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양재찬의 프리즘] 외국인 밥상만 언제나 풍성

[양재찬의 프리즘] 외국인 밥상만 언제나 풍성

7월 25일은 한국 경제에 축복의 날이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2000 고지를 넘어섰다. 때맞춰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5년여 만에 올렸다. 2분기 성장률도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튿날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이틀 사이 지수가 121포인트 빠졌다. 그 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검은 금요일(7월 27일)과 검은 수요일(8월 1일)이 연거푸 나타났고, 지수는 어느새 1800대로 주저앉았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배경에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있다. 7월 13일부터 계속 팔자 행진이다. 8월 첫주까지 15거래일 내내 팔아 치운 주식이 사들인 것보다 많다. 보름간 누적 순매도액이 6조293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10일부터 13거래일간 3조5372억원 순매도한 기존 셀 코리아(Sell Korea)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렇게 외국인이 줄기차게 내다 파는 것을 국내 투자자들이 받아먹었다. 개인과 기관투자가가 함께 매수하는 날은 조금 올랐다가 기관까지 팔자로 돌아선 채 개미들만 외롭게 사들이는 날은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진다. 마치 외국인투자자의 반주에 맞춰 국내 투자자들이 쇼를 하는 형국이다. 우리 주식시장이 외국인을 받아들인 것은 1992년이다. 초기에는 종목당 10%, 개인당 3% 한도 내에서만 살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완전 개방되자 외국인들이 본격 투자에 나섰다. 2000년 IT(정보기술) 거품 붕괴와 대우 사태 여파로 기관과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할 때도 외국인은 열심히 사들였다. 2001년 초부터 2004년 4월 사이 26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04년 4월 말 외국인 지분율이 시가총액의 44.1%를 기록했다. 2005년부터 슬슬 매도 쪽으로 기운 외국인은 코스피가 1700을 넘어선 올 6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다 팔기 시작했다. 지수가 1900에 이르자 더욱 매도 규모가 커졌다. 그 결과 7월 말 외국인 지분율은 34.5%로 낮아졌다. 그 사이 외국인은 20조원어치를 팔았다. 특히 그중 10조원어치를 최근 두 달 사이 집중 매도했다. 이렇게 팔아도 그동안 주가가 오른 덕분에 외국인 보유 주식가치는 커졌다. 2004년 4월 말 갖고 있던 상장 주식이 169조원인데 20조원어치를 팔고도 아직 331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팔 만큼 팔아 이익을 냈는데도 보유 주식가치는 두 배가 된 셈이다. 더구나 그 사이 원-달러 환율까지 크게 떨어져 환차익도 많이 본다. 2004년 당시 1160원 선이던 환율이 요즘 920원이니 환차익만 해도 20%에 이른다. 보유 주식이 많으니 배당도 두둑하다. 2002년 2조원대였던 외국인 배당금이 2006 회계연도에는 5조원을 웃돌았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올라 큰 차익을 낼 수 있는 데다 평가 환차익이 상당하니 외국인 입장에선 지금이 딱 팔 시점이다. 계속 팔아도 지수가 올라 한국물 비중은 비슷하게 유지되니 매도를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마침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편입비율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겹쳤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잔치 무대나 마찬가지다. 시장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기관이 기능을 못하는 사이 외국인은 주가가 오르는 초기 국면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주가가 크게 오르면 팔아 차익을 챙기는 매매 패턴으로 시장을 주물렀다. 그렇다고 외국인의 잔치에 배 아파 해선 곤란하다. 시장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가치를 따져 주식값이 싸면 사고, 어느 정도 오르면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차분하게 시장을 읽는 눈은 오히려 배울 점이다. 8월 1일 외국인이 527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이보다 많은 5838억원어치를 사들여 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던 시장을 76.82포인트 하락으로 선방했다. 지수 2000 돌파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펀드에는 여전히 자금이 들어온다. 개미들이 강해진 것인가, 아니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해서인가? 그 답은 결국 개인투자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화면 꺼지고 먹통...‘해결책’ 없어 고통받는 폴스타 차주들

2미국 유학생 취업 비자 어려워졌다∙∙∙미국투자이민으로 영주권 취득 방법 대두, 국민이주㈜ 18일 대구∙25일 서울 설명회

3신한자산운용, 디폴트옵션 펀드 수탁고 1000억원 돌파

4볼보차코리아, 청주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신규 오픈

5'휜 외벽' 힐스테이트 “하자 아닌 부분도 개선 합의”…석재 마감처리 전망

6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예방…"부동산 개발사업 진출 희망"

7SOOP, 스트리머와 함께하는 자선행사 숲트리머’s 플리마켓 18일 개최

8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고질라’ 컬래버 콘텐츠 5월 23일 공개

9토스뱅크, 비과세종합저축 적용 계좌 6만좌 돌파

실시간 뉴스

1 화면 꺼지고 먹통...‘해결책’ 없어 고통받는 폴스타 차주들

2미국 유학생 취업 비자 어려워졌다∙∙∙미국투자이민으로 영주권 취득 방법 대두, 국민이주㈜ 18일 대구∙25일 서울 설명회

3신한자산운용, 디폴트옵션 펀드 수탁고 1000억원 돌파

4볼보차코리아, 청주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신규 오픈

5'휜 외벽' 힐스테이트 “하자 아닌 부분도 개선 합의”…석재 마감처리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