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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반팔 티 입는 한국

겨울에도 반팔 티 입는 한국

▶퇴근 후 보일러를 틀고 반팔 일상복으로 갈아입는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신고유가, 초고유가, 살인유가…. 자고 나면 치솟는 유가에 다양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돌파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서민들의 위기감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반면 소비 패턴은 ‘위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는 계속 대형화·고급화하고 있다. 외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고할 때가 왔다. 고유가와 이에 동반하는 원자재 값 상승은 국가와 각 가정에 나날이 에너지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아래 소개할 에너지 절약법을 알고 나면 당연하고, 어쩌면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고유가에 대응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개인이 가정과 직장에서 절약을 실천해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우선 가정주부든 학생이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정 내 에너지 절약 상식을 알아보자.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올바른 사용법만 알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나가는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드럼세탁기는 전력소모 4배
우리는 가장 익숙한 가전제품인 TV의 플러그를 잘 뽑지 않는다. 리모컨으로 전원을 꺼도 TV는 원격조종을 받아들이기 위해 대기전력(기기의 동작과 상관없이 소모되는 전기에너지)이라는 일정량의 전력을 소비하므로 TV를 보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아두거나 멀티탭 전원을 꺼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74㎝(29인치) TV는 대기시간을 25%만 줄여도 전국적으로 연간 282억원, 가구당 매달 2640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TV를 살 때부터 에너지절약 마크가 부착된 절전형을 선택하면 대기전력이 1W 이하로 줄어 대기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냉장고는 용량, 제조업체, 모델별로 소비전력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살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냉장고 문에 부착돼 있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과 전력 소비량을 확인해 적절한 용량의 1등급 제품을 선택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전력이 낭비되므로 되도록 음식물을 한 번에 넣고 빼야 하며, 냉장고에 음식물을 보관할 때는 60% 정도만 채우는 것이 좋다. 보통 냉장고 안에 음식물을 10% 더 넣으면 전기 소비량은 3.6% 증가한다. 음식물을 넣을 때에는 식혀서 넣고, 냉장고 뒷면을 벽으로부터 10㎝ 이상 떼어놓는 것도 전력 낭비를 막는 좋은 습관이다. 여름철 대표 가전제품인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할 때도 주의하자. 에어컨은 선풍기 30대의 전력 소모와 맞먹을 만큼 전기를 많이 먹는 제품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용시간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에어컨 사용시간을 25% 줄이면 연간 755억원의 에너지 비용이 절약되며,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선풍기를 같이 사용하면 시원함을 유지하면서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때는 세탁물을 세탁기 용량에 맞게 모아뒀다 한꺼번에 하고, 세탁시간은 10분 이내로 해야 에너지 절약은 물론 옷감의 손상도 막을 수 있다. 또 최근 유행하는 드럼세탁기는 일반세탁기의 네 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므로 신중하게 구입한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선택하면 손쉽게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 알뜰한 주부라면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주방에서 새나가는 전기요금도 잡을 수 있다. 밥을 지을 때는 전기밥솥 대신 가족 수에 맞는 적절한 용량의 가스 압력밥솥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가정당 매달 1372원, 연간 1만6467원어치의 에너지가 절감될 뿐 아니라 밥도 맛있게 지을 수 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불꽃의 세기를 한 단계만 줄여도 가스 소비량의 25%를 줄일 수 있으므로 불꽃 세기는 조리기구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조절한다. 바닥이 넓은 조리기구를 사용하면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다. 지금까지 살펴본 에너지 절약 방법들은 생활습관으로 삼아 매일 실천해야 하는 데 반해 한 번의 노력으로 오랫동안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주택 단열시공, 고효율 가정용 보일러 및 고효율 조명 사용이 그것이다. 주택 단열은 방법에 따라 최대 30%의 난방비를 아낄 수 있고 습기 제거, 외부 소음 차단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정용 보일러는 고효율 인증제품을 사용하면 연소 효율이 높고 폐열을 회수하기 때문에 가정당 매달 8000원가량의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조명을 고효율 조명등으로 교체하는 것도 손쉬운 에너지절약 방법이다. 백열등을 안정기 내장형 램프로 바꾸면 70% 이상 절전 효과는 물론 수명도 8배나 길어진다. 또 기존 40W 형광등을 32W 형광등으로 바꿔도 20~30%의 절전효과가 있고 작은 램프 여러 개보다 큰 램프를 하나 사용하는 게 좋다.

엘리베이터는 격층으로 운행
개인들이 가정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에서도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회사 건물은 용량이 큰 전기 제품 및 설비가 많아 절감 여지가 가정보다 크다. 대신 에너지 절약 실천을 모두 함께 해야만 뚜렷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사적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을 사내 문화로 정착시키면 큰 규모로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우선 공공건물에서는 적절한 냉난방을 통해 여름철(섭씨 26~28도) 및 겨울철(섭씨 18~20도)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름철 노타이 차림, 겨울철 내복 입기를 통해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면 여름철에 흔히 오는 냉방병이나 건조한 실내에서 생기는 겨울철 감기도 예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격층 운행하면 전층 운행하는 것보다 정지, 출발시 소비되는 전력의 50% 절약이 가능하다. 물론 4층 이하에서는 되도록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건강도 챙기는 지름길이다. 사무실 조명은 고효율 조명등으로 교체하고 외곽등 역시 수은등 대신 고압나트륨등이나 메탈할라이드등을 사용하면 절전 효과가 있다. 자연광이 드는 복도나 창가 쪽 조명은 끄고, 점심시간에 전체를 소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10분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절전모드로 설정한다. 프린터, 스피커, 스캐너 등 부속기기도 역시 사용할 때만 전원을 켜는 습관을 기른다. 우리나라는 무역규모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임에도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한다. 숫자나 통계로 선을 긋기 힘든 ‘무언가’가 모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언가’는 바로 국민의 의식과 행동양식이다. 가끔 겨울철, 썰렁하다 못해 살짝 추운 듯한 실내에서 두꺼운 일상복을 입고 생활하는 유럽 선진국 가정 풍경과 보일러를 너무 틀어 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를 입는 우리나라 가정 풍경이 비교되곤 한다. 이런 사소한 생활 습관 차이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고유가, 기후변화협약 등 최근 에너지 이슈는 전 세계가 필연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제다. 정부의 적절한 대응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에너지 절약 의식이 기반이 돼야 한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통해 생활습관을 점검해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익혀 실천하자. 에너지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에너지 선진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TV 안 볼 때 플러그 뽑으면 전국 연간 282억원, 가구당 매달 2640원 절약 -냉장고 속 음식물 10%만 덜면 전기 소비량 3.6% 감소 -에어컨 사용시간 25% 줄이면 전국 연간 755억원 절약 -가스 압력밥솥에 밥하면 가구당 매달 1372원, 연간 1만6467원 절약 -가스레인지 불 한 단계만 줄이면 가스 소비량 25% 감소 -40W 형광등 32W로 바꾸면 전기 소비량 20~30%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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