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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GUIDE] ‘가치’에 시간을 투자하라

[INVESTMENT GUIDE] ‘가치’에 시간을 투자하라

주식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이후 37%(7월 18일 현재) 오르면서 2000 시대를 앞두고 있다. 두 명만 모여도 주식 얘기를 나누고, 아기를 업은 주부가 증권사 객장에 나타날 정도다. 지수 2000 시대의 성공적인 투자 비결은 뭘까.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가치투자 전문가 두 명에게 좋은 종목을 찾는 비결을 들어봤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CIO) “제2의 코카콜라를 찾아라”

▶1964년 生 · 중앙대 경영학 · 88년 동원증권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 현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CIO)

이 전무의 품주 쇼핑법 ■주가수익률(PER)이 낮은 종목을 찾아라 ■왕따 주식을 찾아라 ■프랜차이즈 밸류가 높은지 살펴라

이채원(43) 전무는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가치투자 전문운용사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는 1998년 말 ‘밸류1호(혹은 이채원펀드)’란 가치투자 펀드를 운용해 6개월 동안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요즘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형펀드’. 말 그대로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목표로 설계된 상품이다. 물론 중간에 해지할 수 있지만 환매수수료가 높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투자 솜씨 덕에 펀드 자금은 1년 3개월 만에 6,300억원으로 불어났다. 실적도 좋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73.9%. 이 전무의 투자 비결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세우고 그대로 따른다. 또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종목 선택은 신중한 편이다. 그는 오를 주식 종목보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종목(주가수익률이 낮은 주식)에 관심이 높다. 이런 종목은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반대로 상황이 좋아지면 수익이 배로 증가한다. 실제로 이 전무는 약 1,500개 상장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종목들을 찾아냈다. 그 대표 기업이 롯데칠성이다. 그는 2000년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였던 롯데칠성을 9만원에 사들였다. 현재 롯데칠성 주가는 무려 130만원에 달한다. 이 전무는 같은 맥락으로 ‘왕따 주식’도 선호한다. 현재 승승장구하는 기업대신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최악의 상황에 처한 기업 또는 산업을 눈여겨 본다. 남들이 다 무시하는 왕따 기업이야말로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또 이 전무는 ‘프랜차이즈 밸류(franchise value)’가 높은 기업에 애착이 많다. 그만큼 수익성도 높아서다. 프랜차이즈란 흔히 말하는 체인점이 아니라 ‘독점적 판매권’ 또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의미한다. 독점력을 갖춘 기업은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고 가격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독점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전무는 “세계적인 투자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도 선호하는 종목”이라고 소개한다. “버핏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투자한 기업이 코카콜라죠. 그는 88년에 생산이나 판매 면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는 코카콜라를 10달러에 사들였죠. 20년이 흐른 지금 코카콜라는 5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정부의 독점허가(도시가스산업), 장기적인 특허권과 저작권(음반·신약), 지리적 이점(이마트 · 영화관), 규모의 경제(박리다매 제품) 등도 프랜차이즈 밸류가 높다고 덧붙였다.
강방천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 “일상을 잘 살피고 뒤집어보라”

▶1960년 生 · 한국외대 경영학 · 동부증권 · 현재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
강 회장의 명품주 쇼핑법 ■소비자 지갑이 열리는 곳을 살펴라 ■발상의 전환을 하라 ■시장 1등 기업에 주목하라

뙤약볕이 조금 물러난 7월 중순 오후 4시 무렵. 책상에서 기업 재무제표와 씨름하던 강방천(47)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둘러 책상 위를 정리하고 그가 향한 곳은 차로 20분 거리인 서울 도곡동 자택. 벌써 퇴근한 것일까. 10분쯤 지나자 운동복 차림의 강 회장이 나타났다. 오른손에는 접이식 자전거가, 왼손에는 자전거 헬멧이 들려 있다. 그는 곧 헬멧을 쓰고 익숙한 솜씨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자전거를 탄 강 회장은 주택가와 빌딩숲을 거쳐 양재천을 따라 페달을 밟았다. 강 회장은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쉬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의 옷차림,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주부들의 쇼핑 봉투 등을 유심히 살펴본다. 여기에 그만의 투자 철학이 숨겨져 있다. 그는 “가장 좋은 주식은 우리 삶 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책상에서 벗어나 자전거로 현장을 누비는 이유다. 그는 일상에서 찾은 주식에 투자해 여러 차례 고수익을 올렸다. 특히 IMF 때 택배기업인 한진주를 42억7,000만원(지분율 5.12%)어치를 사들여 1년반 만에 두 배로 불려 100억원에 팔기도 했다. 그는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향후 택배산업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던 것. 강 회장은 95년 제도권 펀드매니저를 그만두면서 1억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정확히 1년 10개월 만에 주식 계좌는 156억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증권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이후 강 회장은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하고 5,3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강 회장은 자신만의 투자 원칙이 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을 남도 사용할까?”,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이 물건을 사용할까?”란 두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공통적으로 “네(Yes)”란 대답이 나오는지 살펴보는 거다. 즉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곳, 특히 아주머니들이 돈을 지불하는 제품(또는 서비스)을 생산하는 회사가 명품주란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업이 돈을 많이 벌수록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또 ‘발상의 전환’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요즘 자일리톨이 국민 껌으로 불릴 만큼 잘 팔리고 있죠.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껌을 생산하는 제과업체를 유망 기업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한번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껌을 싸고 있는 은박지를 생산하는 업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껌이 잘 팔리면 은박지 판매도 늘어나니까요.” 강 회장은 신문에서도 투자 정보를 얻는다. 최근 그는 미국 보잉사가 12년 만에 만든 차세대 여객기 관련 기사를 읽었다. 비행기의 기존 알루미늄을 대체하는 첨단 복합소재를 개발해 연비를 20%가량 개선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읽자마자 그는 복합소재를 개발하는 회사를 알아봤다. 그에게 지수 2000 시대 투자법을 묻자 “주식 투자에 있어 지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주식 투자는 좋은 기업을 발굴해서 오랫동안 ‘동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1등 기업’을 선호한다.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는데다 불황기엔 독점적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두 시간가량 자전거를 타던 강 회장은 “앞으로 자전거 산업에도 주목하라”고 귀띔했다. 한강변 · 중랑천 · 청계천 등을 중심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점차 늘고 있으며 자전거 동호인들도 1~2년 사이 부쩍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전거 생산업체 못지않게 자전거 전용 장갑 · 헬멧 · 스포츠 의류 등 관련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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