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공포에 떨 때 ‘집중 사냥’
시장이 공포에 떨 때 ‘집중 사냥’
“나는 시장이 탐욕적일 때 공포에 떨고, 시장이 공포에 떨 때 욕심을 낸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원칙이다. 이처럼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그는 미국발 한파로 글로벌 증시가 벌벌 떨고 있는 와중에 전 세계를 유람하며 주식 사냥에 나서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의 글로벌 증시 폭락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문을 챙긴다는 상거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셈이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워런 버핏이 집중 공략하고 있는 주식은 금융 및 철도회사, 채권보증회사다. 그는 지난달 미국 4위 철도회사인 노포크 서던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2위 업체인 노던 산타페 지분을 확대했다. 고유가 시대에는 석탄으로 움직이는 철도가 운임절감 효과 등으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국 철도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그의 판단은 들어맞았다. 그는 또 서브프라임 쇼크로 채권보증회사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보증회사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주식, 지금 살 때다” 그렇다면 한국의 투자귀재들은 어떨까. 이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폭락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식 매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펀드 신화를 이룩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연초 이후 폭락장에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증시가 크게 하락했을 때가 오히려 국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은 변화가 없다. 단지 외국인들이 과도하게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떨어졌다”고 국내 증시의 폭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 미래에셋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실제 미래에셋의 주요 펀드들은 증시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했던 지난 16일을 전후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의 대표펀드인 ‘인디펜던스주식형펀드’의 경우 지난 1월 6일 주식 편입 비율이 91.77%였으나 17일엔 92.87%로 높아졌다. 또 최근 주식 편입 비율을 크게 낮췄던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도 90.65%에서 91.67%로 상승했다. 가치투자 전도사라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도 올 들어 자신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의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말 대비 1%포인트 올렸다. 펀드 순자산(1조500억원, 1월 25일 기준)으로 따지면 최소 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셈이다. 주식투자 비중이 늘면서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업 수도 지난해 17개에서 22개로 증가했다. 이채원 전무는 최근 투자기업 선택에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투자할 만한 기업이 더욱 많아졌기 때문. 그는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장세가 펼쳐진 것”이라며 “평소에 사고 싶었지만 가격(주가)이 맞지 않았던 기업이 많았는데 이번에 저가 매수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주가 부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가치만 보고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폭락은 지난해 과도하게 오른 것에 대한 역작용과 함께 미국발 악재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증시에 연연하지 말고 실적 성장세가 꾸준하거나 자산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가치주들을 사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가치투자 전략가인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폭락장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자신이 직접 운용하는 ‘마라톤주식펀드’를 통해 동일방직과 호성케멕스, 코스모화학, 에스에이엠티 등 저평가 가치주들을 집중 매수했다. 이 중 동일방직과 호성케멕스는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상태다. 재야 고수인 수퍼개미들도 최근 폭락장에 한층 바빠졌다. 이들은 제약주, 금융주, 반도체 등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부 수퍼개미는 주가 폭락으로 값싼 주식이 많아지자 ‘주식 사재기’에 까지 나서고 있다. 저평가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기로 유명한 박영옥씨는 증시가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11월부터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증권회사 출신의 수퍼개미로 대동공업의 개인 2대 주주다.
수퍼개미들도 ‘바쁘다 바빠’ 박씨가 주로 사들인 종목은 대동공업과 증권주.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증시가 과도하게 하락하자 그는 대동공업에 6억7000만원가량을 추가로 투자해 보유 지분을 12.21%에서 13.01%로 늘렸다. 또 올 들어 증시가 재차 폭락하자 대우, 우리, 동양종금증권 등 증권주를 집중 매수했다. 그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폭락은 오히려 기회”라며 “올 들어서는 새로운 증시 주도주가 될 증권주에 주로 베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시 하락 원인은 외국인 투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씨는 “증시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데 최근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을 내다 팔면서 수급이 악화됐고, 이에 따라 시장은 내리막길을 타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외국인 주식 비중이 30%대 초반으로 떨어진 만큼 더 이상 대량 매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매도가 줄어들면 증시 수급상황도 나아져 주가 반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일성신약의 주요 주주이자 소액주주 대표인 수퍼개미 표형식씨도 최근 폭락장에서 일성신약 주식을 추가로 대거 사들였다. 이에 따라 5.01%였던 그의 일성신약 지분은 5.1%로 늘었다. 현재 표씨가 보유한 일성신약 주식 평가금액만 110억원에 달한다. 그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최근 주가 하락은 좋은 투자 기회”라며 “주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기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업 가치를 되찾게 된다”고 전했다. 일가족이 주식 투자전문가로 유명한 여수 고래패밀리의 맏형 박현상씨도 올 들어 주가 하락 시기에 일 평균 1억원 정도였던 투자금액을 2억원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또 초단타 매매(scalper·스캘퍼)가 주특기인 박씨는 투자전략까지 바꿨다. 초단기 투자에서 중기 투자로 투자전략을 수정한 것. 박씨는 “주가 폭락으로 싸고 좋은 주식이 많아져 투자금을 늘리고 투자전략도 바이앤홀드(Buy and Hold·매수 이후 중장기 보유) 전략으로 바꿨다”며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반도체와 새로운 주도주인 증권주, 지주회사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1600선이 무너질 경우 반도체와 증권주 등을 중심으로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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