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기적?
비정규직 보호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됨으로써 이미 충분히 예상되었던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은 직접 고용관계를 해지하고 아웃소싱이나 사내하청 형태로 고용관계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직접 고용관계에 있던 비정규직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랜드의 홈에버 현장 점거 농성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홈에버의 매장 두 곳에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농성 사태는 해결되었지만, 일부 노동계를 중심으로 홈에버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공개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랜드가 일부 노동계의 투쟁 대상에 시범 케이스로 걸려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필자처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이성과 논리의 눈으로 문제를 볼 때,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딱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직접 고용관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오던 비정규직 직원들의 입장에서 고용관계가 변화하거나 심한 경우 해고되는 상황에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 그래도 특정 기업의 영업장을 점거하고 영업방해 등 불법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특히 상급 노동단체들이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 3자의 개입일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사업장의 점거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마음이 시린 면도 있지만 불법을 합법으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공권력이 투입되던 날 연합뉴스는 ‘아줌마들의 의지… 기적 같은 21일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한다. 남의 재산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기사의 제목을 달았다. 마치 횡포한 강자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운 다수 약자들의 영웅담을 소개하듯이 말이다. 기사는 이번 농성을 주도했던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아줌마들이 일으킨 파업이 21일 동안이나 간 것은 기적이었다”며 “농성해제는 우리의 거점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걸 의미할 뿐, 조직은 활발하게 투쟁할 것이고 이런 사태를 불러온 이랜드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지도부가 아닌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형사처벌 등은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투쟁, 거점 확보, 무책임 등 익숙한 단어들의 나열이다. 노동 환경을 비롯해 기업은 환경에 따라 신축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행할 수 있는 조직이다. 고용수준과 채용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에 주어진 고유한 권리 가운데 하나다. 상황이 바뀌게 되면 직접 고용형태에서 간접 고용형태로 바꾸는 것은 결국 경영판단의 원칙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률적으로 직접 고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찬찬히 짚어 볼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도외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란 어길 수 없는 규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런 규칙 가운데 하나가 남의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고 피해를 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만일 그런 행위가 있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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