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비틀어지는 숲
말라 비틀어지는 숲
지구온난화 하면 으레 떠오르는 묵시록적인 이미지가 있다. 빙하가 서로 충돌하면서 바다로 밀려드는 모습이나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 말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징후가 귀로도 들릴까? “원래 열대 우림을 걷다 보면 촉촉한 잎들과 각종 유기물이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환경학자 대니얼 네프스태드는 말했다. 그는 우즈 홀 연구 센터의 연구원이자 아마존 열대 우림을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다. “이제는 바싹 말라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죽어가는 숲이 내는 소리다.” 열대 우림이 죽어간다는 예측은 지난 몇 년간 제기됐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직접적인 자연훼손이 제일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목초지나 농장을 지으려고 숲을 태우거나 벌목하는 행위 말이다. 인간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세계 우림은 번창할 뿐 아니라 남아도는 이산화탄소나 다른 온실가스를 빨아들여 지구를 구해내리라는 막연한 희망까지 있었다. 하지만 근거 없는 희망으로 보인다. 일부 과학자는 늘어나는 탄소 배출량이 아마존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우림들이 지구온난화를 이겨낼 무기가 아니라 골칫덩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아마존 숲은 1000억t의 탄소를 함유한다. 15년간의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굴뚝의 탄소 배출량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만약 우림의 파괴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면 35억~50억t의 탄소가 매년 대기권에 배출되기에 이른다. 우림이 온실가스의 본산지가 되는 셈이다. 지난주 발리에서 열린 유엔의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이 문제를 고심했다. 이번 총회는 전문가들이 모여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2012년에 다하면 탄소 배출 감축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걱정할 근거는 충분했다. 세계 기후변화에 따른 비정상적인 극심한 가뭄 현상 때문에 호주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숲을 파괴하는 화재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이 아마존이었다. 어떤 전문가들은 우림이 이미 사망선고 직전이라고 말한다. 영국 기상관측사무소 부설 해들리 센터가 가장 어두운 예측을 내놓았다. 피터 칵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막대한 규모의 식물 고사 현상 때문에 2100년께 우림이 자취를 감추리라고 전망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런 예측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단정하지만, 해들리 센터의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연구 영역인 기온과 강우량을 넘어 산불이나 썩은 나무에서 발생한 탄소가 대기권에 흡수되는 과정까지 낱낱이 분석했다. “탄소의 주기”는 제대로 추적해 기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의 기상학자가 컴퓨터 모델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극심한 날씨 변화와 무절제한 개발은 과학자들이 일찍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림을 파괴해 간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나무는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늘어난 가뭄이 수분을 앗아가고, 건조한 숲은 더더욱 개발업자들의 도끼와 등유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다. 태평양의 해수온도가 주변보다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상황은 더 나빠진다. 기온이 높아지면 가뭄과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화재가 잇따라 일어나면 대기에 더 많은 탄소를 토해내고 기온도 상승하며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아마존의 피해 상황을 이해하려면 이제 현지 답사는 물론 위성사진 등을 통해 대기권의 모습도 살펴야 한다. 결과는 좋지 않다. “기후 변화와 삼림 벌목이 겹치면서 2030년까지 아마존의 절반 이상이 거의 확실하게 심각할 지경으로 훼손된다”고 네프스태드는 말했다.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말라가는 우림은 아마존 강가보다 훨씬 먼 곳까지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지 모른다. 바람과 비의 진로를 수km 떨어진 곳으로 바꾸고, 우리 하늘을 더욱더 온실가스로 채운다. 이미 그런 미래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마존의 건기가 되면 개척민이나 목장주인, 개발업자들이 의도적으로 지른 불이 매년 5억t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 브라질이 5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올라설 만하다. 열대 우림의 파괴 현상은 친환경 사고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얼마 전까지 환경운동가들은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근거로 열대 우림 보호운동을 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절박하게 와 닿진 않는다. 환경보존 단체들은 재규어나 푸른머리금강앵무새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종을 보호하려는 기금을 조성했고, “환경 위험 지역”의 훼손을 멈추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다 기후변화 때문에 “위험 지역”의 범위가 생물권 전체로 확장됐다. “생물다양성의 위기와 생태계 구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지구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이라기보다는 징후일 뿐이다”고 네프스태드는 설명했다. “문제는 바로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순환 구조다. 거기서 열대 우림이 변수로 작용한다.” 물론 모두가 열대 우림이 말라 죽으리라고 믿지는 않는다. 20여 개의 컴퓨터 기후 모델 중에서 일부는 아마존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보며, 아예 강우량이 증가하리라고 예상하는 쪽도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환경학자 스캇 살레스카는 아마존이 2005년 심한 가뭄을 겪은 뒤 예상 외로 잘 회복했다고 말한다. 강렬한 햇빛이 나무 그늘 아래까지 침투하면서 녹화 현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잎이 푸르다고 숲이 울창해지는 건 아니다. “녹화는 큰 나무가 아니라 잎에서 진행된다”고 브라질아마존연구소의 필립 펀사이드 연구원이 말했다. “가뭄이 오면 큰 나무부터 죽는다.” 대기 중 탄소량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위협적이다. 초기에는 숲들이 번성할지 모른다. 식물이 성장하려면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탄소가 영양분이 있는 당과 화학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그만큼 광합성 작용이 왕성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숲이 언제까지나 팽창하지는 못한다.” 리즈대학의 과학자 스캇 루이스의 말이다. 혹사당한 나무들이 견디지 못한다는 얘기다. 덩달아 토양의 영양분도 말라간다. 또 나무는 작은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수증기를 내뿜는데,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흡수한 나무는 기공을 닫아버린다. 따라서 숲은 더욱더 말라만 간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이번 세기에 기온 상승이 섭씨 3~5도에 머무르고, 강우량 감소도 최대 15% 선에서 멈춘다는 예상이라고 브라질의 기후 전문가 호세 안토니오 마렌고가 설명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아마존에 극심한 가뭄이 더 많아지며, 가뭄철마다 수증기를 대기에 배출하는 숲의 기능이 약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다음 가뭄을 또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세부적인 문제를 놓고 계속 트집을 잡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열대 우림이 없느니보다 있는 편이 지구와 인간의 미래를 위해 훨씬 낫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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