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아버지에 ‘비참세대’ 아들
‘오륙도’ 아버지에 ‘비참세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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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NEET)족 = 15~29세 인구 중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직업도 없으면서,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는 무직자를 일컫는다.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니트족은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실업(失業)자와 구별해 ‘무업(無業)자’라고도 부른다. 니트족은 경제 상황이 나빴던 1990년대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다. 고용 불안으로 한창 일할 젊은 층이 니트족으로 주저앉는 현상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간한 ‘한국의 청년고용’ 보고서는 한국의 니트족 비율이 17%로 OECD 회원국 평균(12%)을 웃돈다고 지적했다. 숫자로는 약 170만 명(2006년 기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5년 5월 추산한 18만7000명(2004년 기준)의 9배다. 170만 명의 니트족에 취업준비생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모두 놀고 먹는 젊은이라고 하긴 어렵다. 계산 방법의 차이도 있겠지만 2년 새 니트족이 몇 배나 늘어난 점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고용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득이 없는 니트족은 구매력도 약하므로 내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다.
◇프리터족 = 돈이 떨어져야 알바 등 임시직으로 일할 뿐 정식 취직을 기피하는 ‘프리 아르바이터(Free Arbeiter)’를 일컫는 말. 일본에 특히 많은데 2003년 말 정부 공식 통계로만 217만 명에 이른다. 일본에선 구할 수 있는데도 정규직을 얻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유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달리 한국에선 ‘정규직 취업 대신’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구직기간을 활용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다. 일자리를 못 구해 프리터가 된 경우도 있지만,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프리터를 자원하는 이도 많다. 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한 청년들도 프리터 생활을 한다.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서비스업의 출현과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기업의 인력운용 방식도 프리터족 증가에 한몫한다. 요즘은 의사·약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가진 이들도 프리터 생활을 한다. 근무시간을 잘 맞추면 정식 직원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터 생활을 오래 하면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술 축적도 되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캥거루족 =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에게 기대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부모 집에서 잠자리와 숙식을 해결하는 생활태도를 캥거루 새끼가 어미 뱃속에 달린 주머니 안에서 자라는 습성에 빗대 부르는 말이다. 캥거루족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선 ‘파라사이토 싱구르(기생족)’, 프랑스는 ‘탕기(tanguy)’, 이탈리아는 ‘맘모네(mammone)’라고 한다. 또 영국에선 ‘키퍼스(kippers)’, 캐나다에서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부른다. 이 같은 표현은 모두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에선 2004년 초반부터 등장했다. 캥거루족의 확산은 얹혀 사는 젊은이의 자아 상실감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88만원 세대 = 88만원은 20대의 95%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2006년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의 평균적 소득 비율 74%를 곱해 나온 숫자다. 여기에 세대를 붙여 어느 새 20대 비정규직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지난해 8월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공저)가 나온 뒤 유행했다. 책에서 저자는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 800만 명은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는 유럽의 ‘1000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에 비유되는 개념이다. 유럽의 25~35세 젊은이 중 상당수는 대학을 나오고도 한 달에 1000유로(약 140만원) 정도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 빈털터리 세대란 결혼 자금과 아이 양육비를 은행에서 빌려 마련한 뒤 평생 부채를 안고 살아가는 미국의 젊은 세대를 말한다.
◇비참세대 = 1990년대 거품이 꺼지면서 혹독한 ‘취직 빙하기’를 거친 일본의 20대를 지칭한 말이다. ‘버블 세대’라고도 부르는데 요즘 우리 사회의 20~30대 처지와 비슷하다. 책 『88만원 세대』는 비참세대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그늘 아래 고통 받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붙여진 절망의 호칭’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2006년 9월호)는 “비참세대가 늘어날수록 자본주의 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방해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욕상실 세대·면창족 = 퇴직을 얼마 안 남긴 50, 60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사회적 조로(早老) 현상(나이에 비해 빨리 늙음)은 사기업은 물론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과 공무원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으로 정한 퇴직 연령보다 실제 퇴직 시기가 평균 5년 이상 짧아짐에 따라 쉰을 넘긴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한 봉급생활자들은 하루하루 회사를 떠날 날만 세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압력에 시달리며 이따금 창을 바라보는 임원 등 간부급 사원을 ‘면창족’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들 의욕상실 세대는 상당수 비참세대 연령의 자녀를 두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아버지는 의욕상실 세대 내지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 아들은 비참세대거나 ‘이태백’이면 ‘한 지붕 부자(父子) 백수’ 집안이다.
◇대학· 직장 생활 보여주는 말들 = 살벌한 취업 전선을 빗댄 말은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과 힘들게 일자리를 구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전공 외에 각종 취업강좌 등 필요한 강의를 찾아다니는 학생을 ‘강의 노마드족’, 취업이 어렵자 졸업을 미루는 경우를 ‘엔지(No Graduation)족’으로 부른다. 졸업을 앞둔 사(四)학년은 ‘죽음의 사(死)학년’으로 통하며, 어느 새 1년 휴학은 필수가 됐고 대학을 오래 다니는 학생들을 ‘대오(대학 5학년)족’이라고 한다. ‘취뽀’(인터넷 커뮤니티 ‘취업 뽀개기’에서 유래. 취업에 성공한 이들)는 ‘낙바생’으로도 부른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직했다는 뜻이다. 또 공기업 취업자를 ‘신의 아들’, 사기업 취업자를 ‘사람의 아들’, 백수는 ‘어둠의 자식들’로 부른다. 취직한 뒤에도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새벽부터 학원에 다니며 외국어 공부를 하는 직장인은 ‘새벽닭족’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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