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안전·환금성 고루 갖춰
| ▶전환사채도 엄연히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와 같이 사전에 기업을 분석한 후 투자해야 한다. | |
예금은 최근 금리가 급등해 연 7% 중반의 매력적인 이율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채권은 비교적 안전해 보이기는 한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선다면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전환사채로 대표되는 주식형사채의 무궁무진한 매력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금융상품을 고를 때 세 가지 기준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춘 상품이 있을까? 대부분 상품은 이 셋 중 둘 정도는 충족하지만 세 가지 모두 만족시키는 상품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단 하나의 상품만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전환사채가 그것이다. 전환사채? 참 낯선 이름의 금융상품이다. 전환사채를 가지고 재테크한다는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가? 이 전환사채라는 블루오션에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선구자’가 많다는 사실을. 많은 전환사채가 투자자들에게 꽤 많은 수익을 안겨줬다. 가장 거래량이 많았고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아무래도 동양종금증권 전환사채다. 이 채권의 초기 투자자는 최고 3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말이다. 흥국쌍용화재, 데이콤 같은 전환사채도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 전환사채와 세 가지 장점에 대해 알아보자. 전환사채는 말 그대로 주식투자와 채권투자의 절묘한 만남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일단 ‘채’자로 끝나니 채권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사채’니까 회사채 즉, 일반기업에서 발행한 채권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전환’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그 발행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옵션)가 있다는 말이다. 즉, 평소에는 채권으로 있다가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 또는 주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둘을 한꺼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 정리부터 간단히 하고 넘어가자. 먼저 ‘표면금리’란 게 있다. 이는 매년 받을 수 있는 쿠폰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음으로 만기보장수익률이 중요한데 이는 만기까지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만기 때 소급해 적용하는 우대금리다. 예를 들면 표면금리 4%, 만기보장수익률 8%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매년 4%씩 이자는 챙긴다. 중간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 4% 표면금리 이자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연 8% 이자를 보장받는다. 데이콤 전환사채(만기도래) 3년짜리의 경우, 매년 4%씩 받다가 만기에 13.07%(이를 만기상환율이라 부른다)를 받았다. 그런데 왜 12%(=4%×3년)가 아닌 13.07%일까? 이는 그간 미처 다 지급하지 않은 4%(=8%-4%)에 대한 이자를 8%의 복리로 계산해 쳐주기 때문이다.
▶전환사채 전환사채를 흔히 영어로 CB(Convertible Bond)라고 한다. 일정기간 내에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권을 말한다. 이 CB를 발행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전환가격은 전환할 수 있는 가격인데 이는 사전에 결정된다. 시가가 얼마든 상관없이 이 가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가가 바닥 모르고 떨어지면 추가로 인하(리픽싱)될 수 있다. 반면 시가가 폭등하면 어떨까? 이는 최상의 경우인데 다행스럽게도 전환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 물론 중간에 회사의 증자나 감자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다. 전환을 아무 때나 하는 것은 아니다. 발행 후 1~3개월 이후부터 채권 만기 한 달 전까지 가능한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전환사채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수익성이다. 전환사채의 매력은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동양메이저 전환사채의 만기보장수익률(만기까지 보유할 때 보장해 주는 수익률)은 연 9.72%였고, 현대카드·삼성카드 전환사채는 연 9%, LG카드·데이콤 전환사채는 연 8%에 달했다. 일단 이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설정된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주가가 많이 오르면 채권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올릴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고수익을 올린 전환사채들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아쉬운 점은 최근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경우 금리가 높아야 연 5%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둘째, 안전성이다. 전환사채는 다른 채권들과 마찬가지로 무보증채권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회사 부도 같은 일이 생겨 유동성 문제만 불거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는 확보할 수 있다. 최소한 만기까지만 발행회사에 별일이 없으면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만 어느 정도 볼 줄 알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중대형 상장사가 발행했다면 상당한 안전성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서,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참고해 고르면 더욱 안전할 것이다. 대개 코스닥보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아무래도 더 안전한 경향이 있다. 셋째, 유동성이다. 전환사채는 주식과 거의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다. 주식은 증권사 창구에서도, 전화로도, HTS로도 주문을 낼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실시간 조회는 물론 매매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환사채는 거래량이 충분해 유동성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전환사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까? 현 시점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전환사채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 전환사채, 동부제강 전환사채, 현대카드 전환사채가 바로 그것들이다. 하나씩 간략하게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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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조항은 조심해야 먼저 미래에셋증권 전환사채. 증권주 가운데 최고가를 자랑하듯 미래에셋증권의 업계 위상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실적(2007년 7~9월) 또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향후 전망이 밝은 점을 고려할 때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고공 행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심할 점도 없지는 않다. 4550억원에 이르는 채권물량이 약점이다. 물량이 많은 만큼 주가도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 13만원에 달하는 높은 전환가격과 4%에 불과한 만기보장수익률도 문제다. 무엇보다 콜옵션 조항이 걸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리한 독소조항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콜옵션 조항은 전환사채 보유자들로 하여금 조속한 주식 전환을 촉구하는 장치로 봐야 할 것이다. 이 콜옵션(발행회사의 조기상환청구권)은 발행회사가 발행 채권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인데 미래에셋증권에 너무 유리한 조건이다. 즉 발행 후 3개월째(2008년 2월 1일)부터 조기상환청구 공고일 이전의 30거래일 중 20거래일 동안 주가가 전환가격(13만원)의 120%(15만6000원) 이상인 경우, 회사의 선택에 따라 사채의 조건에 의해 산정된 조기상환금액을 지급하고 미상환사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음으로 동부제강 전환사채. 장점으로는 발행금액이 500억원으로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주가에는 거의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열연강판 시장 진출을 위한 제철공장 기공식을 한 게 호재다. 전환가격은 1만6170원으로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2007년 12월 28일 종가인 1만5300원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2007년 7월의 고가인 2만7400원에 비하면 1만원 이상 낮다. 또 회사 순자산비율(PBR)이 0.57배에 불과한 가치주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단점으로는 표면금리가 없고 만기보장수익률이 1.8%에 불과한 점이다. 이 회사의 주력인 냉연강판 쪽 업황이 좋지 못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실적이 좋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현대카드 전환사채. 현대카드는 업계 3위를 다투는 고성장 중인 카드사다. 게다가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과 최고의 인지도, 선호도를 갖고 있는 우량 카드사다. 다른 전환사채 발행기업과 달리 비상장회사라는 점이 특이하다. 사실 이 점이 현대카드 전환사채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즉,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 현재 장외시세는 1만5000원에도 미치지 못해 시가총액이 2조원 수준에 그친다. 경쟁사인 삼성카드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전환가격이 8831원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상장 계획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 2008년 10월까지 주식 전환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도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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