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폐업 상조사’ 위드라이프 피해자 집단 고소
회원 약 3만명 상조사 돌연 폐업...최소 피해액 30억원 추산
초고령 사회 진입 등 상조업 중요성 커져...“건전성 확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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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모든 피해자가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상조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크루즈 여행·웨딩·해외 유학 등 비(非)상조 상품을 선택한 이들이다. 이런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다. 위드라이프 피해자들은 결국 집단 소송에 나섰다.
최소 피해액 수십억...무너진 가족과의 미래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위드라이프 회원 30명은 오일록 대표와 이 회사 전(前) 임원 3명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기 김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개인적으로 위드라이프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나머지 12명은 지난달 10일 위드라이프 경영진들의 사기 혐의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오 대표 거주지 관할인 하남경찰서는 위드라이프 폐업 신고 직후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접수한 고소 건만 40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집단 고소 접수 이전부터 전담팀을 꾸려 오 대표 등에 대한 범죄 혐의가 없는지 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라이프 피해자 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심재용 씨는 “회원 수가 2만5000명에 달하는데도 피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지연하거나 접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은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고객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조 및 비상조 상품을 판매한 점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경영진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신규 가입을 유도했다는 점 등이 의도적인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위드라이프 피해자 대리인 이정준 변호사(법률사무소 더엘)는 “사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기망 행위와 처분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위드라이프의 경우 이를 충분히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 측은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와 이번 위드라이프 건이 유사하다고 본다. 2021년 불거진 머지포인트 사태는 운영사가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판매하면서도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숨겼고, 결국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사는 “위드라이프 역시 고객의 선납금을 정당한 운영이 아닌 부정한 방식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진이 폐업 직전까지도 신규 회원을 모집하며 재정을 회복할 의도 없이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위드라이프 측은 업무 중지 결정 당일까지도 청산을 생각한 적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오 대표는 “위드라이프는 공제조합에 예치금 80억원 정도가 있는 회사”라며 “당시 10억원 남짓의 유동성 경색이 있어 공제조합에 선제적 조치를 제안하려고 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위드라이프 측은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액이 최소 20억~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 대표는 “가장 문제가 된 분들은 비상조 상품 가입자”라며 “공제조합 보상을 못 받는 분들이 5000~6000명 정도 되는데, 이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다른 상조사와 업무제휴를 하고 쿠폰을 발행하는 등 나름의 노력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해당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위드라이프가 주장하는 20억~30억원이라는 피해 금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드라이프의 회원이 2만5000명인데, 어림잡아도 전체 피해 규모는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라이프를 단체고소한 고소인 30인의 피해 금액은 1인당 1000만원꼴로 추산된다. 이어 “설령 일부 피해자들이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고 해도, 이는 가해자로부터 직접 변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보상받은 것이므로,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에서 이를 단순히 차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 이전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상조사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예치기관 또는 공제조합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 업체가 폐업할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다만 비상조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후 할부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비상조 상품도 예치 의무가 생겼지만, 적용 시점이 2022년 2월이다. 위드라이프 사태로 피해자가 양산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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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위드라이프 폐업 사태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시장 건전성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해 분기마다 사업자의 주요 정보 변경 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상조 납입 통지 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매년 한 차례씩 자신의 납입액·횟수 등을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이 나오는 것은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탓이다. 프리드라이프·보람상조·교원·대명 등 선수금이 1조원 이상인 대형사들과 달리 영세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43곳에 달하던 상조사는 지난해 말 기준 78곳으로 축소됐다.
위드라이프의 경우 2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중상위 상조사임에도 단기간에 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휘청거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드라이프의 부채는 2016년 67억4873만원에서 2023년 277억5588만원으로 7년 만에 약 210억원 증가했다.
피해자들은 상조사도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심 씨는 “상조업계는 금융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도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금융감독원 등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며, 상조회사의 폐해와 사각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 상조사의 경우 지인에게 소개를 받는 형태로 영업해 회원을 늘린다”며 “과거보다 업체들이 많이 줄었지만 시장을 위해 좀 더 구조조정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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