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의 감성경영] 평가의 기술
[이동규의 감성경영] 평가의 기술
전국이 평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반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부문, 지자체, 정부 부처에 이르기까지 개인겿픸본부 평가 등 하루 해가 평가에 시작해 평가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평가 업무는 경영 현장에선 가장 중요한 사항이 돼버렸다. 바야흐로 한국은 평가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고객만족도(CSI) 등 각종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의 급여는 물론 기관장의 거취가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공기업의 경우 경영 평가가 끝나자마자 다음 평가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령 낸다. 그 정도로 평가는 이제 경영자에게나 실무자에게나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고통스런 테마가 아닐 수 없다. 지난날 일본식 경영 방식을 모방해온 우리 경영 현장에서 평가는 사실상 형식적이고도 주관적인 요식 행사로 끝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전통적인 연공서열 제도를 과감히 뛰어넘는 능력급 제도가 열병처럼 전국에 번져 나갔다. 우리 한국인들은 변화에 대단히 인색한 경향이 있으나 일단 발동이 걸리면 세계 그 어느 민족보다 빠른 변신을 보이는 민족이 아니던가. 반면 일선 현장에서 이른바 혁신 피로가 만연하면서 최근엔 펀경영 · 감성경영 등을 도입해 조직 내 열정과 창의성을 올리는 것이 또 다른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선진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 드라이브에 따른 피로도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의 성취 동기 부여, 혁신 네트워크 구축, 의사결정 단계의 과감한 축소 등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품질경영의 오랜 격언 중에 ‘측정 없이 개선 없다’는 말이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이 경영이라 한다면, 그 목표 달성을 관리하는 데에는 사전에 측정 가능한 핵심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그 진도를 추적하고 문제를 체크해 나가는 길 외에는 없다. 결국 평가란 시스템 사고로 무장된 매우 합리적 프로그램의 산물이 돼야 한다. 불공정하거나 비합리적인 평가가 조직의 경쟁력 제고는커녕 직장 내 살벌한 경쟁 분위기를 만들고 기업 문화마저 하루아침에 척박하게 바꿔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평가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탁월한 평가를 받기 위한 다섯 가지 핵심 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출제자 의도를 파악하라. 바로 표적을 알아야 과녁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답보다 해답이다. 답도 중요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논리를 세우고 근거로 풀어라. 시서화(詩書畵)의 원리를 도입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목은 시처럼 뽑고 내용은 논리적으로 기술하되 성과 내용 등은 상대적 비교 데이터를 이용해 그림으로 표시하라는 이야기다. 넷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는 PDCA(Plan · Do · Check · Action) 사이클 원리가 업무 전반에 걸쳐 녹아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포장도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선물의 내용이 좋아도 그 포장지가 열악하면 우수한 평가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래 평가란 업무를 잘하게 하기 위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평가를 위해 업무가 존재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되기 십상이다. 평가가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돼 가고 있는 작금의 경영 현장을 보면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평가 시스템의 우수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그 합리적 운용 노하우다. 한편 평가란 조직의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세금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 속성상 피곤한 측면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왕이면 평가와의 정면 대결을 통해 이를 리드해 나아가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