 후에 이기려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전략의 핵심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싸움을 하기 전에 먼저 이기기 위해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전략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전략이라고 하면 대개 내·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핵심역량을 도출해내는 것이 먼저다. 그런 다음 여기에 맞는 미션과 비전을 검토하고 기업 전체로부터 기능별 단위조직까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다. 물론 회사마다 그 내용과 과정은 제각각일 것이다. 해당하는 기간 역시 1년짜리와 10년짜리가 다를 것이다. 아모제는 그 기간을 4년으로 정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베이징 전략’이다. 아모제는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 ‘오므토 토마토’ 등 4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외식업체다.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외식 업계 역시 고객의 기호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다 신규 경쟁 브랜드 또는 컨셉트의 출현이 빈번하다. ‘어떤 옷’을 입었느냐, 즉 어떤 전략을 짰느냐에 따라 회사가 순풍을 만날 수도, 풍랑을 만날 수도 있다. 순풍을 만나든, 풍랑을 만나든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아마도 전략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런데 마침 선 배 한 명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주었다. 다름 아닌 ‘4년짜리 올림픽 전략’이다. 외식업계 특성상 3년은 짧고, 5년은 좀 길다. 결론은 4년이었다. 이것을 임직원들의 ‘마음’에 심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올림픽이다. 올림픽이 열린 다음해부터 시작해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해까지의 전략을 수립, ‘4년 동안’ 실행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 전략이란 용어를 붙였고, 그 전략의 이름을 올림픽 개최 도시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한 것이다.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원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실행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 전략의 가장 큰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자연스럽게 임직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연도에 가까워질수록 언론과 기업 마케팅에 자주 등장하는 올림픽 관련 소식이 회사의 전략을 자연스럽게 상기시켜주니 말이다. 직원들에게 베이징 전략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 아니고 ‘흥미로운 게임’ 같은 실체로 다가올 것이다. 잘 지은 이름 자체가 CEO부터 직원까지 하나로 묶는 ‘효자 전략’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내년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베이징 전략의 도착점을 향해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조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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