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주역들] “3년 내 업계 5위 안에 들겠다”
[자본시장의 주역들] “3년 내 업계 5위 안에 들겠다”
| ▶1961년 출생 1986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92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박사 1992년 미국 베어스턴스 파생상품 담당 2002년 랜드마크자산운용 사장 2007년 10월~현재 ING자산운용 사장 | |
“태어나서 섬을 처음 벗어났습니다.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신혼살림도 여의도에 차렸지요. 미국 맨해튼에서 공부했고요. ‘물을 끼고 살던 기러기(鴻·기러기홍)’가 47년 만에 뭍으로 나온 셈입니다.” 최홍 ING자산운용 사장은 자신의 이름에 빗대어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상황을 설명했다. 최 사장에게 ‘섬’에서 ‘뭍’으로 나온 기러기는 글로벌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같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아시아 금융시장의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한 가운데 특히 자산운용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골드먼삭스의 맥쿼리IMM자산운용 인수, UBS와 하나대투증권의 하나UBS자산운용 합작에 이어 지난 1일 ING자산운용이 랜드마크자산운용을 흡수 합병했다. 새 수장은 매각된 랜드마크자산운용의 최 사장이 그대로 맡았다. 그대로 맡는 것이 아니라 새 이름과 임무를 갖고 새 출발하는 것이다. 최 사장은 아태(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본사가 아닌 외부에서 사장으로 영입됐다. 한국 시장에서의 빠른 현지화(Localize)를 노린 ING그룹 수뇌부의 특명 때문이다. 최 사장은 90년대 초 미국 월가의 베어스턴스에서 파생상품과 차익거래를 담당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선물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을 때다. 하지만 최 사장은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되고 싶어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한국 교육을 고집했다. 한국을 먼저 알아야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 사장은 귀국 후 대우증권 파생상품팀장, 미래에셋증권 창립 멤버 등을 거쳐 2002년 랜드마크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다. 2003년에 ‘1억 만들기 적립식 펀드’로 4000억원가량의 수탁액을 올려 적립식 펀드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1년 반 동안 인수합병 문제로 시장의 질주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쇠는 달았을 때 두들기라’는 외국 속담이 있지요. 매각을 오래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도 지치고 조직이 표류하더군요. 주주인 모건스탠리가 매각을 결심한 이상 그 과정을 단축하는 것이 누수를 줄이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최 사장은 랜드마크의 국내 경험과 세계 20대 자산운용사인 ING의 브랜드 파워를 합쳐 그동안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려 준비 중이다. 슈로더투신, 피델리티자산운용, 도이치투신 등 다른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에 단독으로 운용사를 설립한 것과 다르게 글로벌 운용 능력에 기존 랜드마크의 국내 전문성을 더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인력을 보강하고 상품을 새롭게 라인업 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사장은 “할 일이 많고 의욕이 앞서 몸이 피곤한 상태”라며 “최근 10년 중에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어난 인원 감축으로 업계의 좋지 않은 평도 감수해야 했다. 최 사장은 2년 전 외환코메르츠투신을 인수합병할 때 직원의 30%를 구조조정했다. “큰 은행의 장이면 더 쉬웠을까요? 매일 얼굴 마주치던 직원들을 하나하나 불러서 통보하려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친구들 가정사까지 다 아는데 말이지요. 그때 몸무게가 8kg이나 줄었어요.” 이번 합병에도 인원 감축이 따랐다. 최 사장은 “인수합병 후에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며 “어느 정도까지는 건강한 사인(sign)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해 조직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을 맡았던 정윤식 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주요 포스트에 인력을 보강했다. “생태계가 진화하듯 자연스럽게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할 겁니다. 직원들이 모두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기에 순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새롭게 정비한 진영을 하나로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ING자산운용 직원들은 2주 전 양평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최 사장은 “새 비전에 관해 세미나를 하고 서바이벌 게임, 술 자리를 가졌다”며 “이상은 높게, 사랑은 깊게, 우정은 넓게, 행복은 함께라는 건배사처럼 ‘너와 나’가 아닌 ‘우리’ 가 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 ▶“생태계가 진화하듯 자연스럽게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할 겁니다. 직원들이 모두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기에 순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 |
ING생명과 시너지 노려 ING자산운용은 새 기반 위에 ‘성장(Growth)’이라는 모토를 실었다. 보험으로 더 잘 알려진 ING그룹에서 자산운용사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12조원인 자산을 3년 안에 34조원으로 늘려 50개 운용사 중 5위 안에 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ING생명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8000명이 넘는 FC(보험설계사)들이 중요한 판매망이 될 겁니다. 변액보험, 퇴직연금시장이 성장하면 보험사가 커지고, 보험사의 보유자산은 운용사의 운용 소스가 되겠지요.” ING자산운용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아시아 관련 펀드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그동안 글로벌 브랜드가 없어 해외 펀드에 목말랐다”며 “투자자들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게 상품을 라인업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EF(사모투자펀드), 헤지펀드 등 새로운 영역도 최 사장의 관심 분야다. 또 광물, 에너지, 기후 펀드를 기획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국내 펀드도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불안한 투자자들에게 대안을 주고 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상품을 갖추려고 합니다. 아시아 환율의 움직임을 활용할 수 있는 펀드도 준비하고 있고요. 이머징마켓에서는 언제든지 위기가 올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중국 광저우에 다녀왔다는 최 사장은 “서울의 열 배가 넘는 땅에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중국의 빠른 경제 발전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성장과 이익이 항상 동반하는 것은 아니기에 경제 규모뿐 아니라 실속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부실한 금융 체계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증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근육, 뼈(경제)가 튼튼해도 혈관을 도는 피(금융)가 막히면 동맥경화가 옵니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증시가 오를 때일수록 버블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도 경계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한 해 코스피지수가 1200에서 2000까지 오르는 것은 정상적 움직임이 아니다. 최 사장은 “기업 실적과 관계 없이 수요가 넘쳐 증시가 올라갈 수 있다”며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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