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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버블에 사랑이 움튼다

샴페인 버블에 사랑이 움튼다

▶한국을 방문한 아기 다다시 남매가 와인잔을 들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접대할 일이 많고 회식도 잦아진다. 연일 맥주에서 소주, 나아가 폭탄주로 이어지는 회식으로 몸과 마음은 피폐해진다. 이럴 때 과감하게 와인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만화 『신의 물방울』이나 와인가이드를 통독했다 해도 막상 ‘실전’에선 난감한 경우가 많다. 책에서 눈여겨봤던 와인들이 ‘현장’에 없는 경우가 많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와인 이름을 기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에세이 『와인의 기쁨』 출판 기념회로 한국을 찾은 만화 『신의 물방울』 작가 아기 다다시 남매와 만화 속 감초 캐릭터 혼마 초스케의 실존 모델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혼마 아스시의 조언을 받아 로맨틱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는 와인들을 살펴봤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더 밝고 화사하게 만들고 싶다면 샴페인만큼 적당한 도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선 누군가 샴페인을 주문하면 마치 ‘오늘은 내가 쏜다’는 의미처럼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곤 해요.”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가 요즘에 맞는 와인으로 첫손에 꼽는 것은 샴페인. 가늘고 긴 크리스털 잔 속에서 황금빛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거품과 그윽한 향을 지닌 샴페인의 우아함은 모임의 품격을 올리는 데 손색이 없다. 좋은 샴페인의 공통점은 가늘고 미세한 버블. 아기 다다시는 “끊임없이 피어나는 미세한 버블들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화려한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올까 싶을 정도”라며 “연말에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자리라면 분위기를 이보다 로맨틱하게 만들 수 있는 소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만을 말한다. 샴페인 중 가장 유명한 와인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즐겨 찾아 유명한 돔 페리뇽.
접대 자리엔 ‘수퍼 투스칸’

▶샴페인 중 가장 유명한 돔 페리뇽.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는 연말 연시에 맞는 와인으로 샴페인을 꼽았다.

상파뉴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와인 제조를 담당하던 수도사 돔 페리뇽이 어느 날 터져버린 와인을 맛보면서 샴페인이 발견됐다. 그는 그 맛에 감탄해 “형제여, 형제여, 드디어 별을 마셨습니다”라고 외쳐댔다. 이후 프랑스 샴페인 회사 모엣 샹동이 그의 장인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돔 페리뇽을 탄생시켰다. 돔 페리뇽 외에도 크리스탈, 크루그, 폴 로저, 뵈브클리코 등 명품 샴페인들이 즐비하다. 샴페인의 경우 문제는 가격이다. 대부분 1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다. 대안은 이보다 다소 저렴한 모엣 샹동이나 포머리(Pommery) 등 대중적인 샴페인을 맛보는 것이다. 이보다 훨씬 싸지만 샴페인 못지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혼마 아스시는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샴페인 못지않은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된다”며 “이탈리아의 스푸만테가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혼마가 추천한 스푸만테는 이탈리아 트렌티노(Trentino) 지역에서 페라리(Ferrari)가 생산하는 트렌토 기울리오 페라리(Trento Giulio Ferrari) 와인이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스푸만테로는 빌라엠이 유명하다. 마치 사과주스를 맛보는 것처럼 달콤한 향으로 한국 여성을 사로잡고 있다. 가격은 5만원대다.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포도 품종 모스카토로 만들어진 스푸만테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 스푸만테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카바가 있다. 스페인 카바는 샴페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가격은 훨씬 싸다. 대표적인 카바는 프레시넷의 코든 니그로. 쓰거나 달지 않고 상쾌함이 느껴지는 깔끔한 맛이다.

▶빨대를 꽂아 병째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카바. 들고 있는 그 모습만으로도 파티 분위기 그 자체다.

200ml의 미니병이 나와서 한 손으로 쉽게 들고 마실 수 있으며, 빨대를 꽂아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병째 들고 있는 그 모습만으로도 파티 분위기 그 자체다.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스파클링 와인만큼이나 가볍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레드 와인은 2만~3만원대의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다. ‘보졸레의 햇 와인’이란 뜻을 가진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되는 와인으로 상큼한 맛이 인상적이다. 연말연시 모임에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 제격이다. 사람들을 와인 하나로 묶어주고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국내 와인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을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기 다다시는 “만화에 등장하는 와인들은 회식 자리에서 마시기엔 비싼 게 많을 것”이라며 “그중 만화책 1권에 등장한 샤토 몽페라 정도면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샤토 몽페라는 한국에서 6만원대지만 만화 속 주인공이 20만원이 넘는 캘리포니아의 명품 와인 ‘오퍼스원’보다 더 높게 쳐준 와인. 주인공은 와인을 음미하면서 영국 록그룹 퀸의 음악을 떠올린다. 모이는 사람들이 와인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이고 예산에 부담이 있다면 1만원대의 호주산 옐로테일도 괜찮다. 옐로테일은 캥거루 라벨과 달콤한 맛으로 미국 와인 시장을 평정한 제품이다. 한때 국내 출판업계를 달군 ‘블루오션’ 전략에도 소개됐다. 골프 애호가들이 많다면 1865가 적당하다. 1865는 애초 이를 만든 칠레 산페드로사의 설립연도인데 골퍼들에겐 18홀을 65타에 치는 날까지 마시는 와인으로 소개된다. 1865 외에도 몬테스 알파, 카르멘 리저브, 에스쿠도 로호, 칼리나 리저브 등으로도 칠레 와인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대부분 3만~5만원대다.
연인들은 하트 라벨의 ‘칼롱 세귀르’

▶“최고급 이탈리아 와인은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 때문에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다” -혼마 아스시-

접대하는 자리라면 고가의 이탈리아 와인이 어떨까. 혼마 아스시는 “최고급 이탈리아 와인은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 때문에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다”며 “비즈니스를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혼마가 추천하는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의 고급화를 선도한 토스카나 지방의 수퍼 투스칸 와인들로 솔라이아, 티냐넬로 등이다. 혼마는 “이들은 모두 고정적인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만들어서 그 맛까지 색다른 와인”이라며 “인종으로 따지면 혼혈아와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CEO나 임원들이 찾는 모임이라면 칠레 와인 몬테스의 최고급 라인인 ‘몬테스 알파M’이 적합하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전 회장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 2006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만찬에선 공식 와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보다 저렴한 몬테스 알파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급 와인이다. “연인끼리 만나는 자리라면 일본에서 밸런타인데이 때 주고받는 와인으로 유명한 샤토 칼롱 세귀르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하트 모양의 라벨도 인상적이지만 그 맛도 초콜릿 향이 나서 이벤트를 더 특별하게 만들 겁니다.” 『신의 물방울』에도 등장해 화제를 모은 샤토 칼롱 세귀르의 하트 라벨은 19세기 프랑스 보르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 당시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트 로쉴드 등 특급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던 와인의 왕자(Prince of Vines) 세귀르 후작(Marquis de Segur)은 “내가 샤토 라피트와 라투르에서 와인을 만들지만 내 마음은 칼롱에 있다”고 할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이후 후손들이 샤토 칼롱 세귀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기리고자 와인 라벨에 하트 모양을 새겼다. 혼마 아스시는 연말연시 연인들을 위한 와인으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생산되는 ‘아마로네’를 꼽았다. 혼마 아스시는 “마시면 ‘헉’하고 느낄 정도로 향은 강하고 심지어 시너와 같은 위험한 향기도 느껴지는 말 그대로 불가사의한 와인”이라며 “마치 캐러멜을 빨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 역시 아마로네를 가지고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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