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의 건강 상담실] 지나친 완벽주의는 병의 근원
[명의의 건강 상담실] 지나친 완벽주의는 병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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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성공’이 별개인 사람이 많다. 성공은 했지만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보잘 것 없는 환경에서도 행복감에 젖어 있는 사람만 못하다. 돈과 지위를 얻었어도 불행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성공에 대한 강박증에 빠져 있고, 병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며, 흑백 논리가 분명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종민(39)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런 유형을 ‘콘크리트 인간형’이라고 규정짓는다. 이렇게 단선적이고 경직된 사고로는 ‘행복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우 교수에게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서도 정신적 공허함을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사고의 유연성을 위한 ‘멘털 스트레칭’을 들어본다.
나는 건강한 완벽주의인가 ‘당신은 e메일을 읽을 때 스팸 메일부터 지우는가, 아니면 눈에 띄는 중요한 메일부터 열어보는가’. 우 교수는 지난해 직장인과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e메일을 읽는 순서와 스트레스 정도를 비교했다. 결과는 전자가 후자보다 중증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5배나 높았다. 이처럼 아무리 바빠도 e메일을 정리하지 않으면 답답한 완벽주의자들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늘 일하는 방식이 같고, 브레이크 없이 액셀러레이터만 밟아댄다. 완벽주의는 무엇이든 실수 없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이런 완벽주의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전문가다운 세심함과 철저한 관리는 ‘건강한 완벽주의’다. 문제는 완벽함이 지나쳐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자신과 주위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병적 완벽주의’다. 시험이 코앞에 닥쳤는데 백과사전을 뒤적이는 사람들이다. 완벽주의자는 열등감과는 동전의 양면이다. ‘일을 못해 남에게 흠이 잡히면 어떻게 하나’ 등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이기도 하다. 사고의 경직은 신체의 경직으로 나타난다. 근육이 굳고, 혈관이 막히며,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동맥경화 · 소화불량 · 만성피로 · 면연력 저하로 이어진다.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자 완벽주의자들은 고정관념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표정이 굳어 있고 근엄하다. 이들의 말과 문장을 보면 ‘~해야 한다(must)’는 당위적 사고로 굳어져 있다. ‘반드시’ · '절대로'와 같은 표현도 많이 쓴다. 우 교수는 이들과의 대화를 5분간 하고 난 뒤 분석한 결과, 단정적인 표현이 무려 10여 회나 나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세상에 ‘언제나 옳은’ 진리란 없다. 벌은 파리보다 머리가 좋다. 이들을 각 10마리씩 병에 담아 막힌 쪽은 환하게, 뚫린 쪽은 어둡게 뚜껑을 열어놓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벌은 막힌 출구에 모여 단 한 마리도 병을 벗어나지 못했다. 환한 쪽에 출구가 있다는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어 다른 발상을 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 머리가 나쁜 파리는 좌충우돌 병 속을 헤집고 다니다 입구를 발견한다는 것. 벌은 바로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늘 ‘~해야 한다’고 당위에 얽매이는 사고방식을 ‘머스터베이션(musturbation)’이라고 한다. 이런 완벽주의의 삶은 감옥이다. 권위와 근엄함 때문에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 늘 외롭기 마련이다.
멘털의 유연성을 기르자 완벽주의자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사람의 뇌는 평소 잘 쓰는 부위와 이용하지 않는 부위가 있다. 사고가 경직되면 계속 쓰는 부위만을 자극해 그렇지 않은 부위가 노화되고 퇴행한다. 따라서 두뇌의 유연성을 기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긴장과 이완을 잘 하도록 유연성을 키우자.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는 역전의 명수다. 상황이 긴박해지면 오히려 집중력이 좋아진다. 반면 연장전만 들어가면 꼭 헛발질을 하는 선수가 있다. 평소 실력은 좋은데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한국 축구는 골 결정력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반면 세계적인 골잡이들은 마지막 몇 초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집중과 이완을 전환하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집중형과 분산형을 구분하는 것이 평소 에너지 사용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이다. 일상적인 일엔 긴장을 풀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며,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는 시계 추를 한쪽으로 높이 올릴수록 반대편으로 더 높이 올라가는 원리와 같다.
뇌의 이완법을 배우자 병적 완벽주의를 건강한 완벽주의로 바꾸려면 우선 자가진단을 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신 건강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유연성이다. 먼저 자신을 관찰하는 버릇을 기른다. 꼭 이뤄야 하는 목표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정하고 우려되는 일을 적어본다. 남을 통해 내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다. 둘째, 자신을 관찰하고 매사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꼭 그렇게 해야 할까’라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한다. 셋째, 새로운 환경과 변화를 즐긴다. 평소 다니지 않는 길로 출퇴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넷째, 몸을 이완하듯 두뇌도 이완하는 습관을 익힌다. 뇌의 유연성은 이완에서 나오고, 이완은 창조의 원천이다. 천천히 걷는다거나 탕욕을 할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
“멘털 피트니스로 스트레스 저항력 키워야” “최근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행복학’ 강좌입니다. 돈과 권력은 성공의 한 단면일 뿐이지요.” 인제대 서울백병원 우종민(정신과) 교수는 직장인 스트레스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5년 2월 운영해오던 스트레스 클리닉과 연구소를 확대·개편해 스트레스센터(www.stresscenter.co.kr)를 개설했다. 그의 연구는 병원이나 실험실에 머물지 않는다. 직장인에게 절실한 스트레스 관리·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면서 행복을 뺏어가는 주범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든 직장이든 이를 극복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그가 고안한 개념이 ‘멘털 피트니스’다.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 듯 정신도 훈련을 통해 강하게 만들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멘털 피트니스를 통해 행복 에너지를 높이면 스트레스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올 들어 멘털 피트니스를 프로그램화해 직장인에게 적용하는 한편 산림청과 ‘숲을 이용한 건강치유 프로그램’ 개발을 공동 수행하고 있다. 멘털 피트니스도 운동 처방을 받듯 개인별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에너지 충전력, 유연한 적응력, 감정 조절 능력, 긍정적 사고, 대인관계 능력 등 다섯 가지 구성요소를 갖춰야 정신이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멘털 피트니스를 강화하는 원리는 운동과 같다. 체력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듯 멘털 지수를 측정하고 12단계에 이르는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책 <마음력> 을 펴냈다. “미래는 생존을 위한 키워드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멘털 피트니스는 단순히 괴로움을 덜자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인적 자원 개발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그는 8월 중순 도미, 현재 볼티모어에 있는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우울증의 계절적 면역 요인을 규명하는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마음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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