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화교 큰손들이 인천을 주목한다”
[ 특집 ]“화교 큰손들이 인천을 주목한다”
▶국제업무타운이 들어설 청라 지구 조감도. |
지난 4월 11일에 대만 최대 건설회사인 ‘파 글로리 그룹(遠雄集團)’의 오너 짜오 텅 시옹(趙藤雄) 회장이 12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깜짝’ 방문했다. 파 글로리 그룹은 1969년 건설업체로 출발해 대만 현지 건설 · 금융 ·물류 · 호텔 · 리조트 · 투자 개발 분야에 18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화상기업이다. 현재 대만에서 ‘유시티(U-City)’로 불리는 3,000가구 규모의 미래 주택단지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당시 이 사절단에는 현재 이 회사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짜오 회장의 아들도 포함돼 있었다. 짜오 회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 현장을 둘러본 뒤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하게 읽을 수 있다”며 “향후 투자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짜오 회장이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가운데 송도 · 영종 지구와 함께 개발되고 있는 청라 지구다. 인천 서구 일대 538만 평에 개발되고 있는 청라 지구는 인천공항으로부터 10km, 서울 중심가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공항이 가깝고 서울권의 마곡 · 상암 지구와도 연계될 수 있는 입지여건을 갖췄다. 따라서 청라 지구는 국제도시로 개발되는 송도와 항공 · 항만 물류도시를 지향하는 영종 지구와 달리 금융 · 국제업무 · 관광 · 주거 기능을 담당할 예정이다. 특히 청라 지구의 중심부에 들어설 38만여 평 규모의 국제업무타운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6조2,990억원을 투입해 건설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투자허브를 꿈꾸는 국제업무타운은 개발기간만 10~15년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 사업이다. 이곳엔 향후 랜드마크 빌딩 두 개를 비롯해 국제업무 · 레저 단지, 상업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청라 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공사 측은 “국제업무타운은 6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에서 알 수 있듯 청라를 포함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이곳에 세우기로 한 랜드마크 빌딩 두 개. 지상 88층과 66층짜리 빌딩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과 6을 사용했다. 8은 중국인에게 재물이 생긴다는 것을 뜻하고, 6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를 겹쳐 놓은 88과 66은 중국에서 최고의 행운을 부르는 숫자다. 지난해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이곳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도 이처럼 화교 자본 유치를 위한 개발 컨셉트가 결정적이었다. 토공 관계자는 “화교자본 유치를 염두에 두고 66 · 88층 빌딩을 짓겠다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가 선정 과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대우건설 컨소시엄엔 현대건설 · 현대산업개발 · 금호건설 · 벽산건설 · 한진중공업 · 월드건설 등 국내의 쟁쟁한 건설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자본금만 7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회사를 세우고 토공과 5월 말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들 틈새에서 유독 눈에 띄는 투자자가 있다. 바로 전체 자본금의 2%(120억여 원)를 납입한 한국화상발전기금이다. 투자한 금액은 2%에 불과하지만 그 위상은 이를 훌쩍 넘어선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주요 주주위원회를 구성할 때, 처음엔 ‘5% 이상’ 대주주만 참여하도록 했다가 한국화상발전기금의 반발로 ‘2% 이상’으로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국화상발전기금은 향후 분양과 투자 유치에 있어 전 세계 화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화상발전기금은 원국동(袁國棟) 한국화교협회 명예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2005년 제8차 세계화상대회를 서울에 유치한 주역이다. 그는 당시 화상대회에서 전 세계 화상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8억 달러가 넘는 외자 유치 ‘실력’을 보였다. 원 회장은 “현재 파 글로리 그룹 외에도 홍콩 · 말레이시아 등지의 3· 4 개 화교 기업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며 “개발이 본격화되면 관심 있는 화교들이 더 몰려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라 지구에 24만5,000평 규모로 조성될 테마형 레저단지 사업엔 싱가포르계 화교 자본이 이미 들어온 상태다. 해원에스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판개아 캐피털(Pangaea Capital)이 그 주인공이다. 판개아 캐피털은 싱가포르계 펀드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화교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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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지구 차이나타운엔 1조원 투자 영종도의 운북 지구엔 인도네시아의 거대 화교 기업인 리포(LIPPO)그룹이 이미 투자를 약속했다. 운북 지구는 영종도 동북쪽 해안 56만 평 부지에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호텔 휴양지와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국제복합레저도시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맡은 리포인천개발은 자본금 총 688억원으로 리포그룹이 50%를 출자했고, 나머지는 GS건설 · 포스코 건설 등 국내 건설사와 우리은행 · 외환은행 같은 국내 금융사가 차지하고 있다. 리포그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10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세계 2위의 큰 화상 그룹이다. 개발 · 금융 · 부동산 · 판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현재 자산은 약 300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부동산 재벌 모치타르 리아디 일가가 대주주로 모치타르 회장의 부모가 중국 푸젠(福建)성 출신이다. 리포그룹은 이미 인도네시아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며 ‘짭짤한’ 재미를 본 바 있다. 90년대 인도네시아에 조성된 ‘리포 카라와시’가 바로 리포그룹의 작품이다. 이름에 아예 ‘리포’가 붙은 이곳은 경기도 분당만한 규모로 리포그룹이 치안을 위해 사설 경찰까지 따로 운영하고 있는 신도시다. 현재 인도네시아 최고 부촌으로 떠오르며 ‘인도네시아의 베벌리힐스’로 불리고 있다. 리포그룹은 과거 이런 성과 때문에 운북 지구 개발에 더 적극적이다. 지난 4월엔 리포그룹의 홍콩법인 리원쩡(李文正) 대표가 인천시를 방문해 향후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장담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건설 중인 다른 신도시와 달리 운북 지구는 중국풍 도시로 개발하겠다”며 “중국과 한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이점과 리포의 다양한 개발 경험을 합치면 홍콩을 능가하는 국제도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포그룹은 향후 화상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한(韓)-화(華) 쌍방향의 투자교류협력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리포그룹은 이미 중국 28개 성과 동남아 지역에 리포종합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우수중소기업 제품 수출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리포그룹의 자본 유치를 적극 도왔던 원국동 회장은 “리포그룹 회장은 운북 지구 투자를 위해 한국에 6?번이나 다녀갔을 정도로 신중했다”며 “결국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이곳의 잠재력과 미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규모 차이나타운이 들어설 영종 지구. |
한국 · 화교 자본 모두 ‘윈윈’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亞洲週刊)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화교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 자산은 2,000조~3,000조원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에서 유대계 자본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이렇게 거대한 화교 자본은 주로 홍콩 · 싱가포르 등지의 경제자유무역 도시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홍콩과 싱가포르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거대 화교 자본은 지금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됐다. 원국동 회장은 “최근 화교 기업들은 중국 영향력이 큰 홍콩과 싱가포르 이외의 곳에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만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며 “동남아에 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화교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지리적인 위치도 화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환균 청장은 “인천은 중국과 가장 가까울 뿐 아니라 인천공항에서 비행거리 3시간 반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 51개가 있다”며 “공항과 항만(인천항)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역시 화교 자본에 목말라 있다. 현재 이곳에 투자한 외국 자본은 화교 자본 외에 100억 달러 이상씩 투자를 약속한 미국계 부동산 회사 게일인터내셔널과 포트먼홀딩스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공사(국제업무도시) · 아멕(인천대교)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을 뿐이다. 정작 생산과 고용을 유발할 외국인 투자가들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또한 성공한 경제자유도시의 표본이 되고 있는 싱가포르는 화교, 두바이는 오일 달러란 든든한 자본이 있었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같은 규제 때문에 국내 대기업이 본사나 연구소 등을 유치하기 어렵다. 이 청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생산유발액만 53조4,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22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책 개발사업인 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대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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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본 유치하려면 규제부터 풀어야 화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우선 상하이 푸둥이나 싱가포르 · 두바이 등 경쟁 도시에 비해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다는 점이다. 이 청장은 “두바이나 상하이 푸둥 등 경쟁도시들에 비해 외국 기업들에게 제공해 주는 법적 · 제도적 · 세제상의 혜택이 사실상 적다”며 “외국인 투자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제조 · 물류 · 관광호텔업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IT 인프라가 뛰어난 한국이 강점을 보일만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관심도 낮다. 투자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도 미흡하다. ‘경제자유구역법’엔 외국 투자 기업의 임대용 부지 조성과 의료 · 교육시설에 국비를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비를 기반시설(도로 및 공동구)에 한정적으로 지원하고 공원과 녹지, 일부 외국인학교 용지까지 사업 시행자에게 부담시켜 조성원가에 전가하도록 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국의 산업단지별 평당 분양가격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111만원, 상하이 24만원, 말레이시아 17만원으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비싸다. 감사원은 “조성원가가 높고, 임대용 토지를 확보하기가 곤란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인접한 곳에 경제특구를 세우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사실상 토지를 무상 임대하고 상당 기간 면세 혜택을 제공해 해외 기업들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복잡한 행정절차도 걸림돌이다. 경제자유구역에선 현재 단순한 노선 변경이나 개발 일정 조정도 재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감사원은 “중앙정부가 경제자유구역청에 위임한 사무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 청장은 “송도국제도시는 겉포장만 자유구역이지 막상 적용되는 법은 다른 곳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환경평가와 같은 건축 인 · 허가 절차가 다른 지역과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균형 개발을 강조하는 현 정부 아래선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속도를 내기란 사실상 여렵기도 하다. 반외자 정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한 외국계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선 최근 론스타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외국기업의 이익 창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한때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싱가포르투자청(GIC) 역시 지금은 관망 상태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아주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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