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디아가 미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
친디아가 미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
이공계 졸업생 아무리 많아도 자원 부족과 교육제도 미비, 관료주의와 부패 등 질적으로 떨어져 올해 초, 인도 웨스트벵갈의 잘파이구리 기술학교 학생들은 매일 등교했지만 교사 얼굴을 보지 못했다. 전자, 컴퓨터 공학, 정보기술과의 전업교사가 단 한 명(정원은 20명)이다.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시험을 치르게 생긴 학생들은 마침내 지난 5월 거리로 나갔다. 정부는 마침내 다른 학교에서 교사를 데려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당국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인 벵갈 공대(콜카타)에서 교사를 뽑으려 했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학 역시 인력을 내놓을 형편이 못 됐기 때문이다. 잠깐. 그림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몇 해 전부터 식자층과 언론에서는 인도와 중국이 해마다 엔지니어와 과학자 수백만 명을 배출해, 곧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위협한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던가. 불과 몇 달 전 런던의 두뇌집단 데모스는 보고서를 내고 “기술혁신 중력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2050년이면 중국이 “과학 초강대국”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단하다. 중국은 2005년에만 60만 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양산했고, 인도는 해마다 50만 명에 가까운 공대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러나 이런 통계만으로는 실정을 파악하기 어렵다. 졸업생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양국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제대로 배운 응시생이 부족하다고 한탄한다. “인도가 배출하는 수많은 이과 졸업생 중에서 합격 판정을 받을 만한 사람은 25~30%에 불과하다”고 전국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협회의 키란 카르니크가 말했다. 이유가 뭘까? 지원 부족과 기타 여러 요인이 인도와 중국에서 심각한 교육위기를 불렀다. 이런 문제들이 조만간 양국 경제에 큰 피해를 줄 전망이다. 양국이 초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양질의 엔지니어와 과학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국 모두 그들을 생산할 믿을 만한 대학이 충분치 않다. 명망 있는 인도 공대(칸푸르)에서 교편을 잡았던 M A 파이는 “과학과 엔지니어링 양 분야의 박사급 수준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도의 지식경제화가 발목을 잡힐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우 문제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문화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급진적인 마오쩌둥 추종자들이 대학을 마비시켰다. 많은 학생과 교수가 “재교육” 캠프행을 면할 경우 농장으로 보내졌다. 고등교육의 부활은 1980년대에 시작됐다. 1990년대 들어와 중국 정부는 대학 입학생을 늘리는 야심 찬 계획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준이 떨어졌다. “들어가기만 하면 졸업은 [너무] 쉽다”고 런민(中國人民)대학의 마오서우롱 교수가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국의 학교는 기계식 암기만 강조한다고 불평한다. 그것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마오는 말했다. 그는 중국의 교육제도가 실용적 응용법을 가르치거나 창의성을 주입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생들이 학교 성적은 신통치 않아도 효율적인 미사일을 만들어내는데 중국 대학생들은 학교 성적은 좋아도 썩 훌륭한 미사일을 만들어낼 능력이 안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중국 대학들은 또 하나의 보편적 문제에 직면했다. 지원 부족이다. 많은 대학이 대체로 등록금에 의존해 자립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대학은 입학자격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칭화(淸華)대의 추슈롱 교수가 말했다. 이 제도가 충분한 수입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미국 대학의 경우 등록금은 1만 달러 대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은 기껏해야 그 12분의 1”이라고 마오가 말했다. 따라서 많은 미국 대학생이 안락한 기숙생활을 즐기는 데 비해 중국 대학생들은 비좁고 유지보수도 형편없는 시설을 공동으로 써야 한다. 장비·실험실·교실이 부족한 대학도 많다. 인도 대학들도 그 비슷하게 적자 신세다. 대학 교수들의 봉급이 처량할 정도로 낮으며(초임이 월 400달러), 민간분야에서 벌 수 있는 수준(월 1만 달러 이상)에 비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그 결과 “기업들이 두둑한 제의로 유능한 사람을 빼간다”고 카일란 대학의 경제학 교수 마드후수단 다타가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의 교육제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엄격하다. 벵갈 공대의 최근 사례가 전형적이다. 몇 해 전 그 대학의 과학 교수들은 열성적인 학생이 언제든 들르도록 실험실 문을 24시간 개방했다.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반응하면서 좀 더 편안한 분위기가 확산됐다. 반바지 차림으로 오는 학생도 있었다. 인도 서부에서는 흔한 광경이지만 이쪽 지역에서는 비교적 보기 힘든 모습이다. 몇 해 동안 이런 실험이 계속된 뒤 대학 당국은 갑자기 실험실을 전처럼 정규 스케줄대로 운영하고, 학생은 캠퍼스 안에서 바지·셔츠·신발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복장규정이 공부보다 더 중요했던 모양”이라고 컴퓨터 공학과의 조교수 비플랍 쿠마르 시크다르가 말했다. 관료사회의 미래의식 부족과 각계 각층의 부패가 인도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모든 게 기술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시크다르가 말했다. 인도가 해마다 수많은 대졸자를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공학의 박사는 약 50명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미국의 일개 공립대학이 배출하는 평균치와 맞먹을 정도다. 교육받은 전문인력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양국에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업이 점점 늘어난다. 기업들은 사내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몇 해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유행을 선도했다. 인도에서는 인포시스가 종업원 1인당 약 5000달러를 들인 16주 종합연수코스로 앞장섰다. “현재와 앞으로 인도의 최대 숙제는 숙련된 인력의 양성”이라고 인력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인포시스의 중역 T V 모한다스 파이가 말했다. “정부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실은 인도와 중국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가는 중이다. 인도 재계와 학계는 최근 정부를 설득해 두 국가교육기관에 이 나라의 고급기술과 과학 프로그램을 향상시킬 방안을 추천하도록 의뢰하게 했다. 중국 당국은 기술교육학교들의 영향권과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운동에 착수했다. 그러나 두 나라가 바람직한 수준에 도달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서양이 적어도 당분간은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소리다. 조만간 인도나 중국이 앞으로 치고 나갈 전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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