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동규의 감성경영] 창조성을 자극하라

[이동규의 감성경영] 창조성을 자극하라

창조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현재 한국 경제의 처지를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로 언급한 이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창조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창조성이란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나 중국과 일본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우리에게 살길이 생긴다는 엄연한 현실에서 보면 그냥 지나칠 일은 결코 아니다. 사실 지구상 수많은 민족 중에서 가장 창조성이 뛰어난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 주장하는 것만이 아니며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 3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에서 성악 부문을 석권한 20대 한국 남성 4인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전 국민이 가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적 기질이 뛰어난 민족임을 감안하더라도 우람한 서양인의 체격에서 나오는 테너와 바리톤의 힘, 까다로운 라틴어 발음 그리고 서양인 일색인 심사위원들, 특히 오페라 아리아와 같은 서구 고급 문화의 중심이랄 수 있는 분야에서 한국인끼리 결승전을 치렀다니 분명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외국인이 1등 한 경우를 상상해 보라. 미국 PGA에서 한국 여성 골퍼들의 파워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피겨에서 우리 여고생이 세계를 제패한 데 이어 남자 스피드 빙상, 심지어는 백인만의 절대 성역이라고 여겨졌던 수영에서까지 세계 정상에 올라서고 있다. 최고의 두뇌 전쟁인 바둑에서도 한국 젊은 프로기사들은 일찍이 종주국인 일본을 몰아내고, 25배 가 넘는 인구 규모를 가진 중국의 천재들을 누르고 있다. 아무리 국내 정치가 수준 이하의 행태를 보여도 기업경영 등 경제적 성과는 물론 문화적 장르에서부터 스포츠 종목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성과를 토해내고 있으니 참으로 위대한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한국인의 창조성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혹자는 수많은 외세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각종 피가 섞인 결과라며 우생학적 관점에서 잡종 강세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우리 민족 특유의 세밀한 DNA가 오랜 세월 이어져 오면서 두뇌 수준이 개량된 결과라고 보는 이도 있다. 첨단 센서로 하는 독일의 병아리 감별 시스템을 압도하는 한국인의 수작업 감별력을 볼 때 그럴 듯하게도 들리지만 역시 시원한 답을 주진 못한다. 국내 저명한 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매학기 초 학생들을 나눠 조를 편성하고 조마다 일정한 수의 레고를 나눠 준다. 각 조에서 한 명씩 나오게 한 다음 자신이 정한 모형을 보여주고 이를 만들게 한 다음 가장 비슷하게 만든 조에게 상을 주는 커뮤니케이션 경영게임을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개 한두 개 조에서는 자신이 출제한 답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제출한다고 한다. 자신도 정말 이해가 안 돼 해당 학생들에게 물어 봤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조가 1등 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그렇다면 우리 조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자고 했다”고 답하더라는 것이다. 그 교수는 이런 게임을 수많은 나라에서 해봤는데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스승에 대한 도전이나 명령 위반을 떠올릴 수는 없다. 교수의 지시를 새롭게 해석한 기분 좋은 반란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차별화 전략의 진수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한국인만의 유전자적 원형이자 무역규모 1억 달러를 기록한 지 불과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3,000배 성장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비밀의 열쇠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수많은 분야에서 우리들은 세계 최고를 너무나 많이 내세우고 있다. 작은 나라의 콤플렉스인지 모르겠으나 세계 최대란 것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란 것도, 최대란 것도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지는 법이다. 영원히 기록되고 유지되는 것은 바로 최초(最初)란 것이다. 최초의 생각으로, 최초의 시스템으로, 최초의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창조적 지혜의 발현이며, 중국 · 일본 · 러시아 그리고 미국이란 전 세계 4강에 둘러싸여 질식사할 수도 있는 좁은 한반도에 부여된 창조적 DNA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dklee@khu.ac.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2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3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4"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5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6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7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8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9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실시간 뉴스

1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2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3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4"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5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