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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대학교 / 재계 2, 3세 경영인 유독 많아

브라운대학교 / 재계 2, 3세 경영인 유독 많아

▶ 정용진 신세꼐 부회장

브라운대는 침례교인들이 설립했다. 그래서 이 대학의 모토 역시“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소망한다”다. 1764년, 당시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세워진 대학이다. 영국 식민지 의회의 인가를 받아 ‘로드아일랜드대학’이란 이름으로 개교했다. 1804년 이 학교에 거액을 기증한 니컬러스 브라운(Nicholas Brown)의 이름을 따 브라운대로 이름을 바꿨다. 1971년 펨브로크대학과 합쳐 남녀공학이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대학이며 유럽식 전통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백인계가 주류인 로드아일랜드에 위치하고 있어 유명인사의 자녀들이 대거 재학하고 있다는 것이 브라운대의 특징으로 꼽힌다. 미국 동부 보스턴 남쪽 ‘프로비던스’라는 작은 도시에 자리 잡은 이 대학은 한마디로 ‘전통 속에 자유와 변화’를 추구하는 대학이라 할 수 있다.


브라운대학교

구분: 사립대
개교연도: 1764년
소재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교수 1인당 학생수: 10명
장서: 300여만 권
학교 특징: 학문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유롭고, 열려 있는 학교정신이다. 다양한 국가와 배경의 학생들이 인종적, 종교적 편견 없이 어울리는 풍토다. 제도적으로도 학생이 원하면 전공분야를 창의적으로 직접 디자인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된다.
한국 동문: 현재 한국에 등록된 동문회원은 200여 명, 동문회에 가입하지 않은 회원은 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재계 인맥 중 유독 2~3세 경영인이 많다. 신세계그룹 2세인 정용진 부회장, SK그룹 차남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효성그룹 3남인 조현상 전무, 경방그룹 장남인 김준 부사장, 쌍용그룹 고 김성곤 회장의 3남인 김석동 전 잇츠티비 대표(옛 굿모닝신한증권 대표)가 그들이다.
학부 과정 재학생 5700여 명 중 백인이 55%를 넘고 아시아계는 14% 정도로 프린스턴, 다트머스 등과 함께 소수계 재학생 수가 아이비리그 중에서는 가장 적다. 브라운대는 1927년 이후로 대학원 과정도 개설돼 있지만 대학원보다는 학부과정에 치중하는 대학이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이 있지만 경영대나 법대 등의 전문대학원은 없다. 브라운대 학생들은 2학년 과정을 끝마쳐 갈 때 각기 전공 분야를 결정한다. 이 학교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영어작문 외에 필수과목들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학생들은 제각기 선택하고 싶은 과목을 주임교수와 상의하면서 스스로 선택한다. 과목 선택에 대해 상당한 융통성과 자유가 부여되는 것이다. 브라운대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방법은 특이하다. 과목마다 성적이 A, B, C로 주어지지 않고 S(Satisfied)와 N(Non-Satisfied)으로 부여된다. 만족한다는 뜻의 S와 학점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N으로, 과목에서 낙제 여부만 나타난다. 브라운대에서는 그러나 비록 과목 낙제를 했어도 성적표에 낙제한 과목의 성적을 기록하지 않는다. 따라서 브라운대 학생들은 성적표에 낙제 점수가 없다. 만일 학생이 A, B의 성적을 원하면 교수는 크레딧, 또는 노 크레딧 대신 그 같은 성적을 준다. 또 학생이 원하면 A, B로 된 성적이 아니고 그 학생의 학업성적을 글로 표현해 성적(Course Performance Report)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S, N 방식의 성적 관리를 시행하고 있는 교수는 2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전통적인 연구 분야 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짜서 공부할 수 있다. 이 대학의 학부 학생들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독자적인 연구나 실험·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이 9 대 1 정도에 불과해 노벨상, 퓰리처상 수상 교수와도 수시 접촉이 가능하다. 브라운대 학생들은 2학년 과정을 끝마쳐갈 때 각기 전공 분야를 결정한다. 이들은 약 70개 분야에서 학사학위를 목표로 공부한다. 이 학교에는 특이한 학위과정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학사학위와 석사학위 과정을 4년에 동시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분야가 대단히 훌륭한데 특히 그래픽 아트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응용수학, 역사, 지질학 등도 잘 알려진 전공 분야다. 브라운대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의과대학(재학생 수 500명 정도)과 공과대학은 있지만 경영대나 법대 등의 전문대학원은 없다. 현재 응용수학, 생물학, 생태학·진화생물학, 고고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생화학, 분자미생물·면역학, 분자약리학·생리학·생물공학, 신경과학, 병리생물학, 화학, 인식·언어과학, 컴퓨터과학, 교육학, 공학 등의 학과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 뇌 과학, 문예창작, 국제관계학, 도시연구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2001년 가을부터 루스 시몬스(Ruth Simmons)라는 하버드대 불문학 박사 출신의 흑인 여성 총장이 취임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취임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전통을 강조하는 미국 아이비리그 중 브라운대가 얼마나 자유로운 학풍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 백낙청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흑인 여성 총장이 학교 이끌어 존 D 록펠러 도서관을 비롯한 6개 도서관에 300여만 권의 도서와 100여만 종의 마이크로필름 자료 및 2만6000여 종의 시청각 자료, 1만5000여 종의 정기간행물이 비치돼 있다. 소장 자료는 연간 평균 10만 점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부설 시설로는 학습자료센터, 미술관, 플라넷타리움,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국, 고고학박물관 등이 있다.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72km 떨어진 프로비던스 동쪽 칼리지 힐이라고 불리는 캠퍼스에 기숙사를 포함해 238동의 건물이 있다. 기숙사 시설이 충분해 누구나 원하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 신입생 기숙사에는 대개 20∼30명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데 신입생을 도와주기 위해 교수나 상급생이 같이 살고 있다. 브라운대는 매년 1450명 정도의 신입생을 받고 있다. 합격률은 17%로 프린스턴, 하버드, 예일에 이어 동부에서는 경쟁률이 매우 높은 대학 중 하나다. 하버드와 함께 ‘Early Action’ 프로그램(해당 대학에만 지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운영하고 있으나 ‘Early Decision’ 프로그램과는 달리 합격해도 등록의 의무는 주어지지 않는다. 1980년대 중반 이 대학에서 중국 고대사상사를 전공했던 이지현씨(방송인, 유학기 참조)는 모교의 학풍을 이렇게 설명했다. “브라운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학문적·문화적으로 자유롭고, 열려 있는 학교정신이다. 다양한 국가와 배경의 학생들이 인종적·종교적 편견 없이 어울리는 풍토임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학생이 원하면 전공 분야를 창의적으로 직접 디자인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된다.” 브라운대는 IBM의 토머스 왓슨, CNN의 테드 터너, 석유왕 존 록펠러 등 자수성가한 기업인을 다수 배출했다. 1999년 사망한 존 F 케네디 주니어 역시 브라운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 최재원 SK E&S 부회장

지영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담당 전무는 “브라운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Why be same?’이라는 질문을 학창시절 내내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브라운대가 배출한 인재 중에는 자주적 정신과 개척정신이 강한 졸업생이 많다는 것이다. 지 전무는 브라운대에서 학사와 석사(기계공학), 박사학위(응용수학)를 딴 전형적인 ‘브라운 패밀리’다. 브라운대는 학생 스스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전공 디자인 제도’와 유연한 학점 제도를 도입해 학부 생활 중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지 전무 역시 1983년부터 87년까지 4년 동안 학사와 석사학위 코스를 밟았다. 브라운대 한인유학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 졸업생은 1905년 졸업한 백상규 선생이다. 2대 국회의원을 지낸 백 선생은 광복직후 건국준비위의 대표 자격으로 인천에 들어온 미군들을 만나 그들을 경악케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출중한 영어실력, 무엇보다 그가 명문 브라운대 출신이라는 점이 미군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브라운대 한국 동창회장은 백상규 선생의 손녀인 백명선 회장. 백 회장 가족은 4대가 브라운대를 졸업한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4대 동문 가족’이기도 하다. 광복 후 첫 유학생은 박준규 전 국회의장, 첫 박사학위 수여자는 전 원자력연구소 소장이었던 윤용구 박사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박 전 의장은 1951년 브라운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윤용구 박사는 1957년 물리화학 전공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백명선씨가 한국 동창회장 맡아 현재 등록된 동문회원은 200여 명, 동문회에 가입하지 않은 회원은 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브라운대 출신 재계 인맥 중에는 유독 2~3세 경영인이 많다. 신세계그룹 2세인 정용진 부회장, SK그룹 차남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효성그룹 3남인 조현상 전무, 경방그룹 장남인 김준 부사장, 쌍용그룹 고 김성곤 회장의 3남인 김석동 전 잇츠티비 대표(옛 굿모닝신한증권 대표)가 그들이다. 조현상 전무는 졸업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으며, 일본 NTT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면서 NTT도코모의 한국지사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37만7400주를 상속받으면서 20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하며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지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 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르며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리고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 (위에서 좌로)김관 서울대 화학과 교수,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준 경방그룹 부사장, 윤용구 전 원자력연구소 소장 , 박지환 아시아애볼루션 회장

경복고를 나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 부회장은 폭넓은 교류를 통해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브라운대 동문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브라운대 동문 중 자주 만나는 인사로는 전 옥션 대표이사를 지내고 현재 이베이 부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현씨와 김석동 전 잇츠티비 회장 등이 있다. 이 밖에 박지환 아시아에볼루션 회장, 백명선 씨네서울 대표, 김중민 MPC 회장, 남석우 남영L&F 회장, 박세훈 현대캐피탈 상무, 이인옥 조선내화 부회장, 한홍섭 단암전자통신 회장 등이 브라운대 출신이다. 브라운대 출신 학계 인사로는 ‘창작과 비평사’ 대표를 역임한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백낙청씨(시민의 방송 이사장)가 대표적이다. 그는 1950년대 후반 이 대학에서 영문학과 독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하버드대에서 영문학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도 브라운대에서 분석철학을 연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던 1997년 말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 교수는 평북 신의주 출신으로 월남해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입신양명한 교수로 유명하다.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학계에서의 활동도 매우 활발한 편이다. 우크라이나 대사이자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허승철 교수는 ‘러시아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허 대사는 외교부가 도입한 대사개방제의 대표적 인사로 우크라이나 ‘올해의 인물 재단’이 선정한 외교분야 ‘2006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브라운대 동문 교수들은 특히 이공계 출신이 많다. 정영근 서울대 교수(화학과), 김민성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부), 노승탁 서울대 교수(기계공학과), 박중찬 한국외대 교수(생명공학과), 장수경 연세대 교수(물리학과), 김관 서울대 교수(화학과), 김정선 이화여대 교수(사회학과), 하현준 한국외대 교수(화학과), 박남규 서울대 부교수(전기컴퓨터공학부) 등 60여 명이 넘는 브라운대 동문들이 학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김성훈 서울대 약학대학 제약학과 교수는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해외 저명한 학술저널에 그의 논문이 대거 실렸고 상금 3억원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까지 받았다. 암 억제 단백질과 혈관 생성상처 치료 신물질을 개발한 공로가 그를 이런 영예로 인도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석진 법무법인 한승 변호사, 김동언 변호사가 브라운대를 나왔다. 소형 로펌으로는 보기 드물게 기업자문의 중요성을 간파한 한승은 5개 국어에 능통한 임석진 미국 변호사를 법무법인 세종에서 스카우트했다.


잊을 수 없는 나의 모교


“캠퍼스 댄스의 낭만적 공간이 그리워” 이지현 아리랑TV ‘Korea Now’ 진행자

▶ 약력 1968년생, 브라운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SBS 기자 및 뉴스 앵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현 아리랑TV ‘Korea Now’ 진행자

내가 브라운대에 지원하고 입학했던 1980년대 중반은 브라운대가 지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미국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을 때다. 나 역시 학문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하면서도 개방적이고, 학생들을 제도에 얽어 매지 않는 브라운대의 매력 때문에 이 학교를 택했다. 브라운대에서의 전공은 ‘East Asian Studies’ 중 중국 고대사상사. 중국을 모르면 안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당시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선택한 전공이었다. 나는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학생이었다기보다는 수업 시간마다 펼쳐지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열띤 토론, 우수한 학생들의 번득이는 재치, 유명한 교수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 등 매일 캠퍼스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에너지에 취해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저녁 시간이면 마호가니 빛깔의 고풍스럽지만 작은 펨브로크 도서관(Pembroke Library)에서 숙제를 하고, 틈틈이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 펼쳐보면서 행복감에 젖곤 했던 기억이 난다. 브라운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학문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유롭고, 열려있는 학교정신이다. 다양한 국가와 배경의 학생들이 인종적·종교적 편견 없이 어울리는 풍토임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학생이 원하면 전공 분야를 창의적으로 직접 디자인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된다. 특히 내가 존경했던 많은 교수의 ‘office hour’ (연구실 개방시간)를 백분 활용했는데,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친절하게 조언을 해줬던 그분들이 지금도 고맙게 느껴진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 오페라 아리아가 흐르는 지도교수의 집에서 교수가 직접 만든 중국요리를 먹으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남아 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엔 집과 건물 구경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학교 주변을 얼마나 걸어 다녔던지…. 브라운대가 위치한 프로비던스(Providence)시의 칼리지 힐(College Hill) 언덕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들이 많았는데, 안개라도 약간 낀 날이면 옛날 가스램프 가로등이 남아 있는 거리들이 마치 히치콕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늦은 밤에 열리는 세일즈홀(Sayles Hall)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도 빠뜨릴 수 없는 브라운대의 명물. 친구들과 베개를 들고 가서 바닥에 누워 연주에 빠져드는 경험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추억거리다. 브라운대와 관련해 내 머릿속에 가장 상징적으로 남아있는 기억은 뭐니뭐니해도 캠퍼스 댄스(Campus Dance)가 아닐까. 기말고사가 모두 끝나고 졸업식을 앞둔 5월 말 어느 날 밤이 되면 학교의 메인 캠퍼스가 무도장으로 바뀐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은은한 불빛의 등이 걸리고, 푸른 잔디 위에는 하얀 테이블보를 씌운 식탁들과 의자들이 펼쳐진다. 이 테이블들은 사전에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예약할 수 있어 졸업생들과 졸업식에 참여하기 위해 온 가족들로 가득 찬다. 캠퍼스 곳곳에 여러 무대가 설치되는데 한 곳에서는 흘러간 댄스음악, 한 곳에서는 재즈,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록(Rock) 음악이 연주돼 원하는 장르별로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다. 이날만큼은 브라운대 캠퍼스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는 낭만적인 공간이 된다. 70~80세를 훨씬 넘긴 선배들이 역시나 대를 이어 브라운대를 졸업한 아들, 딸, 며느리, 손자들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싱그러운 밤을 즐기는 모습은 미국 문화가 가진 평화로움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할아버지·아버지·자식까지 대를 이어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이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며 학교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엘리트들의 가치관과 힘 같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대학생이었을 때는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해 너무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삶에 대해 심각했던 것 같다. 지금 브라운대에 진학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현실적인 고민보다는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어 인맥을 넓히고, 교수 연구실에 열심히 찾아가 그들의 지혜를 흡수하고, 학교 활동에 최대한 많이 참여해 좋은 추억과 낭만을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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