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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없습니까?” “없습니다”

“이의 없습니까?” “없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000 의원입니다. 지난 8월 17일 시장이 제출한 2007년도 추가경정예산에 대하여 본 위원회에서 심사한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중략) …본 위원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심사한 결과 ‘원안 가결’하였습니다.” 의장 : 질의하실 의원 계십니까? (‘없습니다’는 대답과 함께) 질의하실 의원이 안 계시므로 질의종결을 선포합니다. 000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의사일정 제1항에 대하여 토론하실 의원 계십니까? (‘없습니다’는 대답이 나오자) 토론하실 의원이 안 계시므로 토론종결을 선포합니다. 의결하겠습니다. 의사일정 제1항 200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 보고한 안대로 의결코자 하는데 의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 (‘없습니다’는 대답이 나오자) 이의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모 기초의회의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는 장면이다. 삭감도 없고, 질의도 토론도 없다. 어느 기초의회에서든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다. 기초의회를 두고 “집행부의 동조역할, 집행부의 보조역할, 집행부의 면책역할이 문제”(김세호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교수)라는 지적이 괜한 말이 아니다. 집행부(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두 세력 간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같은 목표 아래서도 ‘이해’는 달라야 한다. 하지만 막강해진 자치단체장의 권력에 비해 의회는 힘도 없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지방의원들 스스로 잘 안다. 지방자치연구원이 지난 9월 기초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견제와 균형이 잘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9.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51%는 ‘그저 그렇다’고 반응했다. ‘그저 그렇다’는 답은 사실상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지난 5·31 지방선거부터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서부터다. 특히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심판장처럼 되면서 지난해 전국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의 67.4%를 차지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각각 76%, 56.2%를 장악했다. 특정당이 기초단체와 의회를 장악하면서 사실상 ‘감시와 견제’는 사라져버렸다. 서울시 25개 기초단체(구) 중 24곳의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이들 24곳의 기초의회 중 한나라당 소속 기초의원이 다른 당 소속 의원을 합친 수보다 적은 곳은 강북구의회뿐이다. 부산시의 경우 16개 기초의회 정원 182명 중 한나라당 소속이 84.6%인 154명이다. 서구의회, 동구의회, 동래구의회, 수영구의회의 경우 기초의원 전원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다른 지역 역시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 동조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공천 때문에 소속당 지역구 국회의원 눈치보기 바쁜 마당에, 지자체장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지방 의원들. 그 결과는 ‘거수기 의회’로의 전락이다. 평균적으로 기초단체장 등 집행부가 제출한 조례안은 기초의원들이 발의한 것보다 8~10배 가까이 많다. 문제는 가결률. 전국 시민단체별로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보면, 기초단체 집행부가 내놓은 조례의 의회 가결률은 대략 75~85%에 이른다. 조례 가결뿐 아니다. 지방의회의 권한 중 하나인 예산 심의 역시 ‘통과’ 일색이다. 국회 한 의원에 따르면 “전국 기초의회 중 절반 이상이 지난 3년간 기초단체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 없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단체장이 내놓은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오히려 증액까지 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가 ‘예산 통과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뉴스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회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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