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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연극정신 하나로 인생을 걸다

[人terview] 연극정신 하나로 인생을 걸다

▶1962년 전남 해남 출생 1999년~현재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2001년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장관상) 2006년~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겸임교수 2007년~현재 서울연극협회 회장

올해로 10년이 됐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제작사 신시뮤지컬 박명성 대표가 처음 해외 유명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도입한 때가 1997년이다. 그의 첫 연출작은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창녀로 열연해 눈길을 끈 ‘라이프’란 작품이었다. 박 대표는 “해외 유명 뮤지컬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면서 뮤지컬 시장 전체를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확실히 10년 새 뮤지컬은 ‘산업’이라 불릴 만큼 덩치가 커졌다.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는 연극, 콘서트 등 공연시장의 절반 이상을 뮤지컬이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뮤지컬 전체 시장 규모는 기업·단체 판매를 제외하더라도 1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뮤지컬 시장은 양적으로도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도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13일 오후 6시, 박 대표를 만난 서울 잠실 샤롯데 극장에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러 온 40~50대 중년 여성 관객, 30~40대 양복차림의 남성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요즘의 10~20대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20~30대 젊은층이나 매니어층이 즐겨 보던 뮤지컬이 이제는 좀 더 대중화된 것이다. ‘맘마미아’만 해도 40~50대 중년 관객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등 이른바 명품 뮤지컬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맘마미아와 같은 콘텐트는 흥행보증수표입니다. 야산에 텐트 치고 공연해도 관객이 올 작품입니다.” 맘마미아는 1999년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해 뮤지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진 작품이다. 지금까지 160개 이상의 도시에서 평균 20억원 이상의 티켓 판매를 기록하며 공연 중이다. “맘마미아 라이선스 계약을 위해 당시 신시뮤지컬을 포함해 13~14개 업체가 경쟁했습니다. 저희가 라이선스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이전에도 성공적으로 치른 노하우와 연극정신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인터뷰 중 자주 ‘연극정신’이란 말을 언급했다. 그가 말하는 연극정신이란 이렇다. “사명감이 있어야죠. 뮤지컬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뮤지컬로 절대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뮤지컬이 보따리 장사입니까? 저는 연극만 25년을 했습니다. 좋지 않은 작품을 올리면 대학로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질타를 받기 때문에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최근 연극의 ‘연’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뮤지컬이 돈 된다고 하니 몰려드는 현실을 개탄했다. “뮤지컬을 하기만 하면 돈을 버나요? 한 해에 1000여 편이 공연되는데 그중에 15편 정도가 성공합니다. 보이는 것처럼 절대 만만한 게 아닙니다. 무턱대고 해외 투어팀 불러오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죠. 우리도 뮤지컬 기술 노하우가 늘었습니다. 누가 자막 읽으면서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하나요?” 박 대표에게도 ‘묻지마’ 뮤지컬 투자자의 실패가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과당경쟁을 부추겨 해외 라이선스 비용만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요즘도 ‘맘마미아’ 영국 제작진에 한 달에 2~3통씩 팩스가 간답니다. 라이선스를 맺고 싶다고 하면서요. 제가 ‘맘마미아’와 관련해 보유한 무대 장치와 의상이 20억원어치 정도 있는데 말이죠. 이게 바로 일종의 뮤지컬 거품입니다. 조금 돈벌이가 될 것 같으면 물불 안 가리고 라이선스부터 따려고 덤비니 라이선스 비용은 올라가고 기껏 돈 벌어도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겁니다. 외화 유출이 얼마입니까? 저는 아무리 좋은 뮤지컬이라도 라이선스 비용이 적정선을 넘어가면 절대 하지 않습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

언제나 그렇듯 뮤지컬 제작에서도 문제는 돈이다. 그리고 뮤지컬은 무대가 없으면 올릴 수 없다. 투자자와 극장, 보통은 제작자는 이 둘 사이에서 ‘을’의 입장이 되게 마련이다. 연극판에서 ‘불도저’로 불리는 박 대표는 이 같은 쉽지 않은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흥행이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느 정도 ‘되겠다’는 감은 오지만 도박하는 심정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가 ‘도박’으로 표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투자를 받지 않고 신시의 돈으로 작품마다 그야말로 올인하기 때문이다.
직원들 안 굶기며 버텨낸 뚝심
‘저는 투자를 받지 않습니다. 영화처럼 전체 수익을 6대 4, 7대 3으로 나누든지 해야 하는데, 뮤지컬의 경우엔 아직 이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제작사에 수익이 남는 환경이 아닙니다. 돈을 벌어도 투자자가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제작사가 다음 작품을 만들 여력을 갖지 못합니다. 후진양성도 어렵게 되고요. 현재는 제작사가 자생력을 갖기엔 어려운 환경입니다.” ‘맘마미아’도 처음 시작할 때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수익의 많은 부분이 투자자에게 갔지만, 이번 공연부터는 투자자 지분이 많지 않아 수익의 대부분이 신시의 것이 된다. 투자자를 아직 한 번도 먼저 청해 만나 본 적이 없다는 박 대표는 “망하면 망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성공한 작품들이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이다. 실패도 물론 있다. “작년에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를 올렸는데 망했습니다.” 남의 돈으로 한 사업이 아니기에 타격이 컸지만 그는 “직원들과의 약속은 지켰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래도 세상 많이 좋아진 것이죠. 전 32세가 넘어서야 월급이 100만원이 넘었는데요. 요즘엔 계약서에 도장 찍고 일을 시작하지 않습니까? 어려울 때도, 계약서대로 직원들 굶기지 않으며 오늘까지 버텨왔습니다.” 신시 직원들이 박 대표를 따르는 것은 이러한 신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믿음이 바탕이 된 조직력이 신시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도 1982년 배우로 연극에 첫 입문해 그 후 고(故) 김상열 선생의 극단 신시에서 연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 10여 년간 조연출, 무대감독을 거쳐왔다. 최근 신시에는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에 ‘맘마미아’를 올리는 호재가 있었다. 대형 뮤지컬 공연장을 잡지 못해 발을 구르는 다른 제작사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다. 장기공연은 관객에겐 좀 더 저렴한 표를, 제작사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 규모의 경제와 같은 원리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까지 뮤지컬 전용극장이 2개에 불과하다. “지금은 누구나 극장이 ‘갑’이라고 말하지만, 뮤지컬 극장이 늘어나고 극장이 자기 극장에 맞는 콘텐트를 요구하게 되면 콘텐트를 가진 제작사가 힘을 갖게 되죠.” 잠실 샤롯데씨어터,종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이어 2011년까지 서울에 7개의 뮤지컬 전용관이 생길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잠실 롯데백화점도 40~50대 여성 관객층이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돈도 극장도 없이 시작했지만 그는 불도저처럼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지난 10년간 숨가쁘게 써왔다. 신시의 보유 콘텐트를 올릴 전용관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 “극장 세우는 일이 시골에 초가집 짓는 것입니까?” 그가 고개를 저었다. “세계적인 작품보다도 먼저 아시아에서 사랑 받는 작품부터 만들고 싶습니다. 일단 실패한 ‘댄싱 섀도우’도 2~3년 후에 다시 올리고요. ‘맘마미아’로 번 돈, 우리 창작 뮤지컬 만드는 데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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