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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연구의 새 희망

줄기세포 연구의 새 희망


불임치료환자의 60% 이상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남는 배아 기증하겠다” 크리스틴 코언과 남편 리는 성공적인 불임치료 덕에 쌍둥이 사내아이를 두 번 낳았다. 여섯 살짜리와 두 살짜리들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지만 버릴 생각은 차마 못하는 배아가 10여 개 있다. “그 배아를 만드느라 너무 고생했다”고 크리스틴은 말했다. “피와 땀과 눈물 그 이상이다.” 공교롭게도 코언 부부는 의학 연구의 혜택을 직접 누린 사람이다. 낭포성 섬유증에 걸린 리가 첨단 치료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2006년 하버드 줄기세포 연구소를 다룬 기사를 읽은 뒤 연락했고 배아 기증절차가 시작됐다. 그 배아들은 새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다섯 달에 걸친 서류작업과 상담 끝에 코언 부부의 배아는 연구원들 손에 넘어갔다. “그것들이 줄기세포주를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고 크리스틴은 말했다. “내 배아가 환자 누구를 살렸다는 소리를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 그래야 더 큰 선행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잉여 냉동 배아 연구에 연방자금을 지원하자는 법안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처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뜨겁게 벌어지는 논쟁에서 대체로 홀대 받는 집단이 있다. 바로 냉동 배아의 주인들이다. “배아를 만든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 배아에는 각별하고 도덕적인 의미가 있다”고 존스 홉킨스 버먼 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루스 페이든은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깊이 논의하려면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페이든과 듀크대의 앤 라이얼리가 애쓴 덕분에 이젠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이 불임환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는 60% 이상이 줄기세포 연구에 냉동 배아를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부부에게 기증하는 데 관심을 보인 환자는 불과 22%였고, 24%는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페이든은 특히 유일하게 자료 입수가 가능한 2003년의 전국적 조사와 비교할 때 이번 결과는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3%에 약간 못 미치는 환자만이 과학용 기증에 관심을 보였다. 그 자료는 환자 본인이 아니라 불임 클리닉의 조사를 토대로 했다고 페이든은 말했다. 연구를 선택하는 부부들은 흔히 불임치료의 기적과 역경을 결심 요인으로 들었다. “일단 겪어보면 과학이 너무 고맙게 생각된다”고 아만다 베르겐 페레수티가 말했다. “아기를 갖기까지 너무 많은 도움을 받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 베르겐 페레수티와 남편 잔-카를로 페레수티는 3년간 애쓴 끝에 첫딸을 가졌다. 부부는 클리닉 대기실에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수십 쌍의 부부를 만났다. 그런 일을 겪은 잔-카를로는 배아를 폐기한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못 꿨다. “그 배아들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잠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괴한다면 내 생각에는 면허증 뒷면의 장기 기증란에 체크하지 않는 짓과 똑같다.” 페레수티 부부는 지난 6월 뉴욕의 한 줄기세포 연구소에 추가로 배아를 기증했다. 줄기세포 연구에 배아를 기증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불임환자들도 있다. 미셸 드크레인과 남편 배리는 지난 2월 딸을 낳았으며 배아 여섯 개를 저장해 뒀다. 부부가 애를 더 가질지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그대로 놔둘 생각이라고 미셸은 말했다(많은 배아가 저장 상태로 남는 이유는 그런 결정을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자식을 죽이는 짓이다. 그 배아는 우리가 만든 인간의 생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사람들이 다른 부부가 아니라 연구에 기증하기를 선호하는 쪽으로 기운 이유는 일종의 핏줄의식인 듯하다. “그것들은 자라서 우리 자식이 될지도 모르는 세포 덩어리”라고 베르겐 페레수티는 말했다. “그 아이가 내가 알지도 못하고 선택하지도 않은 사람 손에서 자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불임환자가 배아를 다른 부부에게 기증할 때는 통상적으로 수혜자의 신원이나 심지어 그것들이 사용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권리조차 포기한다. 불임환자들이 냉동 배아를 과학 연구에 흔쾌히 기증할 의사가 있으면 줄기세포 연구는 큰 탄력을 받는다. 인간배아를 파괴하는 연구에 연방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게 거는 제동이 큰 어려움이지만 민간이나 주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에 쓰일 배아가 부족한 현상도 중대한 장애물이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에 공급되는 인간배아의 흐름은 실개천 수준”이라고 캘리포니아 대학(샌프란시스코) 인간배아줄기세포센터의 소장 대행 수전 피셔가 말했다. “우리에겐 홍수가 필요하다.” 페이든은 기증 의사를 밝힌 조사 대상자의 절반만 실제로 기증한다고 해도 줄기세포주 2000~3000개의 증가를 뜻한다고 추산했다. 현재 연방 자금으로 지원하는 세포주 수효의 약 100배가 된다. 이번 조사가 배아의 꾸준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보장은 결코 아니다(기증 의사를 밝히고도 실천하지 않는 부부가 많을지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논쟁에 참여시키지 않았으나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의 새로운 목소리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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