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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를 이끌 생물학계 10걸

21세기 를 이끌 생물학계 10걸

세기의 물리학 혁명은 극소수 과학자들(예컨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업적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적절한 시기에 핵심적인 통찰을 공급했다. 현재 생물학계에서 이뤄지는 각종 발견의 폭발적 증가도 마찬가지다. 뉴스위크는 가장 존경받는 생물학자 10인에게 이런 생물학 혁명이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물어봤다. 그들 중 누가 21세기의 아인슈타인 반열에 오를까? 독자들도 함께 생각해 보자.

에릭 랜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합작 연구소 브로드 연구소 창립자이자 소장

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경쟁적인 두 대학의 과학자들을 어떻게 한 팀으로 엮었는가? [웃음] 사실 우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암·당뇨병·심장병이다. 그런 질병들을 퇴치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서로 협력할 때에만 가능하다. 생물학자·화학자·수학자·기술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암을 치료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뿔뿔이 흩어져 개별적으로 연구하다가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하지 않겠나.

최근에 이뤄진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관찰에 따르면, 질병을 유발하는 DNA 배열은 대다수 인간에게 존재하지만 질병은 그 배열이 양적으로 특정한 수준을 넘을 때에만 발생한다. 이런 발견이 어떻게 질병 치료로 연결되는가? 인간이 병에 걸리는 원인에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관여한다. 인간의 내재적인 위험 요인들이 있고, 동시에 환경적인 요인들이 있다. 질병은 그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될 때 발생한다. 어떤 질병은 특히 요즘에 더 많이 유행한다. 예컨대 천식이 그렇다. 이는 유전자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다. 환경상의 유발 요인이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어떤 질병의 유전학적 위험 요인을 찾을 때, 그들은 유전적 특성이 부분적 원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그 점을 이해하게 됐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세포의 잘못된 메커니즘을 찾아낸다. 대부분의 질병에서 우리는 그 원인이 되는 잘못된 분자 메커니즘을 잘 모른다. 이럴 때 유전학은 잘못된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질병의 배후에 어떤 유전자가, 혹은 어떤 생물학적 경로가 존재하는지 규명해 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학으로 그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 유전학을 통해 잘못된 생물학적 경로를 찾아낸 뒤에는, 약품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 최선책이 아닐까 싶다.

당신은 특정한 유전자들보다는 지놈(한 생물체의 모든 유전 정보) 전체에서 특정 DNA 조각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내 연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어느 곳을 찾아봐야 할지를 어떻게 아는가? 모른다. 인간지놈 시대의 놀라운 점은 특정 부위를 표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지놈 전체를 일일이 조사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만일 암을 연구하려면, 염색체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한 지점만 조사하면 된다. 또 당뇨병 같은 유전 질환을 연구한다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돌연변이 부위를 찾아내면 된다. 과거에는 두어 개 지점을 추측하고 그런 곳들을 찾아봐야 했다. 주사위를 던져 찾는 식이었다. 인간지놈 시대의 위대한 점은 이제는 그런 작업을 체계적으로 하게 됐으며, 그리고 지놈 전체를 선입견 없이 바라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 또 다른 혁신적인 기술을 계획 중인가? 우리는 이제 지놈 전체를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작업에서 우리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도 그 비용은 계속 줄어든다. 향후 5년 사이에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입증된 모든 기술이 임상 연구에서 일상적으로 활용될 듯하다. 정말 흥분된다.

그런 사실이 보통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20세기에 우리는 대다수 질병의 생물학적 기초에 관해 몰랐다. 앞으로 전개될 생명공학의 시대에는 질병의 생물학적 기초를 아는 일이 근본적으로 중요해진다. 그것은 유전공학상의 각종 도구들로 가능해진다. 그런 질병들을 모두 치료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질병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리로이 후드 박사

시애틀 소재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 대표

1980년대에 당신이 DNA 배열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을 때, 그것이 미칠 영향을 예견했는가? 가장 놀라운 경험은 1985년에 있었다. 인간지놈 프로젝트의 첫 번째 회의가 열렸을 때였다. 당시 그 프로젝트가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생물학자의 90%는 터무니없는 근거에서 그 프로젝트를 격렬히 반대했다. 그 프로젝트는 거대과학(Big Science)이므로 나쁘다거나, 연구해 봤자 별로 흥미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이유였다. 그 후 몇 년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정말 어려웠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도 초기에는 매우 격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인간지놈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에 속한다.

멋진 반전이다. 과학자들은 보수적이다. 큰 변화에 직면하면 심기가 불편해진다. 나는 변화를 모색하는 제안을 다섯 번 내놓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학계의 반응은 똑같았다. 물론 궁극적으론 제안자가 그런 변화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했다. 또 그런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려면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운영해야 했다. NIH의 지원 아래 지놈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우리는 오로지 지놈 배열 작업에만 전념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했다.

당신이 개발한 DNA 배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추진 중인 연구 중 가장 놀라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면? 생물학이 ‘정보 과학(informational science)’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물학적 정보와 관련해 특히 두 가지에 감명받았다. 첫째는 지놈을 디지털 코드로 바꾼 일이다. 이를 통해 유전 정보를 해독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충격적인 점은 환경이 지놈에 영향을 미치고 지놈을 변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법으로 생물학적 복잡성을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 지구상의 살아 있는 유기체들이 40억 년의 진화 과정을 겪으면서 정말로 영리한 생존 능력을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종합적인 계산 능력과 물질 처리 능력,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화학 작용 능력 등이다. 생물학은 다른 과학 분야에 중대한 공헌을 하게 됐다. 생물학은 21세기를 주도하는 과학 분야가 될 전망이다. 이제는 생물학적 복잡성을 해결하는 도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하는 작업은? 생물학에서 혁명을 일으킬 주요한 기술적 변화 중 하나는 단세포 분석 기법이다. 우리는 DNA와 RNA, 그리고 세포 단백질의 생물학적 정보를 해독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개개의 세포들을 조사하고 싶다. 아직은 실험·가설 단계이긴 하지만, 개인의 과거 병력과 현재 상태를 규명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환자들에게는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10년 뒤에는 모든 가정에서 손가락을 집어넣기만 하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장비를 갖추게 될 듯하다. 그런 장비는 단백질 수치를 측정해 질병이 발생했는지, 어느 부위에서 어느 정도로 진행됐는지를 진단해 주게 된다.

데이비드 보트슈타인

프린스턴대 유전정보학과 교수

요즘 당신의 연구실에선 어떤 연구를 하는가? 인간을 비롯한 수백 종의 유기체의 유전 정보 지도가 완성되면서, 유전자들이 시스템 차원에서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는 방식에 새롭게 관심이 높아진다. 우리는 바로 그런 연구를 한다. 나는 효모를 연구하는 데 주력해 왔다. 맥주와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 말이다. 효모는 유전학·생화학·진화를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유기체임이 밝혀졌다. 우리는 유전 회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상호작용하는지 밝혀내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역사상 최초로 우리는 모든 유전자가 동시에 무슨 일을 하는지 관찰할 능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이런 종류의 연구를 지원하려고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프로그램을 모두 운영한다. 이런 연구에는 생물학 지식뿐만 아니라 계량분석과 컴퓨팅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가? 효모는 특정 상황에서 성장을 멈출 때 세포 분열 주기를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중단하고, 남아 있는 영양소 특히 포도당을 보존한다. 그리고 다른 상황에서는 무질서하게 세포 분열 주기를 중단하고 포도당을 낭비한다. 이는 암 세포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런 세포들이 질서 있게 세포 분열을 중단하는 동시에 포도당을 낭비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발견이 암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가?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다. 만일 우리가 효모의 세포 주기와 물질대사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인간 세포 같은 고차원의 유기체들에서도 동일한 과정을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시스템에서 획득한 지식이 보다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효모에서부터 조류와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과 그 기본 구조는 그대로 보존돼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유기체는 동일한 기본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졌다. 뭔가를 상세히 분석하면 그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작업은 인간보다는 효모나 작은 벌레 같은 단순한 미생물을 대상으로 하기가 훨씬 더 쉽다.

이런 연구가 미래에 어떤 중요성을 띠게 되리라 보는가? 효모 연구를 통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뭔가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컨대 질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 단백질 종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효모는 인간하고는 너무 거리가 먼 유기체다. 따라서 그런 직접적인 발견이 이뤄질 가능성은 비교적 희박하다. 그러나 효모의 분자 시스템 작동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이는 보다 높은 차원의 유기체에서 효모와 동일한 시스템을 발견할 경우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스반테 파보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막스 플랑크 진화유전학 연구소 소장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려고 노력 중인데, 이유는?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차이를 알게 되면, 인류가 어느 정도까지 지구상에서 번성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예술작품을 생산하게 될지를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유전자 배열을 분석하면, 네안데르탈인들로부터 분리된 후 인류의 선조들에게 일어났던 유전적 변화의 궤적을 찾아내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런 작업을 통해 과학자들은 현생인류에게만 존재하는 유전적 특징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요즘은 생물학자들의 전성기 같다. 분명히 생물학자로선 정말로 흥분되는 시절이다. 우리는 크레이그 벤터와 제임스 왓슨이 개별 인간들의 유전자 지도를 최초로 작성하는 위업을 목격했다. 이는 다른 수십만 명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 작업의 시작일 뿐이다. 유전자 지도는 각종 질병이나 인간의 특질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는 우리의 능력을 크게 증대시킨다.

이를 혁명이라고 부르겠는가? 혁명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으면, 자신이 혁명을 겪는지 깨닫기가 매우 어렵다. 1950년대에 DNA 구조가 최초로 발견됐을 때를 잊지 말자.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분명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약 4년이 지난 뒤에야 그 발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는 어떤 현상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 생물의학 분야에서는 수많은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런 현상에 어떤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현재 많은 과학 분야에서 일종의 공동 협력이 이뤄지는 듯이 보이지만 이는 착각일 가능성도 있다.

당신의 발견이 보통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리라 보는가? 장기적으로 우리의 연구는 의학상 중요한 공헌을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간의 언어 능력과 언어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게 됐다. 그런 연구 결과는 언어장애 문제를 이해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자폐증이라든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듯한 여타 질병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루돌프 자에니시

MIT대 생물학과 교수이자 화이트헤드 연구소 연구원

현재 수행 중인 연구의 목표는 무엇인가?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는 잉여 수정란에서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논란을 야기하고, 면역학적으로도 환자와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 수정란은 환자의 세포가 아니므로 환자의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우려가 있다. 해결책은 환자의 피부 세포와 핵 이식 기술을 통해 맞춤식 줄기 세포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효과는 수정란 배아에서 떼어낸 세포의 경우와 같으리라 본다.

카리 스테판슨

레이캬비크 소재 디코드 유전학 연구소 공동 설립자이자 CEO

왜 2007년이 중요한가? 유전학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리고 그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론적 이해가 보급됐기 때문이다. 유전자 지도 작성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견에는 사람들과 그들의 질병이나 건강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제고됐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 아이슬란드에는 사람들의 건강기록 자료가 많이 축적돼 있다. 그런 자료 덕분에 우리가 이 분야를 주도한다.

현재 연구 중인 분야는? 심장병, 뇌졸중,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흔한 질병들의 유전적 특성을 연구한다. 진단 방법의 개발도 연구 대상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환자 맞춤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자신들의 조상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그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특정 질병들을 예상하는 서비스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아이슬란드는 이야기꾼들의 나라다. 발병 유전자뿐 아니라 인간의 유전적 내력을 얘기해 주는 다양한 유전정보를 찾아내는 일에 참여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

무엇을 연구하나? 자연계의 각종 DNA를 판독하고, DNA 지도를 작성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전 세계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를 연구한다. 그것이 DNA 판독 작업이다. 그런 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어떤 약품과 화학물질을 개발할지를 연구한다. 그 결과는 바이오석유, 백신, 바이오센서 같은 분야에 적용된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 개발하는가? 물리학 분야의 발전에 주목한다. 내가 말하는 물리학이란 컴퓨터, 카메라, 현미경 같은 분야를 의미한다. 그런 뒤 경제적인 측면도 생각한다. 이런 분야의 발전과 화학·생물학 분야의 발전이 결합되면 막대한 절약 효과가 나타나리라 본다. 10% 정도의 절약 효과가 아니라 그 열 배의 효과를 말한다.

당신은 생물학 연구의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가 가장 오랫동안, 가장 열정적으로 연구해 온 분야일 듯하다. 그런 노력을 30년간이나 해 왔다. 유전학에서 얻은 정보를 컴퓨터를 이용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런 이해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유전자 지도 작성 비용을 2008년까지 1000달러로 줄이고 싶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가능한 얘기인가? 본질적으론 가능하다. 이는 컴퓨터의 경우와 비슷하다. 컴퓨터 가격은 1000~20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유전학 분야의 경우 올해에 1000달러를 들이면 유전자 지도의 1%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 1% 안에는 필요한 유전정보의 90%가 담겨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리라 본다. 마치 동일한 가격의 컴퓨터 성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듯이 말이다.

그러면 어떤 혜택이 있는가? 유전자 지도를 통해 암 발생 가능성이 보이면 조기 진단이 된다. 유방암 가능성이 있다면, 문제를 일으킬 만한 부위를 미리 제거한다. 위암과 결장암의 경우도 다양한 조치를 사전에 취하게 된다. 유전적으로 특정 약물이나 식품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면 그런 것들을 피하는 일도 가능하다.

J 크레이그 벤터

J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설립자

유전자 연구는 어디로 향하는가 예방의학 분야다. 인간지놈 연구에서 ‘예/아니요’식의 명확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질병 위험을 피하고 예방의학을 적용하는 문제에서는 100% 확실성이 필요 없다. 사람들은 개인에게 유전적으로 적합한 약품을 처방하는 맞춤 의학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런 의학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예방의학에서는 통계학이 매우 중요하다. 정확하게 배열된 유전 정보가 많아질수록 그런 통계 정보가 사람들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

필립 샤프

MIT 연구소 교수

RNA 간섭(RNA Interference?RNAi)을 주로 연구하는데, 이 분야는 새로운 방식의 질병 치료법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약품은 본질적으로 유전자의 단백질 생성물을 표적 삼아 치료한다. 그러나 RNAi는 유전자 자체를 치료한다. 이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으로서 거의 모든 유형의 질병을 직접 치료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데 최대 문제점은 이 작은 분자들[마이크로RNA로 불린다]을 인체 내 세포 속으로 운반하는 일이다. 그 작업을 부작용 없이 효율적으로 해낸다면, 발병 유전자들을 제거하고 치료 효과를 거두게 된다.

제이 키슬링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화공학·생명공학 교수

미생물 같은 살아 있는 유기체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해 약품을 만들어 왔는데,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달라. 효모와 대장균을 유전공학적으로 처리해 말라리아 퇴치 약품의 선구자인 아르테미시닌을 만들어냈다. 또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바이오가솔린과 바이오디젤, 그리고 에이즈 치료 시약인 프로스트라틴을 개발 중이다. 사모아의 전통 치료사들은 프로스트라틴의 주성분인 나말라 나무의 껍질로 차(茶)를 만들어 왔다. 우리는 나말라 나무에 에이즈균을 죽이는 성분이 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프로스트라틴이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그 약의 수요가 늘어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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