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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거품 너무 커진다

중국 경제 거품 너무 커진다

요즘 중국 증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1980년대 후반 일본 거품 경제 시대를 겪어본 사람들에겐 익숙한 모습이다. 신흥 경제 대국의 거침없는 성장,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역흑자, 넘쳐 흐르는 유동성, 그리고 자만과 탐욕, 우매함으로 뭉쳐진 상승장 심리까지 판에 박은 듯 똑같다. 현재 중국의 한 은행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1990년만 해도 세계 5위권 규모 은행이 모두 일본계였지만 지금은 모두 파산하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최고가를 제시하며 해외 자산을 인수한다. 1989년 미국을 상징하는 록펠러 센터를 사들였다가 6년 뒤 절반 가격에 내다판 미쓰비시 부동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중국과 일본은 이 밖에도 많이 비슷하다. 젊은 애널리스트들과 펀드 매니저들의 치솟는 임금, 신주인수권 거래의 확산, 주가 상승으로 부풀려진 기업 수익, 고장 난 커피 제조기처럼 거품을 내뿜는 주식 공개 시장 등등 배우만 다를 뿐 똑같은 영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 증시 과열이 상당부분 일본보다 악성이라는 사실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중국 주가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약 800% 치솟았다. 8년간 700% 올라 1990년 최고점에 도달한 일본 기록을 일찌감치 앞질렀다. 가장 잘나갈 때의 일본 닛케이 종목은 장부 가격의 5배로 거래됐다. 올가을 상하이 증시 종목들은 장부가의 8배 이상으로 거래됐다. 과거 어떤 주식시장도 그런 수준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질적으로도 어느 증시보다 심각하다. 1989년 당시 일본 기업들은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성공에 기반한 견고한 실적이 있었다. 오늘날 중국 대기업의 다수는 신생기업이다. 아직 호된 불황을 겪어보지 않아 경영진과 재무상태가 검증되지 않았다. 투자자 대다수는 평상시에는 대체로 이성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지배적인 가정에 충격적인 변화가 생기면 투자자들이 거품을 타기 시작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하이만 민스키는 이를 ‘변위(變位)’라고 부른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신흥 경제 대국의 급부상은 지정학적인 변위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기술적인 변위였다. 이는 모두 역사의 진로가 바뀌어 가니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중국 거품에서 또 하나의 빼놓지 말아야 할 환경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1980년대 일본처럼 중국의 통화정책도 자국 수출 업체들의 포로 신세가 됐다. 금리는 위안화 절상을 막고자 적정선 훨씬 아래에 묶여 있다. 동시에 금융 자유화는 수백만에 달하는 순진한 중국 투자자를 증시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은행 예금을 빼내 증시로 몰려들었다. 거품을 만들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중국 시장의 유례없는 고평가가 사상 초유의 고성장으로 정당화된다고? 이런 유의 사고가 갖는 맹점은 중국의 부상이 규모 면에서는 전례가 없지만, 속도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1960년대 일본 국내 총생산은 7년 만에 배가 됐고, 대만과 한국도 1970년대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주가 수익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반면 배당수익률은 높았다. 그럴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고도성장 경제는 변동성이 크다. 가파르게 성장하지만 그만큼 하락도 가파르다. 게다가 자본투자 과잉, 교통체증, 임금 인플레 때문에 서구 국가들이 꿈꾸기 힘든 국내 총생산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이윤 폭은 늘지 않는다. 중국은 9%가 넘는 성장을 4년째 지속했다. 경제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예외 없이 도중하차한다. 1950년대 일본에는 100개가 넘는 오토바이 제조업체가 난립했다. 오늘날 대기업으로는 혼다 단 한 곳만 생존해 있다. 혼다는 당시 시장 선두기업 토하추를 악명 높은 출혈적인 가격인하를 통해 퇴출시켰다. 혼다와 같은 역할을 할 중국 기업은 아직 증시에 상장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국판 토하추는 최근 기업 공개된 회사들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요즘 많은 전문가, 특히 최근엔 워런 버핏이 중국 시장을 경고하지만 거품 장세는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이 1997년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했을 때도 그랬다. 그때가 나스닥 주가가 최고점에 달하기 3년 전의 일이다. 중국의 통화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궁극적인 하락도 훨씬 혹독한 법이다. 1990년 일본 거품이 터졌을 때 처음에는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에서는 주가 급등락은 예외적인 현상이고,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며, 경제는 주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마치 오늘의 중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금융 거품은 통상 더 심각한 문제의 징후다. 느슨한 통화 정책과 자아도취적인 과잉 신뢰와 같은 요인들이 기업과 정부 부처의 자본 투자를 이끈다.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국 거품의 붕괴는 분명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줄 듯하다. [필자는 일본 증시 전문 투자업체 아쿠스 투자사의 창업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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