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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캐는 시추선은 ‘귀한 몸’

석유 캐는 시추선은 ‘귀한 몸’

▶석유 시추선을 찍은 항공 사진.

조선주도 이제 에너지 관련주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해양 유전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깊은 바다 유전개발을 위한 선박들이 조선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때 원유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을 때 미개발 유전이 널려 있는 산유국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기쁨의 정도가 아시아 유전개발 기업과 시추선 제조사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의 고유가는 새로운 유전개발 프로젝트들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아 임대용 해상 시추선 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해양유전서비스와 그레이트 오프쇼어 같은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 시추선이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 국영 해상석유공사의 유전 시추 사업부 중국해양유전서비스는 2006년 해양 시추선의 하루 사용료(근해의 경우)로 5만5559달러를 부과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7.5% 인상된 요금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네덜란드의 ABN-암로는 2007년 중국해양유전서비스의 하루 사용료가 7만 달러, 2009년에는 9만1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선진국의 유전개발 기업들은 아시아의 경쟁사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세계 최대 석유시추 회사인 미국의 트랜스오션은 태국의 PTT-EP(PTT Exploration and Production)사와 하루 사용료로 20만50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자사 표준 시추선의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크레디리요네 증권의 중국 석유 및 가스 리서치부 이사 고든 콴은 이렇게 말한다. “향후 석유 1배럴을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이 80달러까지 오르게 되면 전 세계 유전개발 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임대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용어 설명

시추선=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에 쓰는 특수한 배.

반잠수식 시추선=최첨단 위치제어 시스템과 계류 시스템 등을 갖춰 바다 깊이에 상관없이 작업할 수 있는 제6세대 전천후 시추선으로 불린다.
현재 에너지 회사들은 좀 더 위험한 지역에서, 특히 반잠수식 시추선을 필요로 하는 심해에서 석유 탐사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인도는 최근 최대 규모의 석유 및 가스 매장 지역을 경매에 내놓았으며, 경매에 나온 57개 지역 중 19개가 심해로 분류돼 있다. 2006년 캐나다 에너지 회사 허스키에너지는 홍콩 남쪽 해상 1500m 바다 밑에서 약 4조에서 6조 입방피트에 달하는 천연가스 매장지를 발견했다. 그 결과 남중국해 해상에서의 에너지 탐사 프로젝트들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콴 이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중국해양유전서비스 COLS의 항생 H주의 등급을 ‘시장 수익률 상회’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목표 주가가 22홍콩 달러인 이 회사의 투자 등급 상향 조정 이유로 중국 해상에서의 시추선단 가격 경쟁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이뿐만 아니라 COLS의 주가가 지난해 10월 중반 이후 20% 하락했다는 사실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의 그레이트 오프쇼어 역시 전문가들로부터 호의적인 투자의견을 받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리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와 인도의 석유 & 천연가스사에 유전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톰슨 애널리틱스가 조사한 9명의 분석가 모두 그레이트 오프쇼어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 혹은 ‘적극 매수’라고 제시했다. 시추선 공급의 병목 현상으로 주요 유전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자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고, 그 결과 아시아 국가의 조선소에 시추선 제작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셈코 마린사는 에트우드 오셔닉스사로부터 2억8000만 달러 반잠수식 시추선의 건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분석가들은 셈코 마린의 경쟁사인 케펠 역시 생산시설을 모두 가동해도 모자랄 정도의 시추선 건조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다.
한국 추격하는 싱가포르 조선업
셈코 마린과 케펠의 경우 잭업 시추선은 물론 반잠수식 시추선도 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같은 다른 아시아 지역 경쟁사들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고 중국의 한 분석가는 말한다. 대개 수심 450m 이하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반잠수식 시추선은 건조하기 어렵고 건조 비용도 비싸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의 진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석유회사는 주문을 의뢰한 조선소의 과거 안전기록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 반잠수식 시추선을 임대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배럴당 90달러에서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유전개발 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국발 경기침체로 국제 석유 소비량은 감소할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원유 시추사업의 필요성 및 시추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깊은 바다 원유시추에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보상 때문에 반잠수식 시추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개입은 또 다른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고유가에 편승한 세수 확장을 위해 초과 이윤세 도입을 모색하고 있어 추가 유전개발 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에 대해 10% 세금 부과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주요 유전개발 사업 고객사들인 페트로차이나, 사이노펙, 시누크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골드먼삭스는 이 같은 세금 부과가 페트로차이나의 순이익을 최대 18.5%까지 잠식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세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홍콩 주식시장에서 페트로차이나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25%가량 하락했다. 기존의 초과 이윤세와 국가가 정한 연료 소매가격 상한제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는 페트로차이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유가격 덕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자사 정련소에서 사용되는 원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노펙사의 경우 상황이 훨씬 더 어렵다. 미 달러화 약세가 그나마 도움이 되고는 있지만, 이 회사의 정련소들은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전가할 수 없는 높은 원유가격 때문에 적자 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가까운 미래에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또다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정련 분야를 제외한 산유 단계에만 관여하는 시누크의 사업 방식이 ‘고유가 순풍’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방식으로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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