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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의 한계

줄기세포의 한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의회가 제출한 최신 줄기세포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정치 문제가 아니라 과학 문제라고 주장해 타격을 완화하고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 들었다. 며칠 지난 인간배아가 아닌 다른 데서 얻는 줄기세포를 사용해도 질병의 이해와 치료 전망이 그 못지않다고 부시는 말했다. 보좌관들에게 제대로 보고 받았음이 판명됐다. 올해 초 교토(京都)대 과학자들은 오랜 줄기세포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 보이는, 생물학적으로 묘기에 가까운 업적을 발표했다. 이 줄기세포 논쟁에서는 생물의학 연구자들과 사회가 난치병 치료 연구에 인간배아를 이용해도 되느냐는 문제가 뜨거운 도덕 쟁점이다. 교토대 연구팀은 다 자란 쥐의 피부세포를 채취해 “프로그램을 다시 짰다.” 생체시계를 뒤로 돌려 성인세포가 마치 배아세포처럼 신체의 어느 세포로도 변하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부시는 보좌관들에게서 조만간 인간세포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교토대 과학자들과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연구팀이 실제로 그 일을 해냈다. 이들은 얼마 전 인간 유전자 네 개를 성인 피부세포에 주입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짜 줄기세포로 만들었노라고 제각기 발표했다. 줄기세포를 얻으려고 굳이 배아를 파괴할 필요도, 생산할 필요도 없게 만든 위업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업적이 주목 받으면서 줄기세포 과학의 중대한 변화가 가려졌다. 전에는 줄기세포 연구가 곧바로 치료법으로 이어질 듯이 환영 받는 분위기였으나(예컨대 줄기세포를 신경단위세포로 바꿔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한다) 이제는 그다지 신통치 않게 보인다. 질병을 연구하고, 거기서 얻는 정보로 장기간에 걸쳐 새 치료법을 모색하는 또 하나의 연구실 도구로 전락했다. “질병 연구가 줄기세포를 이식요법에 사용할 때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솔크 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가 말했다. 그런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새 방법이 나왔다고 해서 옛 방법만 있을 때보다 치료법이 더 빨리 나올 가능성은 없다. 배아줄기세포의 마법은 신생아의 경우처럼 미래의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근육세포나 간세포, 혹은 어느 세포로든 자라기 때문이다. 성인세포에도 배아세포와 같은 유전자가 들었지만 그 유전자는 대부분 침묵한다. 모든 유전자가 다시 노래를 부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난자 속으로의 주입이다. 점액질의 난형체에 있는 그 무엇이 유전자를 배아 상태로 되돌려 난자가 줄기세포 덩어리로 발달하게 만든다. 이 방법이 생쥐와 원숭이에게는 통했지만 인간에게는 아직 아니었다. 교토대와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인간의 줄기세포를 만드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 네 개를 성인세포에 주입했다. 네 유전자는 그 세포가 배아상태로 돌아가도록 프로그램을 다시 짰다. 이 방법의 효과가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르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목적으로 인간 배아나 난자가 필요치 않게 되며, 따라서 이 분야와 관련된 윤리적, 정치적 논쟁을 피해 간다”고 위스콘신대의 연구를 게재한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가 강조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우선 유전자 네 개를 나르는 데 이용된 바이러스는 세포의 염색체에서 암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부위에 달라붙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네 유전자 가운데 하나는 그 자체가 발암 유전자다. 악성세포는 기초 연구나 이식에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낮다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콘래드 호키드링거가 말했다. 그러나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와 동료들이 재프로그램 줄기세포 덕분에 배아줄기세포가 필요 없게 됐다는 주장을 “중대한 실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과 무관하다. 우선 과학자들이 재프로그램 줄기세포를 이해하려면, 예컨대 그것을 어떻게 다른 조직으로 발달시킬지를 이해하려면 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또 배아줄기세포는 벤치마크로, 재프로그램 줄기세포로 질병을 치료하는(실험실 연구에서는 배아세포로 동물을 치료했다) 효능과 비교할 대상으로 필요하다. “더 이상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지 않고 재프로그램 줄기세포만 연구하면 줄기세포 과학의 응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지체된다”고 야마나카와 동료들이 지난 10월 논문에서 말했다. 줄기세포라면 곧 치료를 떠올리는 일반 대중에게 진정한 충격은 단순한 그림(환자의 유전자를 채취해 난자에 주입하고 난자가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환자에게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맞는 줄기세포로 나눠 그 세포를 이식해 당뇨, 파킨슨병, 노인성 치매를 고친다)이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깨달음이다. “이식용 세포주의 개발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2001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폴 너스 록펠러 대학 총장이 지난 10월 뉴욕 줄기세포재단 총회 연설에서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자들은 이 기술이 과대 선전됐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줄기세포(재프로그램이나 배아세포를 막론하고)는 곧바로 치료법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실의 다른 시스템과 마찬가지의 자리를 차지할 듯하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질병의 원인이나 경로를 알려주고, 심지어 신약 개발의 길을 지시할지도 모른다. 그런 발견과 신약 사이에 걸리는 통상적 시간은 적어도 15년이다.


With JENEEN INTERLA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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