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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새 얼굴 ‘죽음 의 의사들’

테러의 새 얼굴 ‘죽음 의 의사들’


영국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에 다수의 의료인 연루돼 의사인 빌랄 압둘라는 무엇 때문에 불타는 체로키 지프를 몰고 번잡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 청사로 돌진했을까? 압둘라를 포섭하려 했던 한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에 몸 담았던 시라즈 마헤르는 영국 언론에 아래와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영국의 유서 깊은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에서 압둘라는 한 남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세들어 살았다. 그 남자는 즐겨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연주와 노래 솜씨가 엉망이었다. 마헤르는 압둘라가 나중에 이렇게 ‘자랑’했다고 회상했다. 압둘라는 만일 그 룸메이트가 계속 기타 치고 노래할 경우 “당신의 기타를 박살내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압둘라는 자신의 경고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려고 한 비디오테이프를 DVD 플레이어에 집어넣었다. 비디오에서는 이라크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악명 높은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지난해 여름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가 한 인질의 참수 장면을 보여줬다. 압둘라는 룸메이트에게 다시 경고했다. “내 말이 장난처럼 들린다면, 저 장면을 보라. 저게 우리 동지들의 활동이다. 사람들을 살육하는 일이다.” 지난주 테러와의 전쟁에 종사하는 모든 정보 당국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점이 있었다. 압둘라가 런던에서 차량 폭탄을 폭발시키고 다시 스코틀랜드에서 자폭 테러로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려 했던 일은 이라크 알카에다의 활동상에서 영감을 얻은 자발적인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실제로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의 계획에 따라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그 대답은 적어도 공식적으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대(對)테러 당국자들이 뉴스위크에 밝힌 바에 따르면, 압둘라(혹은 그와 공모한 용의자들)와 이라크 알카에다 사이에는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그 연관성이 우연의 일치일 뿐이고 실제론 알카에다와 무관한지, 아니면 보다 광범한 음모의 일부인지는 당국자들도 정확히 모른다. 압둘라의 어리숙한 행동은 이번 테러가 아마추어의 행위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차량 폭탄 테러가 실패한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려 했던 또 다른 용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압둘라와 그 다른 용의자는 살아남았고, 그들이 런던에서 시도했던 차량 폭탄 테러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정보 당국자들은 이번에 무산된 테러 음모가 혹시 한밤중의 화재 경종은 아니었는지 곱씹어보고 있다. 지난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테러분자 척결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들이 미국까지 들어올지 모른다”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부시의 많은 비판자도 2003년 3월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압둘라가 어떻게 과격파로 변했는지 알게 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두려움이 현실로 변한 사태를 목격했다. 이라크 전쟁은 결국 테러분자 양산이라는 결과만을 초래했으며, 시간이 흐르면 그 테러분자들이 서방세계 공격에 나서게 되리라는 두려움이었다. 이번 사건 초기의 언론 보도는 그런 두려움을 심화시켰다. 영국과 호주에서 경찰이 용의자 8명을 체포했는데, 그중 7명은 의사이고 1명은 의료 전문가라는 보도였다. 어떻게 인명을 구하겠다고 서약한 의사들이 그런 살인 행각에 열정적으로 나섰다는 말인가? 물론 압둘라가 대량학살을 계획한 최초의 의사는 아니다. ‘파파 닥 두발리에’라는 별명이 붙은 아이티의 도살자도 의사였다.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의사다. 사실, 가장 위험한 과격분자는 직업도 희망도 없이 분노만 가득한 청년들이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사람은 엘리트들, 또는 좀 더 일반적으론 엘리트 계층의 아들들이다. 그들은 불만이나 복수심을 행동으로 표출하며, 치명적인 무기를 입수할 만한 수단과 노하우를 지녔다. 아프가니스탄의 산악 동굴들에서 수거한 증거에 따르면, 자와히리는 화학·생물학 무기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의사들은 대다수 일반인보다 쉽게 화학전이나 세균전의 재료를 입수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의사는 또 방사능 물질에도 쉽게 접근한다. 이번 폭탄 테러 음모는 알카에다가 영국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심어놓은 사악한 ‘의사들의 테러조직’이 저지른 사건으로 판명될 가능성도 있다. 또 수사당국에 검거된 의사들이 이번 자폭 테러 음모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용의자들의 친구이거나 동료일 가능성도 있다. 그들 중 적어도 세 명은 혈연관계로 추정된다. 카필과 사빌 아메드 형제, 그리고 호주에서 억류된 의사 모하메드 하니프가 바로 그들이다. 카필 아메드는 이번 사건에서 체로키 지프에 동승했다는 또 다른 용의자인 듯하다. 그는 지프가 글래스고 공항 청사로 충돌하기 직전 차에서 뛰어내린 뒤, 종류가 밝혀지지 않은 가연성 액체를 자신의 머리 위에 쏟아붓고는 불을 붙였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그는 중화상을 입었기 때문에 아직 신문을 받지 않았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아메드는 처음엔 언론에서 의사로 보도됐지만 사실은 기술자다. 그는 이번 사건에 사용된 폭탄을 스코틀랜드의 한 차고에서 만들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만일 그랬다면 그는 그다지 영리한 테러범 같지는 않다. 인터넷에서는 차량 폭탄 제조 방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런던 중심가에서 발견된 두 대의 메르세데스 벤츠 안에는 프로판 가스통들과 못이 들어 있었다. 폭발 장치치고는 매우 조잡했고 효과도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프로판 가스통이 폭발하려면 오랜 시간 뜨거운 열에 노출돼야 하며, 폭발한다 해도 차량을 산산조각내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도록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지는 못하다. 아메드와 압둘라가 솜씨 없는 테러범이었는지는 모르나, 그들의 얘기는 여전히 불길하다. 이라크의 명문가 자제인 압둘라(27)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에 유학해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바그다드로 돌아간 뒤 그들 가족은 수니파로서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특권을 누리고 살았다고 알려졌다. 조용하고 학구적인 압둘라는 신앙심이 깊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학생이었던 한 친구는 당시 급우들이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자 압둘라가 화를 냈던 일을 기억한다. 압둘라는 “그 말은 기독교인들이나 쓰는 말이지, 우리 같은 무슬림이 사용해서는 안 돼”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친구는 압둘라가 2000년 요르단 여행 도중 급진적으로 변했다며 “그가 귀국했을 때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압둘라의 한 친적은 그가 케임브리지에 살 때 강한 종교적 열정을 보였다고 워싱턴 포스트지에 말했다. 그곳의 한 이슬람사원에서 설교 담당 성직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는 압둘라가 대신 설교를 맡을 정도였다. 압둘라는 한동안 케임브리지에 살면서 의학을 공부했다. 저명한 의사인 아버지는 아들이 의술을 공부하기 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 친척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압둘라는 의사가 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그가 이라크에서 의사고시에 합격한 일은 아버지가 유명한 의대 교수였기 때문이었다. 이라크에서는 그런 일이 가능했다.” 그 친척은 고뇌하던 젊은 압둘라로선 이슬람 율법학자가 되기를 더 원했을지 모른다면서 “한번은 그가 기도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축출했을 때 압둘라는 바그다드에 있었다. 저명한 수니파 가문이었던 압둘라 가족으로선 재앙을 만난 셈이다. 종파 간 폭력 사태가 확산됐다. 바그다드 대학 총장이자 부설 의대 학장이었던 모하메드 라위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바트당 당원이었던 라위는 후세인의 주치의였다고 알려졌다. 라위가 피살된 지 얼마 안 돼 그의 자리는 시아파 인사가 차지했다. 압둘라의 고등학교 친구에 따르면 압둘라는 그 사건에 격분했다. 당시 압둘라는 급우들에게 “수니파 학장이 살해됐다. 그렇다면 시아파 학장도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군의 이라크 점령에도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압둘라는 2004년 영국으로 돌아갔다. 케임브리지의 한 케밥 식당 건물 위층에 살면서 주인집 아이들의 가정교사 노릇을 하며 종교·화학·생물학을 가르쳐줬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이라크 소식을 빠짐없이 점검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했던 앞서의 친척은 무엇이 혹은 누가 압둘라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카에다에 관해서는 “압둘라는 그들이 이라크에서 벌이는 활동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어느 시점에선가 압둘라는 카필 아메드와 친구가 됐다. 함께 룸메이트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인도 출신의 독실한 무슬림인 아메드는 뱅갈로르에 살 때 집 근처 이슬람사원 지도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그가 사원 신도들에게 좀 더 보수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요구한 일이 발단이었다. 압둘라와 아메드가 실패한 자폭 테러 임무에 나서기 전 아메드는 마지막 유서를 남겼다고 일부 수사관은 전했다. 사건 발생 뒤 경찰에 체포된 8명(압둘라와 아메드 모두의 친구 내지 아는 사이들이다)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모하메드 아샤다. 아샤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의 고속도로를 차로 달려가다가 아내 마르와와 함께 체포됐다. 중산층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샤는 요르단 암만의 주빌리 스쿨(누르 왕비가 설립한 영재 학교)을 전국 3위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의대 재학 시절의 학점은 4.0 만점이었다. 2005년 아샤는 영국으로 건너가 신경과학자로 근무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지난주 아샤의 가족은 그가 테러 음모가였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아버지 자밀은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의 신앙심은 보통 사람 수준이었다. 내 아들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아이는 공부할 시간밖에 없는 애다. 내 아들을 잘 안다. 이런 일에 끼어들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아샤의 가족들은 2006년 그가 아내와 함께 요르단으로 일시 귀국했을 때 보여준 약간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하는 듯했다. 당시 아샤는 과격세력인 이슬람주의자들처럼 긴 턱수염을 뽐내고 다녔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신체적 변화가 무슬림형제단 단원인 한 정신적 스승을 흠모하는 마음에서 비롯됐을 뿐이라고 설명하려 애썼다. 아샤가 미국에서 의사 활동을 하려고 예비 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테러 미수 사건으로 지난주 체포돼 신문을 받는 또 다른 의사와 아샤는 외국인 의사들에게 개업 면허를 부여하는 한 미국 단체와 접촉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 FBI 관리에 따르면, 그 용의자들이 미국을 여행했거나, 혹은 미국 내에 어떤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주 뉴스위크가 접촉한 미국의 대테러 당국자 대다수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하는 적색 경보를 발령할 생각이 없었다. 반면 유럽의 정보 당국은 좀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난 4월 런던 선데이 타임스는 섬뜩한 내용의 문건을 공개했다. 합동 테러분석 센터에서 만든 영국 정보부의 비밀 문서였다. 그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금 이라크의 알카에다는 영국과 여타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준비 중이다. 신문은 한 알카에다 조직원의 말을 인용해 그 테러 공격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와 맞먹는 수준의 작전이며, 또 “교황의 지위도 흔들리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한 비디오 내용이 공개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졸업식” 장면을 촬영했다는 그 비디오에서 한 탈레반 사령관은 복면을 한 자살 특공대원들을 독일·영국·캐나다·미국으로 출정시켰다. 대다수 정보 당국자는 그 비디오테이프가 비현실적인 선전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는 그 테이프 안에 사실적인 측면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독일 정보 당국자들은 특히 초조해 한다. 지난달 두 명의 독일인이 파키스탄 당국에 체포됐다. 그들은 이란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던 듯했다. 독일의 일부 수사관은 그 두 명의 용의자가 서방을 겨냥한 테러 공격 훈련을 받으러 가는 중이었다고 믿는다. 독일 내무부의 고위 관리인 아우구스트 한닝은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이 2001년(9·11 테러가 발생한 해) 여름을 상기시킨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근거가 불확실한 테러 위협이 수면으로 떠올랐는데, 알다시피 그것이 현실이 됐다.” With STRYKER MCGUIRE, GINANNE BROWNELL, EMILY FLYNN VENCAT in London, WILLIAM UNDERHILL in Glasgow, SILVIA SPRING in Newcastle-under-Lyme, BABAK DEHGHANPISHEH in Baghdad, SUDIP MAZUMDAR in New Delhi, CHRISTOPHER DICKEY in Paris, JASON OVERDORF in Bangalore, ROD NORDLAND and RANYA KADRI in Amman and additional reporting from our Iraqi sta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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