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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代 경제통들이 요직 장악

50代 경제통들이 요직 장악

▶개혁·개방주의자로 평가받는 응우옌떤중 총리.

베트남에서는 공산당만이 유일한 합법 정당이다. 공산당원 수는 베트남 국민 8600만 명 중 25%에 달하는 2150만 명이다. 이 중 160명의 중앙위원회 집행위원부터는 각각의 역할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 있다. 이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은 14명의 공산당 정치국원이 베트남을 이끌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전당대회를 베트남 국민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전당대회에서 베트남의 리더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존 리더가 계속 베트남을 이끌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국가를 경영할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2006년 4월부터 5월에 걸쳐 한 달간 열렸던 제10차 공산당전당대회는 가장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 대회로 꼽히고 있다. 수많은 예상이 빗나갔고 지금까지 지켜오던 주요 불문율마저 깨진 까닭이다. 서열 1위로 꼽히는 공산당 서기장에 기존의 농득마인 서기장이 유임된 것이 첫 번째 이변이었다. 전당대회 직전에 그의 사위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며 그도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지도부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전당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응우옌민찌엣(64) 호찌민 당서기였다. 그는 예비투표에서 계속 선두를 달리며 서기장 선출 최종 선거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는 돌연 경선을 포기하며 서기장 자리를 농득마인에게 양보했다. 권쾌현 연합뉴스 특파원은 “찌엣이 당 서기장이 됐을 경우 전 집행부 5인방이 모두 물러나게 됨으로써 업무의 연속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특히 중요한 것은 통일 이후 불문율처럼 지켜온 ‘북부 출신이 당 서기장을 맡아야 한다’는 룰이 깨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일된 지 30년이 지나는 동안 서기장은 북부, 주석은 중부, 총리는 남부에서 선출하는 불문율이 지켜져 왔다. 또 보수적 성향이 강한 북부 출신들은 “당은 북부에서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 자칫 혼란으로 빠질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물밑 협상 끝에 북부 출신은 농 득마인 서기장의 자리를 확보했다. 남부 출신들은 서열 2위부터 5위까지의 핵심 고위직을 확보하며 실리를 챙겼다.


각 분야 빠르게 세대교체 안태성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홍보관은 “베트남 공산당은 정권 교체 과정에서 정치적 보복을 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남부 출신이 큰 문제 없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65세 이상 원로들이 물러나며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자진 은퇴 형식을 빌린 세대교체는 지도자 그룹의 나이를 65세 상한선으로 하고 중앙위원회 집행위원은 55세로 연령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 결과 쩐득르엉(69) 주석과 판반카이(72) 총리, 응우옌반안(69) 국회의장, 판지엔(71) 서기국 서기 등 서열 5위 이내의 최고지도자 중 농득마인을 제외한 4명이 모두 물러나는 파격적인 현상을 보였다. 정치국원 14명 중에서도 6명만이 살아남았다. 개혁 성향의 남부 출신 3인방이 국가 경영의 핵심부서인 주석·총리·서기국 서기에 임명된 것도 10차 공산당전당대회의 이변으로 꼽힌다. 당 서기장은 정치에 주력하는 대신 핵심 3인방으로 하여금 경제를 이끌게 하겠다는 구도다. 주석에 내정된 찌엣과 총리를 물려받은 응우옌떤중(56) 총리, 서기국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진 쯔엉떤상(57) 당 경제위원장은 모두 남부 출신에다 개혁성이 강하고 경제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처럼 비록 당서기장을 북부가 맡긴 했지만 관례상 중부에서 맡아 온 주석을 포함해 정부의 핵심 요직을 모두 남부에 맡긴 것은 당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모험을 했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이들 개혁 성향의 리더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이고 있는 이들은 경제인들이다. 경제가 더욱 활성화되며 자신들이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보타인록 베트남 상공회의소 소장은 “올바른 방향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이번 변화를 표현했다. 2000년부터 호찌민시 당서기를 맡아 호찌민을 아시아의 중심 경제도시로 키운 찌엣과 96년 당 경제위원장을 거쳐 97년부터 수석부총리를 맡아 경제를 담당해온 응우옌떤중 총리, 호찌민시 인민위원장과 당서기장을 거쳐 지난 5년 동안 당 경제위원장을 맡아온 쯔엉떤상이 베트남 경제를 주도하게 된 점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일단 반색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WTO에 가입하는 등 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의 투자자들은 정부 정책이 바뀌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베트남의 권력을 잡자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HSBC 호찌민 지점장은 “이들이 권력을 잡고 있을 향후 5년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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